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잘 되는 치과와 비교해봐야 하는 이유
“야 이거 진부해.”
영화 《친구》의 대본을 본 뒤, 신현준이 정준호에게 한 말이다. 당시에 정준호는 이미 《친구》란 영화에 캐스팅된 상태였다고 한다.
신현준은 영화 《친구》의 주제와 구성 등이 ‘진부하다’고 말했고, 대신 ‘국내 최초 할리우드 스태프’가 함께하는 《싸이렌》이란 영화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찜질방에서 만났는데 무릎까지 꿇어가며 간청했다고 한다.
정준호는 결국 《친구》 대신 《싸이렌》을 선택한다. 참고로 영화 《친구》는 ‘최단기간 최다관객’이란 기록과 함께 관객 수 800만을 넘겼고, 《싸이렌》은 서울 관객 수 5만 명이란 성적표를 남겼다.
이에 정준호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신현준을 비난했고, 신현준은 막역한 사이답게 “네가 안 해서 《친구》가 잘 된 것이다”며 응수했다.
《친구》 대신 《싸이렌》의 선택을 강요한 신현준이 잘못한 걸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아쉽게 된 선택을 신현준이 제안했지만, 결국 선택은 정준호가 했기 때문이다. 선택에 따르는 책임의 몫, 그것은 오로지 정준호가 질 수밖에 없다.
치과 개원을 준비하게 되면 소위 ‘컨설팅 업자’라는 사람들이 붙기 시작한다. 개원이 진행되면 그 사람들은 발 빠르게 이곳저곳의 개원 입지를 소개한다. 그리고 여러 입지를 소개받기 때문에 ‘선택’ 해야 한다. 《싸이렌》과 《친구》란 선택지 앞에선 정준호와 같은 입장이 되는 것이다.
대개 이런 어려운 선택에 앞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묻게 된다. 하지만 그것 역시도 쉽지 않다. 가장 가까운 아내의 의견은 믿을 수 있지만 전문적이지는 못한 것 같고, 먼저 개원한 선후배/동기의 파편적인 정보 역시 나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컨설팅 업자의 말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충분한 지식이 없다 보니 그대로 수용하기에 불안하다. 결국 제자리다. 선택은 오로지 개원을 준비하는 이의 몫으로만 되돌아오게 된다.
그렇다면 개원 예정지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실패에 관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대한 답에 앞서 잠시 펀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펀드란 알다시피 펀드매니저라 불리는 금융전문가들이 고객의 돈을 대신 투자해 그에 따른 수익을 배당금으로 고객에게 돌려주는 투자상품이다.
고객을 통해 맡겨진 돈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정적인 운용성과를 내는 일이 중요하다. 게다가 수익률 등의 운용실적에 대해서는 아주 정확하게 수치화되어 공개된다. 그것을 보고 고객은 자신의 투자금을 맡길 운용사를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운용사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운용성과를 내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금융전문가인 펀드매니저도 사람이다. 가장 안전한 투자를 신중하게 진행하더라도 예측에 실패할 수 있고, 때론 실수하는 경우도 있다.
그 때문에 운용사는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즉, 펀드매니저는 운용사를 통해 세워진 기준의 범위 내에서 고객의 투자 자산을 운용하게 된다.
펀드매니저 입장에서 충분히 더 큰 이익의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감’(sense)이 와도 원칙적으로 기준을 지켜야 한다. 실패에 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여 ‘안정성’을 최대치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다. 개원 예정지의 선택에 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이미 검증된 치과 입지’를 대상으로 하면 된다.
즉, ‘이미 잘되고 있는 치과’의 입지를 기준으로 개원 예정지와 ‘비교’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선택지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간단하면서도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유동인구, 배후지인구, 통행 유발시설, 동선, 간판, 횡단보도, 에스컬레이터 등 다양한 입지 요인들이 있다.
이런 입지 요인들과 함께 ‘잘 되는 치과’를 기준으로 놓고 개원 예정지와 ‘비교’해보면 이곳이 정말 내가 개원해야 할 입지인지 판가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선택의 기준을 제공해 준다.
핵심은 '말'에 휘둘리거나 '감'에 의존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준을 세워야 한다. 좋은 입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비교해 보면 선명하게 드러난다. 실패에 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가깝고 믿을만한 사람의 조언이라고 무조건 따라가서도 안 되고, 누군가의 간곡한 부탁이라고 흔들려서도 안 된다.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스스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싸이렌》이 아닌 《친구》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