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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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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 Apr 18. 2020

짜파게티와 치즈케이크



 어느 날 오후 문득 눈을 떠 보니 집에 아무도 없었다. 가족들이 집에 없는 날은 잦았으므로 나는 잠자코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그런데 해가 지고 저녁밥 시간이 지나도 가족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기르던 강아지와 함께 집에 덜렁 있었다.

 삼일 째 가족들이 오지 않자 나는 우선 밥을 먹기로 했다. 가족들이 돌아오면 같이 식사하기 위해 밥을 먹지 않고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배고픔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간단한 된장찌개를 끓였다. 밥을 조금 넉넉하게 해서 가족들이 돌아오면 먹을 수 있도록 남겨 두었다. 대체 가족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와 아빠가 동네 반상회에 참석하느라 밤 늦게 오신 적이 있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짜파게티를 끓여먹으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짜파게티를 일반 라면처럼 끓이는 바람에 물이 흥건한 라면이 되어버렸다. 맛없는 짜파게티를 식탁에 남겨두고 나는 주방을 서성거렸다. 텅 빈 거실을 쓸데없이 큰 형광등 불빛이 비추고 있었다.

 주방의 오븐에는 그 당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치즈 케이크가 구워지고 있었다. 나는 오븐이나 베이킹에 대해 지식이라곤 전혀 없었기 때문에, 엄마가 깜빡하고 오븐을 켜 두고 간 줄 알고 서둘러 케이크를 오븐에서 꺼내려고 했다. 그대로 둔다면 정말로 집이 불에 홀랑 타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오븐은 물론 베이킹 기구들 역시 어떻게 다루는 줄 몰랐다. 결국 어찌어찌해서 오븐을 끄고, 덜 익은 케이크를 꺼내려다 케이크가 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덜 익었지만 어느 정도 구워진 케이크는 기막힌 냄새를 풍겼고 그 냄새를 맡은 동생이 주방으로 왔다. 우리는 마루에 뭉개진 케이크를 손으로 주워 먹었다.

 ‘하지만 이제는 동생도 없군.’ 나는 된장찌개를 먹으며 생각했다. 그날 반상회에서 돌아온 엄마와 아빠의 코트에선 겨울바람 냄새가 났다.

 밥을 다 먹고 나는 괜히 주방을 서성거렸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는 오븐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이제 짜파게티를 굉장히 잘 끓여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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