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걷다보면 정상,칠갑산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89화 칠갑산

칠갑산의 높이는 559.8m다.

그럼에도 충남 알프스라는 별명이 붙은 산이다.

왜 그럴까?

산이 높거나 험하지는 않지만 깊기때문이다.

칠갑산은 차령산맥에 속해있다.

오대산에서부터 뻗어나온 차령산맥은 계방산, 치악산등 1000m가 넘는 고도를 유지하다가 충청땅에 들어서면서 500~600m의 온화한 산세로 바뀐다.

그래서 비교적 낮은 산인 칠갑산을 중심으로 수많은 산들이 방사형으로 뻗어나와 파노라마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마치 알프스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알프스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다.

칠갑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여러코스가 있지만 보편적으로 칠갑광장과 장곡사, 그리고 천장호수방향에서 오른다.

그중에서 칠갑광장에서 오르는 코스는 가장 쉽고 무난하다.

그 칠갑광장까지 차가 오를 수는 있지만 우리는 난이도를 조금 더 높이기 위해서 칠갑산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칠갑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가파른 계단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 계단만 오르면 길은 다시 오솔길 수준이다.

가파른 계단을 지나 오솔길 같은 걷기 좋은 흙길을 10여분 오르자 이번에는 갑자기 아스팔트길이 나왔다.

칠갑광장까지 차가 오를 수 있는 한티고갯길이다.

한티고개는 칠갑산으로 인해서 동서로 나뉜 청양을 다시 연결해주는 고개다.

그 아스팔트길을 200여m 오르면 칠갑문이 나오고 칠갑문을 돌아서 오르면 칠갑광장이다.

예전에 왔을때는 이쯤에서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는 칠갑산 노래가 무한 반복되었는데 오늘은 조용하다.

그래도 그 콩밭매는 아낙네와 칠갑산은 뗄래야 뗄수가 없다.

그래서 여기저기 콩밭 매는 아낙네의 조형물이 조성되어있었다.

콩밭 매는 아낙네에서 아낙네는 곧 어머니다.

그래서 시끌벅적한 노래 대신 어머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표현해 놓았다.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칠갑광장에는 을사늑약을 반대했던 학자이며 의병인 면암 최익현선생의 동상이 있고 카페와 식당도 있다.

차가 올라올 수 있기때문에 관광지화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정상을 향해서 넓다란 임도를 걸어 올라가다보면 칠갑산 천문대가 나온다.

그래서 아직은 산행 느낌이 아니라 공원 산책하는 느낌이다.

충혼탑

칠갑산은 백제시대 사비성의 진산(鎭山)으로 성스럽게 여겨졌던 산이다.

그래서 백제는 이 산을 향하여 제천의식을 행하였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산 이름을 만물생성의 7대 근원인(地. 水. 火. 風. 空. 兄. 識) 七(칠) 자와 싹이 난다는 뜻의 甲(갑)자를 써서 칠갑산이라 불러왔다고 한다.

이름에 대한 또 다른 유래는 일곱 장수 가 나올 명당이 있는 산이라고해서 칠갑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길은 산책하기 좋은 임도가 계속되고 있다.

산행하기에는 약간 더운듯한 날씨지만 나무 그늘이 조성되어 있어서 쉬엄쉬엄 걷는 산행으론 안성마춤이다.

그렇게 말 그대로 등산로라기보다는 산책로 수준의 임도는 2km쯤 게속되다가 자비정을 지나면서 일반 등산로로 바뀌었다.

자비정은 백제의 무왕때 이곳에 쌓았다는 자비성의 이름을 따서 지은 정자다.

그래서 휴식하기 좋은 것 말고는 큰 의미가 없는 정자다.

한가지 특이한것은 대부분의 정자들이 8각정인데 반해서 자비정은 칠갑산을 의미하는 칠각정이라고 한다.

자비정을 지나면서 이제 길은 전형적인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길만 좁아졌을뿐 난이도는 오솔길 수준의 평길이다.

그러나 길은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평탄하지만 등산로 양쪽은 무려 6~70도의 급경사다.

천혜의 성곽같은 능선길인 것이다.

