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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Oct 20. 2022

천관산에 오르면...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산행기 제93화 천관산

오랜만에 2박 3일로 남도 여행을 나선 지 이틀째.

명절 때 찾아뵙지 못한 부모님 산소도 들르고 여유롭게 정처 없이 여행도 하리라고 떠난 여행이다.

이틀째인 오늘은 이맘때쯤 오르면 좋은 장흥의 천관산을 오른다.



오늘 천관산 산행을 위해서 주변에서 숙박을 하고 천관산 도립공원 주차장에 6시 30분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주차장 주변에는 마침 일찍 문을 연 식당이 있었다.

아침식사가 되느냐고 물었더니 라면만 가능하단다.

그래서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산행에 나섰다.

도립공원 주차장에서 오르는 천관산 등산코스는 양근암코스, 금수굴코스, 금강굴코스 등 3개의 코스가 있다.

아내와 나는 그중에 양근암코스로 올라 금강굴코스로 내려오기로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양근암코스의 초입은 조금 산만하고 비교적 가파르다.

그 산만하고 한적한 새벽 산길을 20여분쯤 오르자 첫 조망점이 나왔다.

조그마한 관산 읍내와 황금들녘의 조화가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앞쪽으로는 올라야 할 정상부의 부드러운 능선이 보이고 옆으로는 아침바다가 잠에서 막 깨어난 듯 은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그렇게 조망을 즐기며 다시 20분쯤 오르자 거대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아 섰다.

문바위다.

그런데 왜 문바위일까?

옆에 붙은 코끼리코처럼 생긴 부분을 문으로 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진행을 계속한다.



문바위를 지나면서부터는 조망과 다양한 바위들을 보면서 오르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직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이제 마당바위 옆을 오른다.

물론 마당바위라는 이름이 공식 이름인지는 모르겠다.

천관산의 바위들은 워낙 많아서 이름이 중구난방이다.



여기서부터 나는 책을 읽듯 바위를 읽는다.

천천히 정독을 하기도 하고 빠르게 속독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마당바위라고 불리는 바위의 위쪽이 궁금해서 바위 위로 올라갔다.



거대한 바위 위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우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천혜의 조망을 홀로 즐기며 사는 생(生).

그래서일까?

고개를 내밀고 조망을 즐기는 듯 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소나무가 내려다보고 있는 풍경이다.

그 풍경 속에는 올망졸망 읍내가 있고 황금들판이 있고 먼바다가 있다.



그리고 그 마당바위 앞으로는 또 다른 바위군이 있다.

여느 산이었더라면 반듯한 이름 하나쯤 있을 텐데 여기서는 무명인 듯하다.

아니 있는데 내가 모를 수도 있으리라.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우리가 내려갈 예정인 금강굴코스 능선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쪽으로는 금수굴코스의 능선이 겹쳐있다.



다시 왼쪽으로는 보이는 능선은 호두봉 능선이기 시작했다. 

호두봉은 한자로 호두(虎頭)라고 쓰는 걸 보면 호랑이 머리를 닮았다는 뜻인 듯하다.

뭐 그렇게 보니 그런 듯도 하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이 했다는 비속어가 논란이다.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최초 언론에 보도된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다.

도대체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저급한 말이다.

역설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쪽팔리게 된 상황이다.

그런데 나중에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해명이 나온 상황이다. 

'바이든', '날리면'...

그렇게 생각하고 들으면 그렇게 들리는 듯하고, 그렇게 알고 보면 그렇게 보이기는 하다.

아무튼 듣는 국민이야 편향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말 한 사람은 그 정답을 알리라.



이어지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바위다.

그 바위틈 중간에도 소나무 한 그루가 옆으로 자라고 있다.

생생하게 자라는 그 모습이 생명의 위대함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내려다 보고, 올려다 보고, 좌로 보고, 우로 보고.

다리가 혹사하는 사이 눈은 호강을 한다.



할미바위일까?

그렇게 부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보니 또 그렇게 보인다.



이제 관악산 느낌이 나는 구간을 지나간다.

이쯤 되면 바위 전시장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듯하다.



양근암 코스는 고도를 높여갈수록 길은 더욱 가팔라지지만 중간중간 평탄한 길이 있어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눈이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바위들 덕분에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다.



책바위일까?

바위가 워낙 많아서 일일이 다 외울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다.



이제 이 코스의 이름이 된 양근암을 지나간다.

남성을 상징하는 신비한 모양의 양근암은 건너편 여성을 상징하는 금수굴코스의 금수굴과 마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의 신비한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형상이란다.



양근암을 지나면서 길은 다시 잠시 평탄해졌다.



