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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쟁이 공작새 Jun 27. 2020

요즘 광고들의 키워드 '요즘'

광고로 보는 요즘 세상

당연한 말이지만, 요즘 세상은 정말 빠르게 바뀌고 있다. 94년생, 27살인 필자는 나름 이 변화를 바로 에서 겪으며 자란 세대인데도 가끔 가다보면 '요즘엔 저런 것도 하나' 싶은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물론 내가 다소 트렌드를 못 따라가는 편이기도 하고.) 2020년은 2010년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그건 생활방식의 변화이기도 하고, 제품 기술의 변화이기도, 사용 제품의 변화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변화는 유사 이래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구태한 예시이지만 저 옛날 고대 이집트인들도 '요즘 애들은 공부를 안 한다'며 변화한 생활상에 대해 투덜대어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속적인 변화 속에서도 모난 돌처럼 변화상이 크게 드러나는 지점이 종종 있기 마련이다. 굳이 역사를 끌어오자면 르네상스와 나폴레옹, 세계대전 등이 그런 예고, 비교적 현대를 끌어오자면 휴대폰과 스마트폰의 출현이 표출된 변화지점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공감을 주식으로 먹고 사는 광고인들은 이런 변화상을 캐치하여 광고에 그려낸다.


당시 광고뿐 아니라 책으로도 출간되는 등 많은 화제를 일으킨 SK텔레콤의 현대생활백서


약 15년 전에는 SK텔레콤의 현대생활백서가 당시 사람들이 느낀 시대의 변화를 거의 아이콘적으로 담아냈다.(이땐 필자도 어렸으니 다른 광고 예시를 못 드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후로도 종종 '시대가 변했다' 비스무리한 광고들이 몇몇 있었던 것 같지만, 해당 광고들은 단속적으로 등장하며 통일된 현상으로 나타나진 못했다.


그런데 최근 광고들을 보자면 다시금 '시대상 변화'에 대한 전방위적 묘사가 일어나는 것 같다. 현대생활백서가 핸드폰의 등장으로 일어난 생활상 변화를 '현대'라는 단어로 응축했다면, 최근의 광고는 유튜브, IOT, 새로운 제품군 등 다방면에서 일어난 변화를 하나의 키워드로 담고 있다.


바로 '요즘'이라는 키워드를.  




TV와 유튜브에서 집행된 광고들을 아카이빙하는 사이트, TVCF에서 '요즘'이라는 단어를 검색하고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재밌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요즘'이라는 단어와 연관된 광고가 2017년 이전에는 한 해동안 50개가 안 됐었다면, 2018년부터는 그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2019년에는 약 40 여 개, 2020년에는 아직 상반기밖에 안됐는데 벌써 50개의 '요즘'을 담은 광고가 집행된 것을 알 수 있다.    


여러분도 봤음직한 광고들을 몇 개 꼽아보자면,


1. 코란도 - 요즘 가족, 요즘 SUV : 기술이 바꾼 가족 생활

이래저래 좀 논란이 있던 광고지만 이 글에서 그 내용은 다루지 않겠다.

광고는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하고,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옷 관리는 스타일러가 하고 있다며 자동화 기술로 편해진 요즘 가족의 상을 그려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운전마저 실은 코란도가 하고 있는 것이었음을 드러내며 자동운전 기술이 적용된 코란도의 USP를 전하는 것으로 끝이난다.


아직 우리가 완전히 가사노동과 운전 등에서 해방된 것은 아니지만, 이 광고는 그렇게 될 거라는 전망, 혹은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이었던 자동운전이 이제 코 앞으로 다가온 기대감이기도 하다.

그래서 광고는 다소 이르긴 하지만 이 가족을 이렇게 일컫는다. 요즘 가족이라고.


2. 원티드 - 요즘 이직 원티드 : 이제는 이직도 플랫폼을 통해서

아직 취직도 못하긴 했지만, 이직에 대한 어려움과 두려움은 취직 못지 않다는 걸 익히 알고 있다.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경력직 공고들을 일일이 지원하거나,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 찾아가야 한다. 막상 면접을 가도, 어떠다 이직을 하게 됐냐는 안에 뼈가 있는 질문에 조리있게 답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이 무슨 시대이던가? 배달의 민족으로 수많은 배달음식점을 단 하나의 어플로 주문하고, 젊은이들의 수많은 패션 사이트를 하나로 통일한, 플랫폼 서비스의 전성시대다. 이런 시대이니만큼 이직도 플랫폼을 통해  할 수 있지 못하랴? 그래서 원티드는 말한다 찾아다니는 이직에서 먼저 찾아오는 이직이 요즘 이직이라고. 오히려 해당 기업에서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직자에게 구미가 당기게끔 광고를 기획했다. 물론 광고와 실제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기존과는 다른  요즘 시대의 새로운 이직 방법을 잘 나타낸 광고였다.