그렇게 살방살방 걷기 좋은 능선길을 20분쯤 걷다보니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이 앞을 막아섰다.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계단이다.

역시 모든 산의 정상은 그냥 내어주지 않는다는 진리는 칠갑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무려 200m쯤의 계단은 그동안 편하게 올라온 산객들을 테스트라도 하려는듯 가파랐다.

아무튼 아래에서 올려다 본 게단이 까마득하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아무리 높은 계단도 하늘아래 계단이다.

몇 번을 오르다 쉬다를 반복한 끝에 정상에 올라섰다.

바위산이 아니라서 정상은 밋밋했지만 사방이 확트인 전망은 녹색바다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600m의 정상에서 보는 산들의 파노라마.

왜 칠갑산을 충남의 알프스라고 부르는지 답을 해주고 있다.

칠갑광장에서 올라온 능선이다.

칠갑산의 정상에서는 동서남북 방사형으로 능선이 뻗어나가는 산줄기를 볼 수 있다.

그 산줄기들은 북쪽으로는 한티고개를 지나 대덕봉(大德峰, 472m), 동북쪽으로는 명덕봉(明德峰, 320m), 서남쪽으로 정혜산(定惠山, 355m) 등으로 이어진다.

아무튼 600m가 채 안되는 정상에서 알프스 풍의 분위기에 빠질수 있다는 것은 칠갑산의 제일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그 정상 한 켠에는 고목 등나무가 꽃그늘을 만들어주는 평상이 있다.

평일이라서 다른 산객들이 거의 없어서 평상을 독차지 하고 점심을 먹는다.

꽃그늘 아래에서의 먹는 점심은 운치도 있고 맛도 있는 호사였다.

산정에서 이런 등나무 꽃그늘을 만날 줄이야.

정말 대단한 꽃그늘이다.

거기에다 달큰한 꽃 향기도 일품이었다.

점심을 막 끝내고 일어서려는데 두 분의 산객이 올라오셨다.

마침 내려가는 코스와 교통편에 대해서 궁금한게 있어서 물어봤더니 자신들도 초행이라 잘 모른단다.

부산에서 오셨다고 한다.

하긴 대부분 산행중에 등산코스에 대해서 물어보면 비슷한 대답이다.

초행이라거나 잘 모른다는...

나 또한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내가 사는 근교의 산이 아니라면 비슷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올라왔던 코스와 다른 코스로 하산 해보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차가 있는 원점으로 회귀를 한다.

봄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어느새 산철쭉도 지고 연푸름은 짙은 푸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칠갑산은 경사가 심하지만 대부분 흙 산이라서 숲이 울창하다.

그 숲은 소나무보다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잡목숲이다.

싱그러운 잎이 이제 막 활짝핀 잡목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쌉싸름한 향기는 봄 산행의 포기할 수 없는 덤이다. 

경사지에서 쭉쭉 뻗어 올라간 나무들이 마치 연두색 커튼을 펼친듯 하다.

워낙 등산로가 좋아서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산행을 마쳤다.

바위산은 멋있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서적으로 감정을 메마르게 한다.

그러나 숲이 좋은 육산은 포근한 맛이 있어서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게 하는것같다.

그래서 오늘 산행은 여유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만족스러운 산행이었다.

아무튼 칠갑산의 오늘 코스는 남녀노소 아무나 오르기에 좋은 난이도였다.

워낙 산행 난이도가 낮아서 산행을 마치고 칠갑산의 명물인 천장호수의 출렁다리와 장곡사를 둘러보는 여유도 부렸다.

천장호수 출렁다리는 2009년에 건설되었다.

건설될 당시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라고 할 정도의 명물이었는데 지금은 워낙 많은 출렁다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서 인기가 시들하다.

        

반면에 천년 고찰인 장곡사는 숨은 명소다.

규모는 그리 크지않지만 고즈넉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국보 2점과 보물이 무려 4점이나 있다.

칠갑산 산행후 꼭 둘러봐야할 천장호수와 장곡사에서는 바로 칠갑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코스도 있다.

*산행코스: 칠갑주차장 ㅡ칠갑광장 ㅡ자비정 ㅡ정상 ㅡ원점회귀(왕복 8km 보통걸음 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