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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Mar 20. 2021

변산반도를 빚은 변산에 오르다.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 산행기 24화 변산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속해있는 변산은 내변산 지역과 외변산 지역으로 나뉘어 부른다.

최고봉인 의상봉의 높이가 508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400~500m급 산들이 산군을 이룬 산그리메와

바다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낮은 봉우리들로 이루어진 광활한 산군들 사이사이로 많은 등산로가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등산로는 내소사기점과 내변산탐방지원센터 기점이다.



내소사 전나무숲길

그중에서도 더 인기가 좋은 내소사 기점을 택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 길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나무 숲길중에 한 곳인 내소사 전나무 숲길을 걸어들어가면 천혜의 아름다운 절 내소사가 나온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들이 그렇듯 변산의 산행 기점도 유명사찰인 그 내소사에서 시작한다.


초겨울 산사의 아침은 생각보다 상쾌했다.

삭막한 산골에 홀로 푸르른 전나무 숲 덕분이다.

그 전나무 숲길에 들어서자 밤새 내려앉은 전나무 특유의 향긋한 향기가 장시간 운전하느라 무거워진 머리를 씻은듯 맑게 해주었다.


전나무 숲길을 지나고 다시 벚나무 터널을 지나서야 본격적인 사찰 경내가 시작되었다.



내소사의 느티나무.

내소사를 대표하는 1000년된 나무다.

잎을 다 떨구고도 의연하게 서있는 모습이 마치 내소사를 지키는 사천왕이라도 된듯 했다.




보물제 277호
보물 제291호



내소사는 선운사(禪雲寺)의 말사이다.

633년(백제 무왕 34) 백제의 승려 혜구두타(惠丘頭陀)가 창건하여 처음에는 소래사(蘇來寺)라고 하였다.

창건 당시에는 대소래사와 소소래사가 있었는데, 지금 남아 있는 내소사는 소소래사라고 한다.

  


변산의 관음봉 아래 아늑하게 자리잡은 내소사는그야말로 유서깊은 천년고찰이다.

유서만 깊은것이 아니다.

전나무 숲으로 유명한 진입로와 짜임새 있는 전각 배치,그리고 1000년의 느티나무가 마치 사천왕상이라도 되는듯 우뚝 서있는 절마당등,을씨년스런 초겨울만 아니라면 정말 운치있는 풍경을 연출해 주었을 것이었다.


내소사 관람을 30분쯤 하고 다시 내려와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은 내소사로 들어가는 그 유명한 전나무 숲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산은 이제 본격적인 겨울에 들어서 있었다.

겨울에 반항이라도 하듯 아직 덜 바랜 고운 단풍잎이 서릿발을 견디며 매달려 있는 모습이 휑한 겨울 풍경을 조금은 따스한 기분이 들게 해주었다.



산행시작 20여분만에 첫 조망점이 나왔다.



내소사 전경과 곰소만 .

그 첫번째 조망점에서는 그림같은 내소사 전경과 멀리 곰소만을 조망할 수 있다.



첫번째 조망점에서 다시 20여분 산허리를 돌아 오르면 관음봉 삼거리가 나온다.

관음봉 삼거리에서는 직소폭포쪽으로 갈 수도 있고 관음봉 쪽으로 갈 수도 있는 삼거리다.

지난번에는 직소폭포쪽으로 갔었는데 오늘은 관음봉을 거쳐서 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종주를 할 예정이다.



하트모양의 직소보.

마치 천지 느낌이 드는 하트모양의 직소보는 옛날 부안댐이 건설되기 전 부안군의 비상식수원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든 인공보라고 한다.

원래 일기예보에는 오늘 날씨가 좋을거라고 했는데 아직까지는 곰탕하늘이다.



관음봉(424m)

2시간여만에 오늘 산행상의 최고봉 관음봉에 도착했다.

관음봉은 천혜의 조망지였다.

앞쪽으로는 곰소만이 조망되고 뒷쪽으로는 부안댐쪽 산군들이 조망 된다.



웅연조대.

관음봉 전망대에서는 변산 8경중에서도 제 1경으로 꼽히는 '웅연조대'를 조망 할 수 있다.

웅연조대는 줄포에서 시작하여 곰소을 지나는 서해바다의 정경을 말한다.

특히 곰소만에 떠 있는 어선들, 그 어선의 불빛이 물에 비친 반영과 어부들이 낚싯대를 둘러매고 청량가를 부르는 한가로운 경치를 이른다고 한다.

