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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Mar 26. 2021

홍도,그 절경을 빚어낸 깃대봉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26화 홍도 깃대봉

자의든 타의든 섬여행과 산행을 겸할 수 밖에 없는 산림청선정 우리나라 100대 명산이 3곳 있다.

울릉도의 성인봉 그리고 홍도의 깃대봉, 사량도의 지리산이다.

그중 한 곳인 홍도의 깃대봉을 가기 위해 한달을 벼른 끝에 실행에 옮긴다.


깃대봉 산행은 여객선 노선과 복잡한 일정등의 이유로 홍도관광과 흑산도 여행을 겸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있다. 

아니 당연시되는게 아니라 그럴수 밖에 없는 일정이다.

아무튼 홀로 하는 섬여행이란게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기왕 계획한 것이니 실행에 옮긴 것이다.



복잡한 교통편 때문에 여행사를 통할까? 하다가 어차피 혼자 가는것인데 뻘줌하기는 마찮가지일거라는 생각에 그냥 홀로 간다.

ktx로 목포에 도착해서 일단 택시로 목포항으로 이동했다.

불과 5분거리에 있는 목포항에 도착해서 승선표를 구입하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터미널 4층에 있는 무료 갤러리 관람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목포항

시간에 맞춰서 승선을 하고 조금 있으려니 뱃고동을 울리며 배가 항해를 시작한다.

집에서 광명역까지 택시 ㅡ목포까지 ktx ㅡ여객터미널까지 택시 ㅡ홍도까지 쾌속정(홍도에서 1박)

흑산도까지 쾌속정(흑산도에서 택시관광 후)ㅡ목포까지 쾌속정 ㅡ목포역까지 택시ㅡ광명역까지 ktx ㅡ집까지 택시의 긴 여정의 시작이다.

나열하고 보니 참 복잡하기도 하다.



터미널에서 본 유달산과 목포시내.

우리가 평소에 듣고 배운 목포라는 이름에 견주어보면 참 초라한 느낌이다.



목포항을 출발한 쾌속선은 비교적 잔잔한 바다를 쾌속 질주한 끝에 2시간 40분만에 홍도에 도착했다.

오후 3시40분.



일단 숙소부터 정하려고 하는데 항구를 빠져나오자 호객행위가 극심하다.

평상시엔 호객행위라는게 참 거북했는데 왠지 오늘은 도움이 될것 같다.

혼자 어수선한 항구에 도착해서 올망졸망한 숙소를 찾아다니는 난감함을 그 호객행위가 해소시켜 준 것이었다.

물론 호객 할때 들은 설명과 정 딴판인 방을 배정 받았지만...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바로 이번 홍도여행의 핵심인 깃대봉 산행에 나선다.

숙소를 나와 해변을 지나자 바로 등산로 초입과 연결되어 있었다.

기대를 안고 찾아나선 등산로 초입은 여느 시골마을 평범한 뒷산과 다를바가 없다.



들머리를 지나 깃대봉 정상으로 가는 데크길 중간쯤에 오르자 전망대가 나왔다.

전망대에서는 홍도항과 홍도1구마을의 아름다운 어촌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 전망대 한켠에는 아름다운 홍도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저녁노을 명소라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어쩌면 하산길에 그 일몰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전진한다.

이제 전망대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자 활짝핀 동백꽃이 멀리서 온 산행객을 수줍은듯 반갑게 맞아준다.



데크가 끝나고 능선길에 들어서자 '연인의 길'이라고 명명된 사철 푸르다는 낭만적인 오솔길이 나왔다.

딱 둘이 걷기 좋을 만큼의 좁은 오솔길이다. 



숨골재

옛날에 한 주민이 절구공이감으로 쓸 나무를 베다가 실수로 이곳에 빠뜨렸다.

다음날 고기잡이를 하러 바다에 나갔다가 물에 떠있는 나무를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어제 그 나무였다.

이때부터 이곳을 바다 밑으로 뚫려있는 굴이라하여 숨골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숨골재의 일부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서 나무와 흙으로 메운 상태라고 한다.



숯가마터

1940년대까지 숯을 구웠다는 숯가마터다.



깃대봉 정상.

 

숨골재와 숯가마터등 섬 주민들의 애환이 서린 동백나무 숲길을 산책하듯 1시간 40여분 오르자 조금은 실망스러운 정상이 나왔다.

해발 365m의 깃대봉 정상은 선착장에서 2.3km거리에 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평범한 정상은 큰 나무가 없어서 사방이 두루 조망되었지만 박무때문에 멀리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홍도2구로 가는길

정상 데크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홍도 2구로 가는 능선길을 30여분 산책했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자 불과 2~30분만에 그 많은 산객들이 어디로 갔는지 데크는 텅 비어있고 저쪽에서 두분이 올라오고 계셨다.

