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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뷴 Sep 24. 2023

리딩방의 실체

책: 여의도 선수들의 비밀

지잉~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문자가 울린다.


"1분만 집중해주시면 주식잔고가 바뀔 수 있다는 것 자신 있게 장담드리겠습니다. 해당 방은 모두 무료로 진행하며 추후 비용요구 없습니다. 물린 종목이 있다면 편하게 상담 한번 받아보세요. 전액무료, 비용 부담 일절 없습니다. 현재인원 401/500 해당정보 선착순으로 공개되며 늦으면 입장 불가."


리딩방이다. 문자는 받자마자 삭제처리 하긴 했지만, 리딩방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돌아가는지 궁금하긴 하다. 많은 이들이 실제로 저 꾐에 빠져 리딩방 입장을 클릭한다. 쉽게 돈 벌고 싶은 우리들의 욕망을 저 문자가 터치해 주기 때문이다. 거기다 무료라니까.


"모르면 당하고 알면 돈 되는 여의도 선수들의 비밀"

매우 흥미로운 신간이 나왔다.


첫 챕터가 리딩방에 대한 이야기다. 정식명칭은 "유사투자자문"방이다. 놀라지 마시라. 리딩방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리더가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이용해 추천주를 알려주기 때문에 흔히들 리딩방이라고 부른다. 펀드를 추천하거나 ETF를 추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다면 이미지 세탁용 포장일뿐이다. 오직 주식종목 추천으로 개미들을 현혹한다.


유사투자자문이 할 수 있는 자문은 '1대 다수'의 방식의 투자 정보 제공이다. 그래서 단체방에 들어오라는 문자가 빗발치는 것이다.


이런 문자가 퇴근 무렵에 오는 건 이유가 있다. 장 마감 이후 호재성 공시나 뉴스가 나와서 시간 외 거래에서 급등한 종목을 보고 마치 자기가 사전에 추천한 종목인 것처럼 광고하기 때문이다. 리딩방 이용료는 월 5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까지 한다. 연간회원으로 선결제를 하면 할인해 준다고 꼬드긴다. 당연히 장기결제를 유도하기 위함이고, 여기에 빠지면 손실만 커지고 환불도 못 받는 '개미지옥'에 빠진다.


주식을 배운 지 1-2년 밖에 안된 사람이 유사투자자문을 차리고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명품백, 명품시계, 외제차, 슈퍼카다. '내가 주식으로 이렇게 성공한 사람이야"라고 과시하는 것이다. 물론 개미들을 꼬드기기 위해서다. 이런 방식으로 "코인" 투자 전문가로 행세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얼마 전 강남 한복판에서 롤스로이스를 몰다가 사람을 친 이가 화제였다. 젊은 나이의 금수저 아들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리딩방 업자였다. 리딩방에 들어가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리딩방 업자들 밖에 없다. 롤스로이스는 리딩방의 개미들이 사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대표님 덕분에 차 바꿨어요", "방장님 덕분에 집 샀어요" 하는 수익인증도 짜고치는 고스톱이다. 단톡방에 100명이 있다면 1명을 속이기 위해 99명의 아르바이트생이 있다.


그들이 가장 많이하는 속임수는 선행매매다. 주식 카페와 리딩방 회원들에게 자신이 미리 사준 종목을 추천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매도하는 것이다. 회원 20만명의 네이버 주식카페 운영자도 선행매매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자본시장법 제178조(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위반 혐의다.


리딩방 뿐만 아니라, 증권사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진실, 공시의 문제점, 스팩 우회상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주가조작 세력의 실체 등 더욱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다.


저자 이대호는 경제전문기자 출신으로 KBS 라디오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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