3. 배민오더 - 요즘은 이렇게 삽니다 : 시니어도 젊게 살 수 있다

배민 오더의 광고는 원티드와 비슷하지만 모델기용을 통해 한 발 더 나갔다. 과거에는 노년층은 사회문화계열에서 활동을 거의 안 하고, 조명조차 받지 못하는 연령층이었다. 하지만 유튜브 시대에 접어들면서 박막례, 김칠두, 밀라 논나 등 노년층이면서 정력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명받고, 많은 호응도 받고 있다. 그래서일까, 기능성 화장품이나 보험 등의 광고에서만 기용되던 노년 모델들이 점차 다른 영역에서도 기용되고 있다. 가령 현대 뉴아반떼 광고 중 '제 2의 청춘' 편을 보면 머리 하얀 할머니들이 20대처럼 티켓팅을 하고 친구들끼리 차로 놀러다니는 젊은 모습을 보여준다(사족이지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바로 이 광고였다). 5060 시니어는 더이상 집에 박힌 노인네들이 아닌,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소비하는 사회주류 계층이 된 것이다.   


배민오더의 광고는 그런 문화의 변화를 캐치하여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이 광고는 줄을 길게 선 대기줄 사이로 한 사람이 유유히 걸어들어와 자기 음식을 받아가는 것이 주 내용이다. 만약 원래 내용과 카피를 그대로 하되 모델이 젊은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제품 USP를 정석적으로 표현한 광고였겠지만, 임팩트는 크게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젊은 사람들 사이로 모델같은 모습의 시니어가 걸어들어온다면? 다소 이질적인 비주얼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게 된다. 거기에 박히는 마침표. 요즘은 이렇게 삽니다


크으~ 임팩트, 비주얼, 메시지 전부 잘 잡은 광고였다. 특히 이 광고는 배우 문숙을 모델로 기용했는데, 특유의 이국적이면서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가 정말 강력했다. 모델로 거의 반은 잡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4. 배민커넥트 - 초보유튜버 편 : 유튜버가 일상의 하나가 되다

배민커넥트의 광고는 광고 소재로 삼은 '요즘'이 인상 깊었다. 광고는 유튜브를 시작하며 이런 저런 시도를 하고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광고는 소비자의 공감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유튜버가 광고의 주인공이 되어 소비자의 공감을 소구하다니? 불과 5년 전만해도 유튜버나 아프리카 bj 등 개인 방송자는 꽤 희귀해서 주변에서 한다고 하면 우와~하는 반응을 나타내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변했다. 번화가를 가면 한 명쯤은 개인방송 스트리밍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볼 수 있고, 카페에선 종종 폰을 스탠드에 거치해서 캘리그라피나 뭔가를 만드는 걸 촬영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Vlog는 의외로 많은 친구들이 하고 있을 정도다. 즉, 유튜브나 개인방송이 이젠 특정 사람들의 희귀한 직업이 아니라 주변 사람 중 한 두명은 하고 있을만큼 대중화된 것이다. 배민커넥트는 이러한 요즘 시대의 초상을 캐치하여 영리하게 광고소재로 사용했다. 광고의 주제는 요즘 '일상'이었지만, 유튜버라는 디테일이 더해지면서 '일상'인데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광고가 되었다. 본인이 원할 때만 가볍게 일할 수 있는 배민커넥트 그 자체도 '요즘'의 일부지만, 이건 생략한다.




이외에도 '요즘'을 키워드로 하는 광고들은 많다. 뿐만 아니라 달라진 사회상을 소재로 하는 광고들도 인기다. 사실, 요즘이란 키워드는 '요즘은 이렇게 하는데 넌 아직도 그러고 있니'라는 메시지가 은연 중에 들어있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얘기는 이 글에서 하고자 했던 현상을 다루는 것보다 더 깊고 무겁게 들어가야 하는 거니, 귀찮아서 그만 둔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기술은 변하고, 기술에 맞춰 생활도 변하고, 생활에 맞춰 문화도 변해간다. 광고는 기술에 맞춰 생활이 변해가는 시점 쯤을 캐치하여 문화까지 변한 뒤의 상황을 그려낸다. 일종의 아주 소프트한 SF에 가깝달까. 미국의 미디어 학자 마셜 맥클루언은 '예술은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예언한다'라고 말했다. 독일의 미학자 발터 베냐민도 비슷한 의미의 말을 전한 적이 있다. 예술이 미래를 예언하는 최전방 선발대라면 광고는 그 뒤를 잇는 후발대처럼 미래를 에상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은연 중에 광고에 맞춰 생활방식을 바꿔나간다. 변화하는 '요즘'의 징조를 캐치하고 그것이 가져올 미래를 예상하는 것이 광고인으로서의 즐거움이라면, 광고를 보며 '곧 요즘이 될' 사회를 보는 건 소비자의 즐거움이 아닐까?


이러나 저러나, 광고로 사회를 보는 건 역시 재밌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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