그와 동시에 키 큰 나무가 없는 능선길로 이어지면서 광활한 다도해 조망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 조망 속에는 정남진 전망대도 보인다.

그리고 그 너머로 펼쳐진 다도해의 어느 섬들에 빛 내림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신의 조화일까?

그 모습이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사모봉일까?

사모암인지 사모봉인지 모를 바위를 지나간다.



이어서 나오는 정원암이다.

정원석을 닮았다고 해서 정원암이란 이름을 얻은 바위다.

도저히 자연석으로 믿어지지 않은 신비한 형상이다.

이 정원암을 지나면서 길은 급경사 구간이 끝나고 완경사의 정상부로 이어진다.



더욱 가까워진 금강굴 능선의 줄지어 늘어선 바위들이다. 



이제 정상부의 부드러운 능선길을 걷는다.

여기서부터는 바위 읽기를 잠시 내려놓을 시간이다.

이곳부터 정상을 지나 환희대까지는 키 작은 관목과 초원 그리고 아름다운 억새길이다.

그래서 산책하듯 조망을 즐기며 걸을 시간이다.



올라온 길을 뒤돌아 본다.

관산 읍내가 까마득 해졌다.



다시 절벽 위의 바위에 올라앉은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난다.

거친 비바람은 어찌 견뎌 냈을까?

거센 한파는 어찌 이겨 냈을까?

뜨거운 여름날의 목마름은 또 어떻게 견뎌 냈을까?



이제 정상이 눈앞에 있다.

천관산은 지리산, 내장산, 변산, 월출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힌 산이다.

높이는 비록 724.3m이지만 바닷가에 있어서 제법 높은 느낌의 산이다.

그러나 정상은 올라올 때 바위 전시장을 방불케 했던 바위산 느낌이 전혀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천관산의 정상인 연대봉 정상에 올라섰다.

주차장에서 3.2km.

2시간 20분 만에 정상에 섰다.

물론 사진 찍고 쉰 시간을 포함한 시간이다.

사방이 밋밋한 돌산인 정상의 중앙에는 봉수대가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봉수봉 또는 연기를 피우는 봉우리란 뜻의 연대봉(煙臺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 봉수대에 올라서면 한라산도 보이고 지리산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천관산은 하얀 연기와 같은 신비한 기운이 서린다 하여 신산(神山), 또는 천풍산(天風山)·지제산(支提山)등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신라의 화랑인 김유신을 사랑한 천관녀가  김유신에게 버림받은 후 이곳에 숨어 살았다는 전설에서

천관산이란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자 표기가 천관녀의 천관(天官)과 천관산의 천관(天冠)으로 다른 걸 보면 전설은 전설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보다는 천관산의 기암괴석이 주옥으로 장식한 천자의 면류관 같다고 해서 그렇게 불렸다는 설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평일의 이른 시간이어서일까?

정상엔 우리 두 부부만 있다.

제법 유명한 산의 정상에서 이렇게 호젓하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덕분에 여유롭게 셀카놀이도 하고 사방의 확 트인 조망도 즐기고 즉석커피까지 내려 마시고 나서야 환희대를 향해서 출발했다. 



연대봉에서 환희대까지는 1km의 능선길이다.

말 그대로 은빛 억새가 일렁이는 천상의 길이다.



그런데 그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0여 년쯤 전에 왔을 때는 억새가 정말 환상적이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탄성을 지를 만큼 환상적이지는 않다.



그래도 억새 명산이 맞긴 맞다.

명성산이나 민둥산, 그리고 영남알프스, 무등산 등을 제외하면 이 정취는 다른 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정취다.



이제 금수굴코스 갈림길을 지나간다.

금수굴코스는 가장 단조로운 능선이지만 정상부에 오르는 최단 코스이기도 하고 금강굴코스와 양근암코스 능선의 화려한 암봉을 감상하면서 오를 수 있는 장점도 있는 코스다.



그런데 길은 비단길 같은데 멋진 풍경들 때문에 발걸음은 더디기만 했다.

여기서 잠시 그 풍경 감상을 해보자.



이쯤에서 비박을 했다는 여자분들을 만났다.

50대 초반이라는 여자분들 셋이서 그렇게 비박 산행을 즐기신다고 한다.

이 풍경 속에서 맞이하는 밤은 어떨까?

신선이 따로 없을 듯하다.

나도 조금 더 젊다면 도전해보고 싶은 비박이다.



이제 환희대가 있는 대장봉 정상에 올라섰다.

대장봉에서 본 걸어온 길이 그림 같다.



환희대다.

환희대는 네모나게 깎여진 바위가 서로 겹쳐진 모습이 만권의 책이 쌓인 것 같다는 대장봉의 정상이다.

