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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 May 24. 2020

중요한 것은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이런 섬에 도착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섬도 흘러가는 중이었지만. 처음엔 도착한  알았다. 나는 그냥 조금   배에 탔을 뿐이었다. 어쨌든  사실을 알게    나중이기도 하고,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섬에는  혼자였다는 것과 섬에서 내가 만난 것들이다. 섬에는 야자수만큼  거울이 있었고 백사장과 투명한 물과 투명한 물에 사는 물고기들이 있었다. 맥주와 위스키가 있었다. 스키야키 재료와 유부초밥과 문어 소시지와 닭장과 닭과 파주의 집과 최신 전자기기가 있었다. 나는 행복해져서 윌슨을 만들고 싶었지만 만들  없어서 다시 불행해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윌슨을 만들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매일 저녁 모래사장에 앉아 레몬을 넣은 병맥주를 마시면서 해가 지는 것을 지켜봤다. 노을은 달아오른 여자처럼 빨갰고 외할머니처럼 잔잔했다. 가끔 모래사장에는 바다거북의 시체나 소라껍데기가 파도에 밀려왔다.

 항해를 하던 도중 중간 중간 사람들을 만나 배에 태우고 내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재미있었고 달콤했다. 적어도 그들과 함께 있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배를 고쳐준 사람도 있었고 노를 저어준 사람도 있었고 먹을 것을 나눠준 사람도 있었고 같이  사람도 있었고 시간가는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도 있었다. 깊은 밤이 되자 그들은 하나   배에서 내렸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됐고 나는 울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울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배에서 내렸지만 나는 계속해서 n명분의 아침식사를 만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라는 단어다. 사람들은 배에서 내렸지만 아침식사는 계속 있었다.

  번의 술자리에서 결국엔  헤어진다 라는 말을 남에게 듣고  남에게 했다. 팩트를 마주하면 기분이 더럽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친구는 그걸  지금 생각하냐고 했다. 내일 헤어져도 오늘 좋으면 좋은 거라고 했다. 좋은 자세다.

 술자리에서 결국엔  헤어진다 라는 말을 남에게 듣고  남에게 했다.  말은 마치 볼드모트의 이름 같다. 이름을 불러선  되는 사람. 한편,  사실을 바꾸려면 정말 마법같은 일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나는 머글인  같은데, 헤르미온느는 머글인데도 훌륭한 마법사가 되었으니 조금 가능성을 열어두어도 괜찮을  같다. 근데 걔랑 같이 있으면 훌륭한 헤르미온느가  것만 같다. 이런 기분은 싫다. 헤르미온느가 되거나 머글이 되고 싶다. 헤르미온느인  하는 머글이나 머글인  하는 헤르미온느는 싫다. 이건 마치 신기록에 도전하는 장대높이뛰기 선수처럼 슬프고 불안하다.  문단에서 중요한 것은 마법이라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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