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 Apr 29. 2020

<빛의 호위> 를 읽고 불의의 사고로 부모나 자식을 잃

은 사람의 시점으로 공항 서술하기

공항은 즐거운 곳이다. 특히 이국의 공항은  그렇다. 낯선 인종들이 저마다 바쁘다. 혼자 공항에   적이 있는가? 그럴 때면 공항에서 나는 외톨이가 된다. 아무도 나에 대해 관심이 없다. 내가 탑승하려고 하는 항공사의 직원 정도만이 나를 신경 쓴다. 지금은 새벽 여섯시지만 공항은 시계  톱니바퀴처럼   없이 돌아간다. 나는 숙취와 약에 절어 겨우 택시에서 내렸다. 곁눈질로 공항경찰의 위치를 살폈다.

잠시 카페테리아에 들러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기네스 사의 흑맥주다. 맛이 남다르다. 사람들은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다.  명의 얼굴조차 기억하기 힘들다. 맥주잔이 늘어가고  독일 여자 같은 종업원이  이상 마시지 않는  좋겠다고 한다.  식당은  이상  맥주 주문을 받지 않고 나를 내쫒았다.

서울을 떠난  오래됐다. 부모님이 물려준 집은 월세를 받고 있다. 나는 서울에서 도쿄로, 도쿄에서 뉴욕으로 왔다. 지금 내가 공항에  이유는 분명 비행기를 타러  것일 텐데, 어디로 가는 어떤 비행기를 타려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이곳에 오기 전에  약과  때문일 것이다. 나는 카페테리아  공항 의자에 눕다시피 앉아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곁눈질이 느껴진다.

해가 떠오르려고 하는지 왼쪽 창문 에서 주황빛의 뜨거운 빛이 눈을 찌른다. 얼굴을 쓰다듬으니 수염이 까끌까끌하게 느껴진다. 눈을 똑바로 뜨려고   정도 노력했을   왼쪽 안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어디야?  지금 내렸어.  찾으러 가고 있어.”
앳된 여자애의 목소리다. 먼지하나 묻지 않은 아름다운 목소리다. 야자수와 에메랄드  해변이 나타났다. 목소리의 주인은 짧은 나시를 입고, 살색 수영복을 입고, 건강하게  피부로  폴더 휴대전화를 귓가에 대고 나에게 말한다.데리러 온다고 했잖아. 어디야?”
나는 물론 뉴욕의 JFK 공항이다.

자동문이 열리고, 그녀는 자신의 몸의 3/2정도 되는 짙은 녹색의 거대한 캐리어를 끌고 두리번거리며 나타났다. 머리 위에는 빨간 테두리의 타원형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짧은 단발머리는 그녀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경쾌하게 흔들렸다. 나는 그녀가 나와 있는 , 그녀가 나와 키스하고, 밥을 먹고, 함께 자는 , 살고 싶어졌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나이를 먹었지만 살고 싶어졌다. 나는  손을 높이 들고 그녀의 이름을 힘껏 불렀다. 그녀의 고개가 느리게 돌았다. 턱밑까지 내려와 있는 단발머리는 오페라 극장의 막처럼 부드럽고 천천히 흔들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