덕분에 인증샷을 할 기회가 생긴셈이다.



두분이 올라오기를 기다려 인증샷을 부탁했다.

정상에서 이렇게 깔끔한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니....

더군다나 늦은 오후의 붉으스레한 햇살이 홍도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주는 인증샷이다. 



이제 모두 떠난 휑한 정상을 뒤로하고 마지막으로 하산길에 든다.

호젓한 하산길에 석양에 섬 전체가 붉게 물든다 하여 홍도(紅島)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홍도의 일몰을 본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최상의 일몰은 아니지만 붉은 홍도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섬보다도 오히려 붉게 물든 바다가 인상적이었다.



짙은 박무 때문에 붉은 해가 수면아래로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해 주지는 않았지만 불그스름하게 희미해지는 모양이 오히려 더 긴 여운을 느끼게 했다.

홍도에서 꼭 봐야할 붉은 노을.

그러나 잘 만들어 놓은 노을 전망대엔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어딜가고 나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한 분과 아직 아가씨들인듯 한  세명 뿐이다.

어찌되었든 덕분에 분위기 있는 홍도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슴에 감사할 따름이다.



숙소에 들어가는 길에 저녁을 해결하려고 식당을 찾는다. 

우리나라에서 홀로 여행하는데 가장 불편한 것이 식사가 아닐까 싶다.

특히 이곳 홍도는 섬이라서 먹거리의 대부분이 생선회와 매운탕이다.

그래서 혼자 먹기에는 좀 그렇다.

다행히 유명한 전복죽집이 있어서 저녁은 전복죽으로 해결하기로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홀로 여행에서는 먹는 재미는 포기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서양이야 햄버거나 간단한 빵종류로 때우면 그만이지만 식사문화가 거창한 우리나라는 비빕밥이나 해장국,설렁탕등으로 제한적이라는게 안타깝다.

아뭏튼 전복죽과 해삼 한접시에 복분자 술 한병으로 저녁 만찬을 끝내고 내일 아침 일출 사진을 담기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홍도1구 뒷산에서 본 아침 마을풍경.

  

선창에서 호객하는 아주머니께 홀려서 혼자니까 대충 자면 된다는 생각으로 얻은 숙소가 문제였다.

샤워시설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방문에 잠금장치도 없었다.

화장실은 환기가 잘 되지 않아서 악취가 심하고 온돌방은 너무 뜨거워서 숙면을 할 수 가 없었다.

환불을 요청했더니 잠금장치만 대충 해결해준다.

그래서 그냥 이것도 여행의 일부분이고 하나의 경험이려니 생각하고 하룻밤을 묵었다. 



홍도의 일몰

열악한 잠자리에서 불편한 잠을 자는둥마는둥 하고 새벽 일찍 일출감상을 나선다.



마을 뒷산을 400m쯤 올라가자 소박한 별빛 전망대가 나왔다.

이런곳이 있는 줄 알았다면 밤에 별빛 감상을 했을텐데 ...

그 별빛 전망대는 아주 훌륭한 일출 전망 포인트이기도 했다.

이 훌륭한 전망포인트에도 역시 서너사람 밖에 없어서 한적한 분위기에서 찬란한 홍도의 일출을 맞는다.

관광을 온건지, 여행을 온건지, 산행을 온건지,유흥을 온건지....

밤새 소란피우던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토록 아름다운 일출 풍경을 보는 사람이 없다는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무튼 나는 홍도의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보는 행운을 얻었다.

내가 본건 홍도의 대명사인 일몰 보다 홍도의 일출이 훨씬 장관이었다.

섬을 붉게 물들인것은 일몰이 아니라 일출이었다.



태양은 먼저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다음은 자신을 검붉게 불태우고, 다시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그 여세를 몰아 궁극엔 홍도를 붉은 섬으로 만들었다. 



이순간,

홍도는 붉지 않은게 없었다.

사람도,마을도,바위도, 등대도,하늘과 바다까지도.....



일출촬영을 마치고 다음은 유람선 관광에 나섰다.

유람선 관광은 홍도해안 20여km를 한바퀴 도는 일정이다. 



제1경 남문바위.

 

남쪽에 있다하여 남문바위라고 불리는 바위다.

바위문은 소형 선박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큰 문이다.

이 석문을 지나가면 행운이 따르고 고깃배가 지나가면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거꾸로 자라는 나무

나무가 동굴 바위에 매달려서 거꾸로 자란다고 한다.



