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유자차, 겨울의 유자차
물을 따른다
하얗게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달콤하다
숟가락으로 머그잔을 휘이 젓자 떠오르는 유자들
번져가는 노란 빛깔이,
마치 그때 보았던 봄날의 봄볕같다.
되돌아가려해도 갈 수 없는 그때의,
봄볕
너는 참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쓴 것은 입에도 대지 않아 카페를 가도 늘 달달한 헤이즐넛 라떼를 시켰지
그런 너와 나는 입맛이 달라, 나는 네가 사오던 케익을 질색하곤 했다
그래도 우리가 늘 붙어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서로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으니까,
단지 그만으로 충분했으니까, 우리는 행복했다
그때의 봄날도 그랬다. 마지막 얼음마저 다 녹아내리고
길가에선 햇볕이 박힌 듯 점점이 노란 개나리 봉오리가 보이던 그때.
낮의 햇볕이 눈이 멀 듯이 노란 빛깔을 띠고 있던 그때,
우리는 한 카페에서 유자차를 마셨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 짓던 그때
이제와 그때가 생각나는 것은
누구의 잘못이랄 것도 없이 파국으로 치달았던 우리의 관계가 후회돼서일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나 자신이 참으로 옹졸하게 느껴져서일까
아니면,
유자차를 마시는 이 겨울, 이 밤의 공기가 유난히 싸늘해서일까
호록,
유자차를 한 모금 마신다.
달콤하다. 그리고 아주 뒤에 은은히 느껴지는 씁쓰레함
그때 그 봄볕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