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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혜민 Sep 27. 2021

스우파 덕질, 시작하기 전에 잠깐, 멈춰, STOP!

왜 좋아하는지를 먼저 썼어야 하는데 노파심이 더 앞섰다

스트릿우먼파이터 (이하 스우파) 너무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얘기하고 싶은    가지. 세상 사람들이 스우파 좋아하는  너무 이해하지만 덕질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면 그것 자체가 이미 위험 신호. 개인적으로, 최근 한국에서 “덕질이라는 개념이 너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것에 문제의식이 있다. 그리고 최근 스우파를 둘러싼 광풍에서 내가 경계했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발견되고 있다. 나는 이것이 무척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전까지 “덕질 해왔던 방식대로 스우파의 댄서들을 대해서는 절대로  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국의 대중은 “덕질”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왜냐하면 팬덤을 만드는 행위와 팬덤에 소속되는 행위 자체를 하등하다고 생각하며 비하해 온 역사가 매우 길기 때문에. 하지만 2010년대 이후 모든 문화예술분야 외 스포츠, 정치, 학계가 팬덤의 영향력을 학습하게 되면서, 팬덤 문화에 대해 갖고 있던 터부를 깨고 친근하게 일상의 영역으로 가지고 오기 시작했고, 비즈니스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덕질에 대한 선입견과 터부는 당사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깨지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사적인 관계 내에서는 늘 비웃음 당하는 부분 중에 하나다. 그런데 주류 미디어에서는 언제 자기들이 희화화 했냐는듯 세상 만물을 덕질하는 모든 행위를 용인하고, 권장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덕질에 대한 정확한 정의도 모르고 덕질을 생애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죄다 자기가 덕후라고 자처한다.

이런 현상은 몇 가지 문제를 낳는데, 첫째로 덕질/덕후 에 대한 선입견이 제대로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덕밍아웃’ 같은  (무지의 소산인) 파생어에서 보다시피, 다들 어느 정도의 수치심을 내재한 채로 그 단어를 쓴다는 것. 이것은 원래 부끄러운 일이라는 그 감각을 가진 채로 덕질하는 모든 사람들은, 어쩌면 자기가 실제로는 소수자가 아닌 것을 알면서 소수자성을 가져보고 싶어서 그런 용어들을 입에 담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덕후라는 것만으로는 소수자가 될 수 없으며, 소수자가 될 필요도 없다.

덕질이 지나치게 상용화된 탓에 생겨나는 문제점 두 번째는, 이것이 실제로는 덕질할 필요 없는 대상들까지도 덕질하게 만든다는 것. 덕질의 기본은 과몰입이다. 다시 말해 맹목성이다. 그냥 관심 있는 것, 또는 사랑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상대와의 물리적 거리가 이렇게 멂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느끼지 못할 때, 상대가 내 애정에 상응하는 물리적 보상을 주지 않는데도 너무 많은 걸 받은 것처럼 느껴질 때, 상대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면 내가 하는 작은 무리 정도는 기꺼이 넘길 수 있을 때, 상대의 작은 잘못 정도는 그냥 넘어가고 싶어지고, 아주 작은 행동에서도 의미와 즐거움을 확대해석 해낼 수 있을 때, 상대의 외적 조건이 나보다 훨씬 나은데도 불구하고 자꾸 그가 가련하거나 안쓰럽거나 귀엽게 느껴질 때, 무엇보다 상대에 대해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때… 그런 때가 과몰입에 빠지게 되는 때고, 덕질을 하게 될 때다. 현실 감각을 잠시 잃는다고 표현해도 되겠다. 너무도 맹목적이고 주관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당연히 너무 많은 부작용이 뒤따른다.

그래서 덕질을 해도 되는 대상과  해야 하는 대상이 나누어질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전통적인 대상들이다. 대중의 인기로 먹고 사는 연예인, 스포츠인. 그리고 후자에는 정치인, 교수나 학자, 비연예인 방송 관계자 등이 해당된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지만 청소년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대중은 언제든  맹목적 덕질을 멈출  있는데, 그게 개인이나 사회에게 너무  영향을 주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은 인기에 따른 삶의 변화와 거기서 오는 멘탈의 변화에 대해 알고 있으며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직도 종종 있음이 깊이 애석하고 당장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갑자기 그들의 팬들이 모두 떠난다 해도, 그들의 수입에 변화가 생기는  외에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비연예인들에게는 어떤가? 자기도   없는 이유로 덕질의 대상이 되었다가, 어느  갑자기  팬들이 모두 떠난다 했을 , 그들의 뒤집혀버린 인생은 누가 책임지는가? 정치나 교육처럼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인기 많은 사람이 도맡게 되었을  생기는 문제들은 누가 수습하는가?


스우파로 돌아가 보자. 이 프로그램은 일단 방송을 통해 사기죄를 저지른 케이스를 배출한 방송사(엠넷)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업계에서 서로 안면과 우정을 쌓아 온 댄서들을 모아놓고, 경쟁의식을 부추기고 기싸움을 붙이는 걸로도 모자라 출연자들의 표정과 발언을 조각조각 편집해 이어붙이면서 억지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유튜브 어디서나, 댄서들이 서로 주고받았던 리스펙과, 짜깁기 된 장면들에 대한 성토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작위적인 방송에 우리가 과몰입할 필요가 있을까?

여기에 출연하는 댄서들은 자신들의 춤으로 증명받고 싶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대중에게 생소한 장르의 춤을 알리는 데에도 열심이고, 방송 회차가 거듭될수록 실력 그 자체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그들에 대해 충분히 잘 알고 있나? 그들이 추는 춤과, 그들이 원하는 댄서로서의 비전에 대해 찬찬히 들어본 적이 있나? 심지어 그들의 과거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외모가 특히 출중한 누군가를 따라붙어 직찍을 찍고, 댄스 학원의 특별 교습에 몰려들어 수업 진행을 방해하고 방역 수칙까지 어겨서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유의미할까?

스우파에 출연하는 댄서들은 연예인과 매우 가까이 위치하지만 연예인이 아니다. 솔직히 얘기하면, 우리 사회가 이상할 정도로 연예인의 ‘인성 걸고 넘어지는 사회라는  지난 1년간 지겹게 봐왔기 때문에, 저들이 연예인을 한다고 나서도 말리고 싶을 정도다. 이렇게 열광하는 팬들이 다음 순간 갑자기 돌아설  있는데,  격차를 저들이 견딜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갈등 상황에    명의 개인을 놓아두는 것이 정당한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애정, 신뢰, 지지, 인정, 응원, 우리에게는 이미 “덕질 맹목성을 벗겨낸 좋은 단어들이 많이 있다. 현실 감각에 토대를 , 이성적 행위들이 많이 있다. 그것들만 있을 때에도 우리는  살았다. 덕질은 일상적인 영역에 포함될  없는 행위다. 비일상적이고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행위고, 세상 사람들  극히 일부만 이런 행위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 행위다.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도  모르는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려 하지 말고, 중립적이면서도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려 노력했으면 좋겠다.


내겐 여러분이 스우파를 즐겨보는 것, 스우파의 댄서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 모두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고, 춤과 댄서들에 대한 이야기를 1박 2일 동안 나누며 내내 즐겁겠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대상화하는 맹목적 덕질을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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