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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 May 25. 2020

파주 집에 비온날

비가 왔다. 파주의 집에.  파주의 집의 생김새를 모르는 사람은 블로그에  <파주 변두리에서 살아남기>  읽어보고 와주었으면 좋겠다.  글은 그것과 이어지는 내용이다. <고양이> 이야기 1편도 같이 읽으면  도움이   같다.

 어쨌든 비가 왔다. 따갑도록 세찬 비는 아니었고 적당히 굵게 내리는 비다. 투투투투 소리가 들리는, 슬레이트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종이에 새까만 유성매직으로 그은 선처럼 선명하게 들리는 비였다. 나는 수중 30M까지 방수가 되는 Boss 사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들고 그녀에게 춤추러 가자고 했다. 맨정신으로 그녀와  추는 것은 조금 부끄러웠기 때문에 우리는 데낄라 다섯 잔을 연거푸 마시고 나서야 마당으로 나갈  있었다. 집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우리는 거대한 마당을 가지고 있다. 내가 아는 모든 공간을 통틀어 그곳만큼 춤추기에 안성맞춤인 곳은 없다. 우리는 슬리퍼를 신고 마당  가운데 블루투스 스피커를 놓았다. 그리고 춤을 추었다. 스피커에서는 왕페이의 <몽중인>, 레드  칠리 페퍼스의 <Dosed>, 씨잼의 <songbird> 리믹스가 나왔다. 아는 부분은 집이 떠나가라 따라 불렀다. 그러면 비는 질세라 시끄럽게 내렸다. 그러자 그녀와  사이의 의사소통은 불가능해졌다. 빗소리와 음악소리에 묻혀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비를   동안 보지 못했었다. 슬레이트 지붕을 투투투투 때리는 그런 비를 말하는 것이다. 추척추적 오는 비가 아니라 거세게 내리는 비다. 파주의 집에서 살면 그런 비는 맞을  있는 비가 되고 춤추기 좋은 비가 된다. 그녀와 나는 서로의 몸에 흐르는 물이 땀인지 비인지, 아니면 눈물인지 모를 정도로 한바탕 신나게 춤을 추었다. 괴기스러울 만큼 활짝 웃으면서  춤이었다.

 뜨끈한 욕조에 물을 받았다. 화장실은 시골집의 화장실이라고 믿기 어렵게 생겼다. 남자 넷이 팔굽혀 펴기를   있을 정도로  화장실은 전체적으로  구워진 나무의 색을 띈다. 마치 촛불같은 조금 어두운 조명이 있다. 대형 티브이만큼 크게  창은  밖에  있는 닭장과 텃밭을 훤히 비출 만큼 큼지막하다. 세면대와 바닥과 장정  명은 거뜬히 들어갈 크기의 욕조는 모두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어메니티* 모두 이솝의 제품이다.

 우리는 차가운 비를 맞은  따뜻한 물이 가득  욕조에 들어갔다. 나는 위스키와 얼음을 조금 가져왔다. 창밖으로 닭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것과 상추가 시원한 비를 맞는 것이 보였다. 빗방울이 떨어질  마다 상추의 잎이 세차게 흔들렸다. 우선 그녀와 욕조에 들어가고 나니  뒤의 과정은 차마 글로 쓰지 못할 만큼 황홀했다.  뒤의 일은 아무래도 비밀에 붙여야   같다. 글로 써버린다면 분명히 온전하게 전할  없을  같기 때문이다.

*어메니티: 호텔이 제공하는 각종 욕실용품과 소모품.


글과 상관 없는 얘기 : 씨잼의 songbird 리믹스 들어보세요.. 중간에 livin in dejavu 가사가 나오는데 기가 막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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