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 칼럼] 제 6화. 프랑스 베이커리
낭만의 도시, 파리
12년 전쯤, 음식과 예술에 대한 식견(食見) 따위 존재하지 않았을 당시에 프랑스 여행을 다녀왔다. 남들이 말하는 낭만의 도시 파리는 내게 그저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지저분하지만 조금은 동화와 같은 도시였다.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파리지앵을 통해 그들 특유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에 사는 현대인들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 중 하나가 '빨리빨리'이다. 일에 치여사는 직장인들이나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식사란 빨리 먹는 사람에게 금메달이 주어지는 달리기와 같다. 반면에 파리에서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커다란 바게트 하나를 싸들고 유유히 집으로 걸어가는 모습, 그것이 파리만의 여유로움이다.
편리함과 편안함
조승연 작가의 책 "시크-하다"를 읽고 맘속에 와닿은 구절이 있다. 작가는 편리한 것이 편안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 예시로, 우리나라는 편리함을 추구하며 반대로 프랑스는 편안함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부를 좇는다. 지하철에서도 와이파이가 잘 통해야 하며, 집 안은 항상 깔끔하고 최신 물품들로 가득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발전하는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반면에 프랑스는 안락함을 추구한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 비좁은 다락방에서 증조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오래된 의자에 앉아 낮잠을 자고, 다시 삐걱거리는 계단을 내려와 녹슨 괘종시계를 지나 차고로 가면 30년은 넘게 탄 낡은 차가 그들을 반긴다. 그들은 편리함을 좇지 않는다. 고전적인 모습에서 매력을 느끼고 옛스럽고 익숙한 기술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프랑스가 낭만적인 이유는 그들이 무언가를 좇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킹
프랑스 음식은 이미 전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Escargot (달팽이 요리), Onion Soup (양파 스프) 그리고 바게트 등 셀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 가장 프랑스 다운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코 빵이다.
베이킹은 프랑스의 정서와 많이 닮아 있다. 베이킹의 핵심 두 가지; 1g 단위의 정밀함을 요구하는 계량과 빵이 구워지기까지의 기다림은 파리지앵의 여유로움과 아주 밀접하게 닿아 있는 듯하다. 무언가에 좇기지 않고, 아무것도 좇지 않는 그들이 만든 빵을 다시 한 번 먹어보고 싶다.
루엘 드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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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 칼럼] 제 6화. 프랑스 베이커리 - 루엘 드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