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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혜민 Jul 30. 2020

동물과 함께 사는 인간으로서의 자세

이웃집의 백호 '강아지 생식 만들기' 영상에 대하여

"이웃집의 백호"는 유튜브 채널 이름이기도 하지만 트위터 계정의 이름이기도 하다. 강백호라는 이름의 웰시코기를 키우는 "이웃집의 백호" 계정주(백호 누나)는 백호의 귀여운 모습과 웃긴 장면들을 공유하면서 화제를 얻게 되자 그 영향력을 유기동물이나 동물보호소를 위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백호는 셀러브리티 강아지고, 백호 누나는 셀럽의 홍보 담당자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백호가 네다섯 살이 넘어가게 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그 중 하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길게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백호가 삶의 이런저런 파도를 겪었고, 다행히도 무사히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구독자들은 좋은 컨텐츠들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백호가 금니를 씌우게 되면서 화제에 오른 강아지/고양이 양치질 이야기나, 백호와 고양이 동생 호랑이의 건강을 위해 바꾼 인테리어 이야기 등등... 그 중에서도 나는 생식 만들기 영상이 가장 흥미로웠다. 동물을 키우고, 그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결심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 

인간의 언어를 쓰지 않을 뿐 분명한 기호와 취향을 표현하는 백호를 잘 관찰하고, 맛있고 건강하고 즐거운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백호 누나의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감동이 느껴졌다. 나와 다른 존재를 어디까지 내 삶에 들여놓을 것이며, 그가 침범하며 동시에 바뀌어가는 내 세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그리고 이것을 이해해주지 않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타인들에게 어떻게 섬세하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한 인간의 고민과 정성이 느껴지는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개를 키우고 있거나 키울 예정인 사람에게 무척 유용할 영상이지만, 다른 종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영상이다. 백호 누나는 끊임없이 말한다. 자기가 영상에서 보여주고 있는 방식들은 어디까지나 백호에게 맞춰진 것이고 의사와의 상담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그리고 정말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도 구독자들이 질문할 만한 부분이라면 설명을 달아 놓는다. 예를 들어 식사에 들어가는 고기의 구입처와 손질방법까지도. 물론 생각지도 못하는 구석에서 딴지를 거는 사람들이 있기에 예방하려 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이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백호네의 방법을 '그대로' 자기 반려동물에게 적용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러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에 있어서 자꾸 '정답' 혹은 '지름길'이 있다고 생각하려 하는 것일까?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대답을 듣게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동물의 삶은 너무 미지의 세계여서 그런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정답을 찾아 헤맨다. 

때로는 영상/글에서 본 방법을 일단 적용해버린 다음에 '그대로 했는데도 왜 안 되죠?' 같이 적반하장으로 구는 경우도 보인다. 전문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상대에 대한 관찰과 이해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적의 '꿀팁'은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백호 누나처럼 동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잘 살고 있는 사람도 자기 경험을 정답처럼 제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삶이란 그런 식으로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의 선택을 그대로 따라하며 '꿀팁'들에 의지해 살아가지는 않길 바란다. 그 중에서도 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은 더더욱 그러지 않길 바란다. 모든 반려인들이 동물들이 하는 표현을 귀담아 들으며 함께 자기만의 답을 찾아나가는 길을 기꺼이 밟을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 이웃집의 백호 유튜브 커뮤니티 https://www.youtube.com/c/corgibh/comm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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