해설 표지판에는 '이 석대에 오르는 자는 누구나 성취감과 큰 기쁨을 맛보게 된다' 하여 환희대(歡喜臺)라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환희대에 올라 본다.

그렇다.

이 모습을 보고 어찌 기쁘고 가슴 벅차지 아니할까.

이제 이 환희에 찬 풍경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하산길에 든다.



환희대를 돌아서 내려가는 코스는 일명 금강굴 코스다.

천관산 이름에 걸맞은 가장 화려한 암봉쇼가 펼쳐지는 능선으로 알려진 코스다.

때문에 대부분 올라갈 때 느끼는 기대감이 내려서는 발걸음에도 가득했다.

그래서 다시 책을 읽듯 바위 읽기를 시작한다.

그렇게 바위를 천천히 읽다 보니 올라가는 것 못지않게 하산하는 진행이 더디다.



하산 시작 10분 만에 만나는 천주봉이다.

역시 안내판에 의하면 '천주(天柱)를 깎아 만든 기둥을 구름에 꽃아 세운 것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하늘의 기둥을 깎아 만든 기둥이라.

또 그 기둥에 깃발을 달아 놓은 모습처럼 보인다 하여 당번(幢幡)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당번은 사찰에 걸린 깃발을 말한다.

천주봉의 또 다른 이름은 금관봉이란다.

천관산의 안내 표지판은 설명이 너무 고전적이다 보니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천주봉에서 보는 관산 읍내와 장흥 앞바다다.



그리고 천주봉 아래쪽으로 돌아가면 볼 수 있는 천관산 최고의 장면이다.

저 반대편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더 이상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 장관이 무등산 느낌도 나고 월출산 느낌도 났다.



이렇게 암봉이 화려한 산인데 왜 천관산이 억새 명산이라고 알려졌을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대세봉을 지나간다.

관음봉 위쪽에 있는 대세봉은 가장 크고 높은 암봉이다.

사람의 뇌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대세봉은 워낙 높고 거대해서 카메라 한 컷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대세봉 아래에 있는 보현봉이다.



다시 보현봉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종봉 너머로 관산읍내와 가을 들판이 평화롭게 펼쳐져 있다.



이제 석선봉(石仙峯)을 지나간다.

멀리서 보면 허리가 굽은 노승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아무튼 이곳 안내판의 설명도 아리송했다.



이윽고 도착한 종봉에서 뒤돌아 본 모습이다.

저 암봉 사이사이를 걸어온 것이다.

조금만 더 늦게 왔더라면 울긋불긋 단풍과 어우러진 암봉들의 모습이 환상적이었을 듯하다.



종봉을 내려와 이 코스의 이름이 된 금강굴을 지나간다.

종봉 아래에 있는 굴인데 딱히 굴이란 용어를 붙일 만큼 크지는 않았다.



이제 금강굴코스 끝에 있는 선인봉을 지나간다.

선인봉에서 다시 뒤돌아 본 풍경이다.

선인봉은 오르는 사람에게는 첫 조망이지만 내려가는 사람에게는 조망이 끝나는 지점이다.

그 아쉬움을 달래 주려는 듯 바위들의 향연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잠시 마지막 조망 삼매경에 빠져본다.

그리고 그 마지막 조망의 여운을 안고 조망 없는 하산길에 들어섰다.



이제 길은 걷기 좋은 숲길이다.

숲은 소나무와 편백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혼재해 있다.

그중에는 동백나무도 꽤 있었다.



자연스럽게 구부러지며 곡선으로 자란 소나무 숲이 정겹다.



금수굴코스와 만나는 체육공원이다.

동백숲이 일품인 공원이다.

이제 주차장까지는 900m가 남았지만 사실상의 산행은 끝난 지점이기도 하다.



장천재.

사실 장천재가 고개인 줄 알았는데 문화재였다.

지금 건물은 조선 고종 때 지어졌지만 고려 공민왕 때 처음 지어졌다고 하니까 지금이야 한적한 산골이지만

옛날에는 제법 큰 고을이었던 것 같다.



길은 유난히 정감 있는 소나무 숲을 지나면 오래된 동백숲길이 나오고 다시 쭉쭉 뻗은 편백숲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편백숲 끝에 주차장이 있다.

천관산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어느 한 구간도 허술한 구간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산이었다.

그래서 산행이 끝나는 순간 마치 한 편의 대하소설을 읽은 느낌이었다.




*등산코스:도립공원 주차장 ㅡ양근암 ㅡ연대봉(정상)ㅡ환희대 ㅡ금강굴 ㅡ체육공원 ㅡ주차장(9.6km 아주 천천히 점심 사진 촬영 포함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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