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하루를 버티는 생각

가볍고도 가볍지 않은 '오늘'에 대한 이야기

by 흔한여신
생각은 내려놓았지만 몸은 쉴새 없이 움직인다.


한 동안 일하는 날이건 쉬는 날이건 구분 없이 몸과 마음이 축 늘어진 채로 살았다. 한 때 내 안에 있다고 믿었던 모든 가능성이나 희망 같은 게 휘발된 느낌이었다. 뭘 해야할 지 알 수 없이 주춤하는 순간 우울함이 몰려왔다. 그렇게 세상의 시간과 함께 내 걸음도 멈춰버렸다. 하지만 요즘은 쉬는 날에도 할일이 많아 바쁘다. 딴짓할 틈도 없이 다음 계획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프다. 생각만 하던 것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몸은 피곤하다고 아우성인데 머릿 속 잡생각들이 많이 사라졌다. 마냥 걱정만 하던 내가 이젠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이든 해보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할일 없이 그저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무념무상의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이나 기사를 읽고, 영상 편집을 하거나 글을 쓰는 게 주된 하루 일과다. 관심 있는 다큐멘터리나 유투브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강의를 들어보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한다. 트렌드를 좇아 재테크 공부도 막 시작했다. 눈이 가는 책이나 글을 조금 읽다보면 여러가지 영감이 떠오른다. 그러다 남는 시간엔 춤연습하기 바쁘다. 그나마 꾸준히 하는 취미생활이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시작한 것들이라 장기적인 로드맵을 세우진 못했지만 우선 그 때 그 때 마음 가는대로 살고 있다. 그저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의미있는 변화다.


출처: 원더풀마인드


처음엔 시작부터 대단한 결과물이
나오길 바라는 조급함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작은 성취에
조금씩 기쁨을 느끼고 있다.


유투브만 봐도 내가 참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남의 글과 책을 보면 볼수록 내 부족한 부분이 눈엣가시처럼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혹은 할 줄 아는 것들을 맘껏 전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그런 재주를 가진 이들이 부러웠다. 그에 반해 내 일상은 참 재미가 없고 뻔한 것 같았다. 그 인생의 주인공인 나 역시 어딘가 엉성하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지나지 않아 깨달은 사실이 있다. 내가 보지 못한 그들의 숨겨진 노력들이 있다는 것을. 단순히 운 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조급해 하지 않아도 언젠간 내게 운이 따를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난 누군가가 피워낸 꽃만을 바라보았을 뿐 그들이 그 꽃을 피워내기까지 얼마나 노력했는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마음을 먹었다.


브런치에 글을 처음 올리는 것 또한 심장 떨리는 일이었다. 관심을 끌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될지, 혹평만 받다 끝나는 게 아닐지 걱정스러웠다. 유투브에 처음 브이로그 영상을 올릴 때도 마찬가지의 심정이었다. 새로운 시도를 하겠단 마음을 먹었지만 좀처럼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실패를 하거나 이도저도 얻은 게 없는 채로 끝나게 될 시간낭비일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또 끊임없이 남들과 나 자신의 위치를 비교했다. 어쩌다 누군가의 좋은 소식을 듣거나 결과물을 볼 때면 ‘역시, 이번 생은 망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안 듣고 안 보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나의 조급함을 부추기는 요소들을 제거해야 했기 때문에.


사실 내 마음 속 불안은 '성공한 삶'에 대한 집착과 욕망이 낳은 것이다. 쫓아가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생각은오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나는 담담해지기로 했다. 쉽게 떨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하는 작은 일들이 앞으로의 첫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먼 미래에 지금을 돌이켜 봤을 때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생각할 수 있도록 작은 것에도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두려움을 이겨내고 첫 발을 뗐다. 그 시작이 미미했으나 어쩌면 그 미래엔 전혀 알 수 없는 시나리오가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가지고.


