장롱 밖으로 나온 아빠의 필름카메라의 이름은 미놀타 Minolta X-300이었다.
2년간 고이 잠들어 있어서 그런지 가죽으로 된 카메라 케이스만 조금 삭았을 뿐 고장난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어릴 땐 (무식하게) 크고 촌스러워 보이기만 한 미놀타였는데 막상 꺼내 보니 생각보다 예쁜 아이였다.
견고한 바디는 마치 튼튼한 자동차를 연상케 했고, 난생 처음 가까이에서 뚫어져라 쳐다본 카메라 렌즈는 아득하게 깊고 검은 우주처럼 느껴졌다.
아빠가 가르쳐주신대로 오른손으로 카메라 바디를 들고, 왼손으로 렌즈 아랫부분을 받쳐봤다.
아직 어설펐지만 그립감이 좋았다.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피사체에 몰입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행복한 일이었다. 작은 뷰파인더 안에 내가 좋아하는 피사체 혹은 순간을 담고 이때다 싶을 때 셔터를 누르는 것. 셔터가 닫혔다 열리는 이 1-2초 남짓한 시간에 나는, 그 순간의 분위기와 온도, 느낌, 감정, 이 모든 것들이 사진 한 장에 고스란히 담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