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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Jan 09. 2023

국내에서 즐기는 알프스 ㅡ신불산 억새바람길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 산행기 제63화 신불산ㅡ3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우리가 흔히 무심코 즐겨 쓰는 속담이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뜻으로 보통은 긍정적으로 쓰는 말이다.

그런데 며칠 전 어느 노교수님께서 tv에 나오셔서 충격적인 말씀을 하셨다.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란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괴테를 연구하신다는 칠순이 넘는 여교수님이셨다.

세상은 그렇게 모로 살지 않고 바르게 살아도 된다고 덤덤하게 말씀하셨다.

살아보니 바르게 살아도 손해 보는 게 없더란다.

'억새바람길' 

길 이야기를 하려니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 본 이야기다.



간월재에서 잠깐 휴식과 사진놀이를 하고 신불산 정상을 향해서 간다.

간월재에서 신불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일명 '억새바람길'이다.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인 길이다.



올라가면서 뒤돌아 본 간월산 풍경이다.

왼쪽으로 내가 올라왔던 임도길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간월산 정상으로 오르는 그림 같은 길이 보인다.

억새와 구름 풍경도 아름답지만 1,000m의 고도를 오르내리는 길 풍경이 장관이다.



한 발 한 발 올라설 때마다 더 멀리, 더 넓게 펼쳐지는 풍경.

그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아내는 연신 감탄사를 연발한다.

아내가 그렇게 감탄을 연발하는 건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감탄, 감사, 감동, 감격...

感(감) 자가 들어가는 말과 행동은 많이 하면 할수록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처럼 쉽게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아니다.

훈련되고 습관 된 사람만이 많이 할 수 있는 말들이다.



잠깐 올라온 듯한데 어느새 간월재가 저 멀리 있다.

더 넓게 보이고 더 멀리 보이는 만큼 간월재는 더 멀어져 가고 있다.



이제 고도가 높아지면서 억새 풍경보다는 산그리메와 하늘 풍경이 더 아름답다. 



언양 쪽 풍경이다.

가을 들녘도 평화롭고 흰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하늘도 평화롭다. 



다시 뒤돌아 본 풍경이다.

간월재와 간월산 그리고 그 너머로 재약산과 천황산, 다시 그 옆으로는 운문산과 가지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신불산은 영남알프스 산군에 속해있는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이다.



영남 알프스는 영남 동부지역 태백산맥 남쪽 끝 해발 1000m급 이상의 산악군으로 가지산 1,241m, 운문산 1,188m, 천황산(재약산) 1,189m, 신불산 1,159m, 영축산(취서산) 1,081m,

고헌산 1,034m, 간월산 1,069m 등을 이르는 말이다.



경북 경주와 청도군,울산광역시,경남 밀양과 양산 등 5개 시군에 걸쳐있으며 원래는 산악인들 사이에서 유럽 알프스 산맥에 빗대어 부르던 말이 이제는 공통어가 되어버린 것이라고 한다.



간월재에서 가파른 오르막을 20분쯤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는 간월재의 왁자지껄하던 분위기와는 다르게 한적했다.

대부분 신불산 산행이 아니라 간월재 여행을 온 분들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라오지 않은 것이다.



저기 능선 끝에 신불산 정상이 보인다.

능선은 언제 그리 거친 오르막이 있었냐는 듯 1000m급 산 답지 않게 의외로 부드럽다.



더욱 넓고 더 멀어진 간월재방향의 조망이다.

숨 막힐듯한 풍경 앞에서 점심식사를 겸해서 잠시 쉬어간다.

오늘의 점심은 아내표 샌드위치다.



배가 고팠던 때문일까?

아내의 정성 때문일까?

샌드위치 맛이 환상적이다.



충분한 휴식과 요기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여기서부터는 억새와 키 작은 관목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오르막길이다.



이제 완전한 능선에 올라섰다.

그 길 풍경이 '억새하늘길'이라는 트레킹 코스 이름에 걸맞은 풍경이다.



억새 하늘길은 저 능선을 오르내리며 이어져 간다.

오른쪽 끝부분에 오늘 우리가 가야 할 영축산이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저 끝에 있는 신불산 정상을 보면서 걷는다.

능선길은 어느새 초겨울 모드에 접어들어있다.

그래도 아름답고 포근한 길이다.



그리고 길 양쪽으로 펼쳐지는 알프스풍의 환상적인 조망은 덤이다.



환상적인 조망을 즐기며 쉬엄쉬엄 걷다 보니 어느새 신불산 정상이다.

배내고개에서 산행 시작 2시간 50분 만이다.

정상은 역시 평일이라서 산객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신불산은 1,159m로 영남알프스 산군들 중에서 4번째로 높은 산이다.



'벅차오른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나온 말이 아닐까?

말 그대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압도적인 풍경이다.

아무튼 그 압도적인 풍경에 매료된 아내가 내친김에 영축산까지 가자고 한다.



신불산은 옛 문헌에는 간월산 단조봉(丹鳥峰)으로 되어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단지봉(丹池峰)이라 불렀단다.

현재의 신불산이란 이름의 유래는 옛날 마을 농부가 언양장에서 소를 팔고 배내골로 넘어갈 때 산신령이 나타나 호랑이 밥이 되는 걸 막아주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산신령이 불도를 닦는 산이란 뜻으로 어려울 때 도와주는 산이란 한자표현이다.



정상 아래에 또 하나의 정상석이 있다.

이곳에서 보는 일출이 장관이라고 한다.



이 풍경 앞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영축산을 향해서 간다.

하산은 신불재로 해서 다시 영축산으로 오를 계획이다. 



가야 할 하늘 억새길이 영축산까지 그림처럼 이어져 있다.

그리고 바로 아래에 신불재 억새평원이 펼쳐져 있다.



하산길에 뒤돌아 본 신불산 정상이다.

어느새 저 멀리 있다.



그리고 신불재가 가까워지면서 억새 풍경이 다시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제 신불재 앞에 섰다.

신불재는 간월재 반대편 신불산과 영축산의 경계에 있는 고개다.

밀양 쪽 사람들과 울산 쪽 사람들을 이어주는 고개다.

그래서 옛날엔 장터가 열렸다고 한다.

지리산의 장터목처럼 산상의 장터였던 셈이다.

울산 쪽 사람들은 소금과 해산물을 지고 올라와서 팔고 그 돈으로 농산물을 샀다.

반대로 밀양 쪽 사람들은 쌀과 보리 등 농산물을 지고 올라와서 판 돈으로 소금과  생선 등을 사서 다시 내려가야 했던 고달픈 장터였던 셈이다.

그 애달픈 장터의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하다.



다시 신불재에 내려서서 뒤돌아 본 신불산 정상 쪽이다.

정상에서 신불재까지는 700m의 거리이다.

조금 가파르기는 하지만 별 무리 없이 오르내릴 수 있는 난이도다.



불승사 방향에서 올라오는 데크길이다.

그리고 저 뒤쪽 암벽 능선이 신불산의 공룡능선이다.

일명 신불평원으로 불리는 신불재 억새평원은 무려 60만 평이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 전에 보았던 간월재의 억새평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넓고 광활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억새평원이라고 한다.



시기가 조금 늦어서 은빛 찬란한 눈부신 풍경은 아니지만 아직도 충분히 특별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은빛 억새 사이로 길게 이어진 영축산으로 가는 하늘억새길이다.

이제 본격적인 신불평을 지나 다시 영축산으로 오른다.



*산행코스: 배내고개 ㅡ간월재 ㅡ신불산정상 ㅡ신불재(8.2km 천천히 3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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