오늘 그 신비스런 풍경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었다.



빛내림의 곰소만.

관음봉에서 바라보는 곰소만의 풍경은 특별했다.

빛바랜 흑백사진 같은 풍경에 마침 하늘이 열리고 빛이 내렸다.

그건 아름다움을 넘어서 신비함 이었다.



'웅연조대' 그 아름다운 풍경에 도취되어 있는 사이 하늘은 더욱 다이나믹해지고 드디어 하늘이 쨍 해졌다.

그러나 하늘은 열리고 있었지만 해안의 산답게 겨울바람이 거셌다.

다행히 관음봉 정상 아래에 좀 아늑한 곳이 있어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다시 다음 봉우리인 세봉을 향해서 출발 한다.




관음봉에서 본 내소사 전경


하늘은 이제 완전히 열렸다.

지금까지의 곰탕 하늘과는 전혀 딴판인 푸른 하늘로 바뀌었다.

관음봉에서 세봉으로 가는 능선길에서는 앞쪽으로는 곰소만의 은빛 풍경과 내소사전경을 조망할 수 있고

뒷쪽으로는 부안댐을 둘러싼 변산반도의 산군들을 볼 수 있다.



갯벌이 드러난 곰소만.

드러난 갯벌에 수많은 물길이 생기고

그 물길에 빛이 내려서 은빛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기하학적인 풍경이라고나 할까?....



내소사와 청련사

뒤돌아 본 관음봉이다.



곰소만의 하늘도 이제 대부분 열렸다.



드디어 그림 같은 하늘이 완성 되었다.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흰구름이 전형적인 가을 하늘같다. 

마치 1000m급 고산에라도 오른 느낌이다.



오늘 산행상의 두번째 봉우리 세봉에 도착했다.

관음봉에서 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V자형으로 제법 난코스다.

가파른 경사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한다.

그러나 전후 경관이 좋아서 쉬엄쉬엄 걷다보니 어느새 세봉에 도착했다,



세봉은 높이가 402m로 봉우리 자체는 특별하지 않지만 내소사 환종주코스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 이정표 역활을 하는 봉우리다.


세봉에서 조금 내려오면 세봉삼거리가 나온다.

이제 세봉 삼거리에서부터 주차장까지는 2.3km.

비교적 완만한 내리막 길만 남았다.



다시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본다.

곰탕 하늘은 어느새 청명한 그림같은 푸른 하늘이 되어있고 그 파아란 하늘아래 멀리 관음봉과 세봉이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걸어온 길은 언제나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걸어온 길은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걸어온 길은 항상 포근해 보인다.

아마도 가야할 길보다 부담이 없이 바라볼 수 있어서 일것이다 .



변산의 바위는 대부분 이런 종류이다.

일종의 주상절리인지 모르겠다.

마치 사량도지리산의 바위와 비슷했다.



다시 뒤돌아 본 변산.

이제 산길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



하산 완료.

내소사를 한바퀴도는 능선종주는 7km이다.

보통 3시간 30분이면 가능하다고 하는데 점심시간 사진놀이 포함해서 5시간이 걸렸다.

암벽 구간이 있어서 약간 힘든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비교적 산책하듯 즐길 수 있는 코스였다.


산행코스:내소사주차장 ㅡ내소사 ㅡ관음봉 삼거리 ㅡ관음봉 ㅡ세봉 ㅡ내소사 주차장(7km,점심 사진촬영포함 5시간)



산행후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잠깐 곰소항에 들렀다.

산정에서 본 아름다운 모습을 확인이라도 하고싶은 생각 때문이다.

곰소항은 전라북도에서는 군산항 다음으로 큰 어항이다. 

줄포항이 토사로 메워져 폐항이 되자 1938년 진서리 앞바다의 곰섬을 중심으로 동쪽의 범섬과 연동, 서쪽의 까치섬과 작도리를 잇는 제방을 쌓아 만든 항만이며 일본넘들이 우리 민족에게서 착취한 농산물과 군수물자를 반출하기 위하여 만든 항구라고도 한다.

곰소[態淵]라는 말은 곰처럼 생긴 두개의 섬이라는 말과 그 섬 앞바다에 깊은 소(沼)가 있어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곰소항에 들어서자마자 산정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환상은 깨지고 말았다.

항구에는 젓갈상회가 어지럽게 난립해 있고 무분별하게 개발된 주변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하긴 언제나 환상은 환상으로 남아 있을때 아름다운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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