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엄마가 없을 때 동생들과 끓여 먹던 짜장라면이 생각납니다. 봉지 뒷면의 깨알 같은 조리법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일단 면부터 넣고 봤지요. 물을 너무 많이 남겨 맹탕을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물을 몽땅 버려 뻑뻑한 면을 꾸역꾸역 씹기도 했고, 유성 스프를 처음부터 넣고 끓여 엄마가 끓여준 맛이 나지 않아 갸우뚱하던 기억들까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제가 정해진 순서보다는 느껴지는 감각대로, 일단 저지르고 보는 사람이라는 걸요.
어느덧 오십 대 중반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호수처럼 잔잔해질 줄 알았는데, 저는 여전히 그 시절 짜장라면을 끓일 때처럼 소란스럽고 서툽니다. 내가 나를 알긴 하는 건지 당혹스러울 때가 더 많습니다.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잠재워보려 글쓰기를 선택했습니다. 준비된 건 없지만, 일단 ‘매주 수요일 연재’라는 선언부터 덜컥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제 글은 '조리법을 무시하고 끓인 라면'을 닮았습니다. 어떤 날은 물 조절에 실패해 뻑뻑하고, 어떤 날은 감정이 과해 느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5화를 앞둔 지금, 입가에 묻은 춘장을 닦아내며 이제는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무엇을 쓰려하는지, 그 투박한 속내를요.
사실, 짜장라면은 혼자보다 여럿이 모여 먹을 때 더 맛있는 법이지요. 제 글도 누군가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다정한 연결이 제가 계속 써 나갈 동력이 될 테니까요.
처음부터 프롤로그를 쓰지 않은 건, 정직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저조차 제가 무엇을 쓸지 몰랐으니까요. 이제야 조금 윤곽이 잡힙니다. 이 글은 근사한 요리가 아니라, 허기를 채우기 위한 삶의 기록입니다.
내가 나를 안아주지 않으면 누구도 안아주지 않기에, 정해진 조리법보다 내 마음의 소리를 먼저 읽어보려 합니다. "맞아, 나도 그래"라며 기꺼이 맞장구쳐 주실 당신을 기다리며.
*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는 작가의 의도를 담아 AI(Gemini)로 생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