출처: 원더풀마인드


내 삶엔 덜어내기가 필요하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내 하루를 뭔가로 채워야한다는 강박이 있다. 공부를 하든 일을 열심히 하든 아니면 취미활동을 하든 쉴새없이 뭔가를 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냥 덧없이 흘러가는 하루는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앞의 뭔가에 열중하는 내 자신이 좋았고 체력적 한계를 느끼면서도 그 쾌감을 계속 갈구했다. 그 모든 사이클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깨지기 전까진 마음 건강도 제법 잘 유지되고 있었다. 이미 직장은 있고 더 이상 자기계발의 이유를 찾지 못했으며 모든 대외활동이 금지된 상황에서 나는 혼란에 빠졌다. 난 이제 뭘 해야하는 걸까.


특히 쳇바퀴 굴러가는 듯한 일상을 견디는 게 나에겐 고역이었다. 예전에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인턴을 할 때 이런 이야기를 들은적 있다.

"저는 좀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어요. 좀 여기저기 돌아다닐 일도 많았으면 좋겠고..."
"얘는, 다들 그냥 컴퓨터 앞에서 하루종일 별일없이 앉아 있다가기를 바라. 그게 최고의 직장이라구."

이 말처럼 나는 어쩌면 최고의 직장에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맡은 업무가 내 적성에 맞는 일은 아니다. 일을 하면서 어떠한 기쁨과 보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인형 눈알을 붙이는 기계가 된 것처럼 일정한 루틴대로 움직일 뿐이다. 또 다시 나는 남들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대로 가다간 내 미래가 암울해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실존하지 않는 경쟁에 나 홀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삶은 변주한다. 지금의 고민과 스트레스가 언제까지나 내 영혼을 갉아먹진 않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지금과 달리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전혀 다른 고민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현재 상황이 유지되기도 불현듯 변화하기도 한다. 싫은 일이 주어지기도 좋은 일이 주어지기도 하는 게 인생이다. 더욱이 나에겐 아직 만나지 못한 기회가 많다. 그럼에도 나는 더 좋은 기회를 찾은 남들의 모습에 나는 뭐하고 있는것인가 하는 자괴감에 휩싸여 괴로웠던 적이 많다.


하지만 그런 집착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행복을 발견하기 위해서, 현재의 불행을 차라리 다행으로 여기기 위해서 나는 허황된 꿈에서 깨어나야만 한다. 이 모든 변화를 위해서 나는 '덜어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고 그저 담담히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겨우 시작에 불과한 일에 너무 이른 판단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깨닫고 나서야 마음이 진정되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욕망에 눈이 멀어 외면했었던 진실이었다.


출처: 원더풀 마인드


특히 글을 쓸 때에도 '덜어내기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나는 종종 주제에 대해 뻗어져 나오는 생각들을 가지치지 못해 내용이 방대해진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편을 나누어야 할 만큼 내용이 길어지고 종국엔 읽는 이의 입장을 고려하기보다 내가 담고 싶은 이야기의 방향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글이 길어진 만큼 주제의 통일성을 기하는 게 주안점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한 번 글을 들여다보면 그제서야 부족한 점들이 눈에 띈다. 그 때부터 덜어내는 작업이 시작된다. 결국 내 글은 항상 업로드 된 이후에도 수정이 여러차례 진행된 끝에 완성된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예전에 쓴 글들을 들여다보는 작업은 나만이 알고 있다. 아직은 독자에 대한 배려심이 적은 이기적인 작가라 그런것 같다. 고로 덜어내는 일은 작가로서의 성장을 위해서도 나 개인의 전반적인 변화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결국 삶의 변화를 주도하는 건 지금의 내게 주어진 임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현재를 비관 속에 내버려 두면 미래엔 더 큰 절망 속에 허우적대고 있을 테다.

불안한 현재를 바꾸는 방법은 내게 달려온 파도를 그저 몸을 들썩여 맞이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나는 미래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현재를 써내려 간다.

그렇게 나는 오늘의 불안을 미래의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