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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짜장 Aug 03. 2022

치명적인 권태

[폭식 칼럼] 제 10화. 쿠로고마 안심흑가츠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최근 박해일과 탕웨이가 주연을 맡은 영화 <헤어질 결심>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았다. 무엇보다 박해일 배우의 명품 연기가 돋보였으며, 이로써 배우 손석구에 이어 또 한 명의 배우를 좋아하게 되었다. 각각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두 번의 살인사건의 담당 형사 (박해일)과 유력한 용의자 (탕웨이)의 사랑을 다룬 이 영화에서,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박해일과 탕웨이, 그리고 박찬욱의 방식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관통하는 두 인물의 사랑은 어쩌면 치명적인 권태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치명적인 권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의 직업도, 서로 사랑하기 위해 만난 연인들에게도 권태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권태기가 찾아오면 대상에 대한 일종의 번아웃이 오거나, 서로에게 소홀해짐으로써 서운함을 느낀다.

    치명적인 권태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유퀴즈 온 더 블록>과 유튜브 채널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사용한 단어이다. 권태기가 찾아오더라도 그 시작점에서 대상을 넘칠 만큼 사랑했다면, 현재 느끼는 감정은 일반적인 후회나 권태가 아닌 '치명적인 권태'라고 하였다. 영화에서 박해일과 탕웨이가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고, 최종적으로 헤어질 결심을 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치명적인 권태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튀김은 물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쿠로고마 돈가츠

    2015년 이후로 15,000원 이상의 고급스러운 일식 돈가츠를 우리나라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강남역의 <정돈>을 필두로 하여 연남동의 <흑심>, 여의도의 <히바린> 등 얇고 바삭한 튀김옷과 적절한 온도로 육즙을 꽉 잡아 촉촉하고 부드러운 고기가 제공되는 돈가츠 맛집이 정말 많지만, 아직 교대역의 <가츠오>를 뛰어넘는 돈가츠를 맛보지 못하였다.


교대 가츠오

쿠로고마 안심흑가츠(180g) - 16,000원

제주흑돼지 안심가츠카레(180g) - 17,000원

    돈가츠를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좀 웃기다. 그렇지만 <가츠오>의 쿠로고마 돈가츠는 정말 맛있어서 어쩌면 열렬히 애정하고 있지 않나 싶다. 처음 맛을 보았을 때 뒤통수를 강타할 정도로 맛있는 음식은 생각보다 많다. <리틀넥>의 명란 크림 파스타, <요시다>의 구운 대파 우동 등이 그랬다. 하지만 여러 번 만나고 음미하며 깊게 애정하게 된 음식은 드물다.

    쿠로고마 돈가츠가 맛있기는 해도 결국에는 튀김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물린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쿠로고마를 찾게 되고, 다시 같은 메뉴를 주문하고, 마침내 '이 맛이지!'라고 외치면서 감탄한다. 치명적인 권태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떠한 대상을 사랑하면서 지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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