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나치 전범에 관한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읽고, 오늘 아이히만쇼라는 영화를 보았다. 책도 어렵고 영화도 무겁다. 악의 평범성, 공무원의 태도, 타인에의 공감, 사유하지 않는 죄 등 이야기 나눌 것은 무수히 많건만, 이 영화를 보면서 왜인지 나는 유난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히만의 아내는 어땠을까.
아이히만이 집에서는 좋은 아버지였다는 말이 참 무섭고 슬펐다. 자기의 삶이 어떠하든 아버지로서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봐야할까, 무수히 많은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의 아이들만큼은 아낀 소름끼치는 이중성으로 봐야할까. 그의 아내는 그가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아마 몰랐을 것 같다. 오늘날에도 직장이 다른 부부라면 서로의 일에 대해선 서로 공유하지 않는데, 그 당시라면 더욱 그렇지 않았을까. 만약 알았다면 동의했을까. 동의하지 않지만 남편이기에 묵인했어야 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싸워봤지만 의미없는 일이었을까. 만약에 정말 그녀가 아무것도 몰랐다면, 아이히만이 그저 성실한 가장이자 자상한 아버지이며 좋은 남편이라고만 알고 살아왔다면, 그녀의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한번도 등장하지 않은 그녀의 삶이 안타까웠다.
어렵고 복잡한 책과 영화의 끝에 이렇게 적어본다.
늘 사유하며 살겠다. 교사로서, 엄마로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리고, 생각한대로 살고자 애쓰겠다. 나의 생각이 오만해져서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또한 경계하며 살겠다.
2020.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