곰바위

선내방송에서 곰바위라고 하는데 그때는 곰바위 느낌이 없었는데 사진정리하면서 다시 보니 영락없는 곰형상이다.



홍도 제2경 실금리굴. 

옛날 유배를 온 선비가 속세를 떠나 아름다운 선경을 찾던 중 발견한 동굴로 이 동굴에서 가야금을 타며 여생을 즐겼다고 하여 가야금굴이라고도 한단다.

동굴 안은 200여명이 쉴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으며 가야금을 타면 아름다운 소리로 울려퍼지는 신비한 굴이라 하여 실금리굴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제9경 거북바위 

방향이 잘 못되어서 잘 새겨봐야 한다.

홍도의 수호신으로 여기어 매년 정월 초 사흘날 당제를 지낸다고 한다. 



제5경 만물상. 

만가지 형상이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배가 워낙 빠르게 지나가는 바람에 사진이 흔들렸다.



홍도 제3경 석화굴.

규모가 웅장하고 석양 낙조시 동굴 속 풍경이 아름답고 천장에는 100년에 1cm씩 자라나는 석순이 있으며 옆 동굴로 통할 수 있는 통로가 있다고 한다.

비온 뒤에 동굴 옆으로 떨어지는 폭포의 물보라가 햇볕에 반사되어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핀다고하여 꽃동굴이라고도 한단다.


제4경 탑섬 

셀 수 없이 많은  탑의 형태로 이루어진 섬으로 섬 상단에는 넓은 평지가 있어 낚시터로도 좋은 곳이라고 한다.

이 섬에 와 있으면 외국에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하여 외도의 섬이라고도 하는 탑섬은 봄에 피는 꽃처럼 아름답다하여 영춘화라고도 한단다.

그러나 사실 우리 배는 가까이 가지 않아서 실제로 아름다운 모습을 느껴보지 못했다.


제8경 독립문바위. 

옛날 중국으로 가는 배들이 드나들었다는 북문이다.

독립문과 닮아서 독립문 바위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비행.


한적한 곳에 유람선이 정박하면 조그만 어선이 접근한다.

일명 횟배다.

싱싱한 회 한접시에 3만원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어민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취지는 좋은데 또 하나의 상술로 자리잡은듯 해서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덕분에 2시간 유람선 관광중에 30분 이상의 시간이 할애되었다.

마치 베트남의 하롱베이 유람선 관광을 하는듯 해서 개인적으로는 씁쓸했지만 그것을 즐기는 국민성도 무시할 수 없는 거니까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이나 회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무료하게 갈매기와 노는 수 밖에.....

그 무료한 시간에 담은 갈매기의 아름다운 비행이다.


어느새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면서 붉은 빛의 섬은 회색의 바위 섬이 되었다.


제6경 슬픈 여(7남매 바위) 

옛날 마음씨 고운 부부가 일곱 남매를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부부는 명절을 맞아 아이들의 새옷과 제물을 사기위해 육지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배가 침몰하고 말았다.

산위에서 이를 본 7남매는 부모님을 부르면서 바다로 걸어들어가 그대로 굳어 바위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제10경 공작새 바위 

우측에서 보면 모자상,정면에서 보면 공작새,좌측에서 보면 하늘로 치솟는 천마상등

세가지 모양을 나타내는 바위란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속해있는 홍도는 홍도리 1구와 2구의 두개 마을이 있으며 200여가구에 500 여명이 살고 있는 아주 작은 섬이다.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있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에 있다.

목포에서 서쪽으로 115km거리에 있으며 남북으로 길게 뻗은 누에고치 모양을 하고 있다.



깃대봉 산행과 홍도 해상관광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산행과 일몰,일출 감상까지는 참 좋았지만 해상 유람선관광은 영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아직도 동남아 유람선관광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후진국형 관광이라고나 할까?...

돈벌이가 되는 사진 촬영과 횟배에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실질적인 관광에는 무성의한 행태가 생전에 꼭 가봐야 할 신비의 아름다운 섬 홍도를 다시 오고싶지 않은 섬으로 만들지는 않는지 관계자들은 생각해 봐야 할것 같다.

아무튼 그러한 연유로 개인적으로는 한 번으로 만족해야 할 섬으로 기억 될것 같다.



산행코스:선착장 ㅡ홍도분교 ㅡ노을전망대 ㅡ빨간 쉼터 ㅡ숱가마터 ㅡ정상 ㅡ능선왕복 ㅡ정상 ㅡ원점회귀(천천히3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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