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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Aug 22. 2024

발레 예찬기 (1)

취발러의 발레 이야기

나는 매일 발레학원에 간다


   요즘 나의 하루는 꽤 빠듯한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퇴근 이후가 가장 바쁘다. 그래서 퇴근 전 잠깐의 여유시간을 위해 새벽형 인간이 됐다. 7시 반까지 출근해서 4시 반에 퇴근해야 7시 수업 전까지 식사하는 등 조금이나마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 짧은 시간이 하루에 유일하게 숨 돌릴 틈이다. 그나마도 제대로 쉬는 게 아니라 청소하고 빨래개고 식사 준비해서 식사하고 설거지하기까지 사실상 여유가 부족하다. 그렇게 쫓기듯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나면 20~30분 정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 때 잠시 허리를 펴고 눕는다. 운동을 가기 전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이다. 그 만큼 요즘 나는 발레에 심취해있다.


  주 5일 또는 6일 발레 수업을 듣는다. 주중 저녁시간엔 늘 발레학원에 있다. 수업도 두 타임씩 듣는다. 그래서 집에서는 통 쉴 시간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는 건 휴가를 낸 날이나 주말 하루 정도. 매일같이 학원에 나가는 게 지겹다 느껴진 적도 있지만 학원에 가는 동안 잠시 스쳐지나가는 생각일 뿐 다녀오면 언제 그랬냐는듯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 한다. 더 완벽한 발레인 라이프를 위해서 모임에는 관심을 끊은지 오래다. 지금은 오히려 혹시라도 약속이 생겨 하루 발레를 쉬게 될까 전전긍긍하는 입장이 됐다. 체력과 열정을 넘치게 쏟아붇는 게 하나도 아깝지 않을 만큼 매력에 푹 빠져있다. 약속이나 일정이 생기는 게 두려울 만큼 수업을 가는 게 매일의 루틴이 됐고 보잘 것 없는 하루의 큰 기쁨이 됐다.


지독한 발레 사랑에 빠진 것이다


  물론 매일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실력이 일취월장으로 느는 게 아니라 답답하기도 하고 재능이 없구나 싶은 마음에 좌절할 때도 있다. 하지만 포기할 뻔한 위기의 순간을 몇 차례 넘기고 이제는 발레에 진심이 됐다. 처음엔 한 때 잠깐인 취미생활일 줄 알았는데 지금은 발레 음악만 들어도 흥분이 차오르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소위 '헬창'들이 단백질 보충제를 먹으면서까지 운동에 진심인 것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단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들의 심정에 매우 공감을 한다. 나 역시 각종 운동 유투브들을 찾아보며 더 좋은 운동방법, 더 좋은 몸매관리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파고들수록 어렵고 때론 자신의 한계를 체감하며 의욕을 잃기도 하지만 애정이 너무 넘치는 까닭에 포기할 수가 없다.


Getty image


예뻐보여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흔히들 하는 운동이 아니고 남녀노소 즐기는 게 아니라 종종 오해를 받기도 하는 게 '과연 운동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나도 처음엔 동작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레오타드'라는 발레복장을 입는 것조차도 수치스러웠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호기심에 이끌렸던 것이지 발레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고 몸에 살도 많이 붙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발레 공연을 볼 때도 춤의 우아함 혹은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전에 저게 뭐라고 저렇게 박수를 받나 하는 무식한 생각을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발레를 배우면서 알게 됐다. 그 몸짓이 얼마나 대단한 노력의 결과물이었는지,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는지.


  내가 특별히 발레에 매료됐던 까닭은 카운트를 세는 운동이 아니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더라도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 덕분에 발레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는데 지금은 체형변화와 활력증진과 같은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되면서 더욱 빠져들게 됐다. 물론 식사량도 줄었긴 하지만 처음 발레를 배울 때와 비교해 거진 10kg 가까이 살이 빠졌고 감량 뿐만 아니라 몸의 선도 좀 더 우아하게 변했다. 동작들을 연마하고 자세를 바로 잡는 연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춤추기에 아름다운 선으로 체형이 변화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탁월한 효과가 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발레수업을 들으며 열심히 힘든 동작들을 수행하고 나면 낮에 쌓였던 감정적 울분이 절로 해소되어 있다. 타고나기를 감정적인 사람이라 좋지 않은 일을 경험하면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굉장히 심해서 너무 힘들어했는데 물론 나이가 들면서 사고방식이 조금은 유연해진 것도 있으나 운동을 하면서 만큼은 모든 걸 잊을 수 있어서 좋다. 따라하기 힘든 동작들을 어설피 따라하면서 연약한 근육에 힘을 주어 찢어내면서 땀으로 몸이 범벅되고 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이 몰려왔다. 그러한 긍정적인 감정들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나의 행복을 위해
발레는 필수가 되었다


https://www.studiorballet.com/the-ballet-body-the-physical-benefits-of-ballet/


이제는 나의 내 몸을 사랑하게 됐다


  발레를 꾸준히하면서 체력도 향상됐고 근력도 좋아지다보니 이제 운동 자체를 좋아하게 됐다. 물론 발레만큼 모든 운동을 꾸준히 할 자신은 없지만 이제는 더 이상 운동을 기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운동 관련 컨텐츠를 찾아보고 배워볼까 싶은 마음에 등록을 망설일만큼 관심이 높아졌다. 몸의 쉐입도 좋아지면서 과감한 의상에 도전해 볼 용기가 생겼고 그래서 운동복도 더 이상 보다 과감한 디자인으로 고르고 있다. 사실 몇 년 전까지 이제 나이가 들어 살도 빠지긴커녕 찌기만 하고 20대에 때와 비교해 점점 '망가지는 것 같다'고 느끼며 우울해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운동을 하지 않았던 20대에 비해 지금이 훨씬 생기있어보이고 살에도 탄력이 느껴져 더 만족스럽다.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그러한 변화는 내 삶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신체적인 매력과 몸의 기능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해 우울했던 마음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결과는 내게 새로운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고 다른 운동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구는 스포츠 영역에 대한 관심으로 번지며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다. 20대에만 해도 운동의 ㅇ자도 싫었던 내가 이토록 몸에 대해 그리고 건강에 대해 관심 가지게 될 줄이야. 불과 3년 전만 해도 관심조차 없었던 내가 운동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래서 지금은 앉아서 글쓰거나 정적으로 있는 시간보다 움직이고 활동하는 시간이 더 길다. 그렇다 보니 차분히 앉아서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마음을 쏟기보다 실컷 움직이고 돌아와 겨우 몸을 뉘여 휴식을 취하는 게 전부가 됐다. 그 만큼 쓸데없는 생각도 줄었고 잠자지 못하는 밤도 줄었다. 너무 근육통이 심해서 잠을 깬 적은 있어도 스트레스로 앓아 눕는 것은 현저히 줄었다. 또 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두려웠다. 그래서 힘들 때마다 기댈 사람을 찾았고 모임에 의존하다시피 살면서 사람과의 관계에 온 마음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과의 만남보다 스스로와의 약속이 더 중요해졌다. 발레가 없는 삶은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을만큼 발레에 진심이니까.


고통을 이겨낸 끝에 아름다운 결과물이 있다. 노력한 만큼 그 결과를 증명해 낼 수 있는 것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https://www.nytimes.com/2023/05/29/arts/dance/new-york-city-ballet-dancer-standout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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