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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뷴 Sep 17. 2023

가진 것 없는 사람의 유일한 무기

출처: 트레바리

삼성전자 고동진 전 사장이 "일이란 무엇인가"를 출간했다. 부제는 "오직 일로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질문"이다. 거대 기업 삼성전자의 평사원 출신 최초 사장이다. 노트7의 배터리 폭발과 전량 회수 후 단종 사태를 기억하는지? 바로 그때 삼성전자를 이끌었다.


식탁 위에 며칠 째 놓여있는 이 책을 아내가 읽어 보았나 보다.


"당신, 회사 가서 부하직원들한테 이 책 얘기할 건 아니지?"


"응? 왜? 난 재밌게 읽었는 데, 그럼 안돼?"


"하지 마, MZ 직원들이 공감할 것 같아? 죽도록 일만 하라는 충고로 들릴 텐데?"


생각해 보니 몇 년 선배들의 충고조차도 젊꼰(젊은 꼰대)으로 비하되기도 한다. 고동진 사장은 삼성에서 40년 가까이 일하고 퇴직했다. 현재 고문으로 재직 중인 노장 중의 노장이다. 역시나 팀 점심 자리에서 책 얘기를 잠깐 했더니 분위기가 조용해져서 급히 화제를 돌리긴 했다. 아내가 옳았던 건가? 이 책은 과연 노장의 케케묵은 가르침일 뿐일까? 죽도록 회사를 위해 일만 하다 보면 사장이 될 수도 있다는 그런 얘기일 까?


선입견을 갖지 말고 그의 갤럭시 노트 소개 영상을 보자.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본토의 무대에서 그것도 수많은 기자와 청중 앞에서 저 정도로 자신감 있게 프레젠테이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는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이고, 어릴 때 유학 한번 가본 적 없는 토종이다. 나는 이 영상 하나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여전히 충분하다고 본다.




나는 회사에서 새로운 조직을 맡게 되면 팀원들에게 당부의 메일을 보내고 있다. 1장짜리 메모다. 그 메모의 첫 번째가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당장은 일 잘하는 팀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태도가 좋은 팀원이 결국은 롱런하더라고요. 일과 삶에 대한 나의 관점과 판단을 말하는 태도는 영어로 attitudes and values라고 쌍으로 많이들 씁니다. 결국 좋은 태도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 아닐까요?-내 메모 중

 

고동진 사장의 "일이란 무엇인가"에서도 첫 챕터가 "태도 경영"이다. 그래서 반가웠다.

나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졌구나 하는, 내가 틀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는 ‘가진 것 없는 사람의 유일한 무기’가 태도라고 말한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보여주듯이 많은 이들이 부족한 스펙과 기댈 언덕이 없는 환경을 탓한다. 그런 푸념을 계속 늘어놓는다고 내 인생에 도움이 될까? 고동진 사장도 흙수저이긴 마찬가지였다.


가진 것 없다는 오늘은 '타고난 조건'이고, '처한 현실'일 수 있지만, 내일은 '내가 택한 결과'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합니다. 너무 자주 접해 식상하지요. 이 시간이야말로 가진 것 없는 사람의 유일한 무기입니다. 시간관리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노력해야 합니다. 태도경영은 성과경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고동진


보통 노력이라고 하면 '열심', '성실' 같은 단어들을 떠올립니다. 물론 중요한 요소들이죠. 하지만 '최선'은 과정일 뿐입니다. 노력이 빛을 발하려면 결과를 내야 합니다. 즉 '최고'의 결과로 증명할 때에만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고동진


책의 핵심을 10개로 요약해 본다.


1.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하기 바랍니다.

2. 검소하게 생활하고 반드시 저축을 하기 바랍니다.

3. 수입의 10퍼센트는 자신의 건강에 투자하길 바랍니다.

4. 전문성을 심화하고 어학 능력을 키우십시오.

5. 30대, 40대, 50대 때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반드시 기록하고 실천한 후 스스로 연말 평가를 하기 바랍니다.

6. 독서를 게을리하지 말고 타 분야에 대한 관심을 잃지 마세요.

7. 건강한 가족과 화목한 가정을 위해 노력하세요.

8.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언제든 해외에서 생활해 보길 바랍니다.

9. 어려운 사람과 부족한 사람을 챙기고 후배를 아껴야 합니다.

10. 인생은 한 번입니다. 자존감 있는 멋진 삶을 사십시오.


나는 어떤가?

마지막 10번이 와닿는다. 어느덧 나의 40대가 저물고 있다. 메멘토 모리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다. 끝없이 순항하고 성장하는 인생은 없다. 아들만 봐도 요즘 보니 성장판이 닫힌 것 같다. 키가 조금 더 크면 좋겠지만, 바라는 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때로는 진흙에 내동댕이 쳐져 일어나기도 버거운 때가 누구에게나 그것도 반드시 온다. 고동진 사장도 2006년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쓰러졌다. 뭉크의 그림 ‘절규’가 절로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그때 한쪽 청력을 잃어버렸다. 몇 년 전 나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병원에 한 달을 누워있었다.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시간이었다.


얼마 전 친구를 만나서 저녁을 먹고 늦은 시간 같이 지하철을 탔다. 가방에서 이 책을 꺼내니 핀잔을 준다.


“나이 오십에 뭘 그런 책을 읽냐? 신입사원도 아니고.”


사장이 되고 싶어서 이 책을 읽은 게 아니다. 출세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권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많은 이들이 평범한 월급쟁이 직장인으로서 산다. 책을 읽은 이유는 간단했다.

어제와 오늘이 비슷비슷한 주 5일 근무 직장인들에게 던지는 저자의 지혜가 무엇인지 궁금해서였다.

기자들은 한때 그의 연봉이 100억원이 넘었다는 사실을 늘 소개한다. 그러나 이는 책의 본질과는 먼 얘기다.

그는 누구보다도 많이 실패했으며, 그러면서도 다시 시작한 선배였다.


남다르게 되고 싶으면 매일매일 남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은 때로는 지리하고 포기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도 해야한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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