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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물감: 결혼반지가 불편하다

by 글쓰는고양이

결혼반지를 끼워 넣은 약지가 꽤 오랫동안 불편했었다. 신체에 무언가를 걸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세수를 할 때 얼굴에 걸리적거리고, 키보드를 칠 때 손이 무거웠다. 자취방에 귀가하면 무거운 옷을 벗어던지듯 반지를 빼버렸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짝꿍은 서운해했다. 사랑의 징표를 항상 몸에 지니길 원했다. 그 이후로 빼지 않고 생활했지만 한동안 왼손 약지에 항상 의식이 가있었다.


6개월 정도 지난 어느 날, 반지가 의식되지 않는다고 의식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체의 일부로 받아들인 듯하다. 퇴근 후에 무의식적으로 빼고 싶을 때마다 짝꿍의 서운한 표정을 떠올렸다. 어쩌면 슬며시 빼도 알아차리지 못하겠지만,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것이 그녀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진실이 금속 덩어리를 내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한 것이다. 사랑의 작은 신비를 깨달았다.


신혼집에 들어온 지 약 두 달 정도 되어가는동안, 함께 붙어있는 것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던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을 겹쳐놓는 일은 생각보다 불편했다. 10년 넘게 혼자 살았던 나와, 부모님의 품 안에서 오래 살았던 짝꿍은 서로가 사소하게 걸리적거리는 기분을 마주했고, 그 기분은 참 어색했다. 이물감을 맞닥뜨린 첫 순간들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노력과 배려가 필요했다. 말로만 듣던 결혼 생활이 시작됐음을 체감했다.


나는 그렇게 어색하고 불편한 순간마다, 손가락의 반지를 만지작거린다. 불편함의 연속을 내 몸에 익숙함으로 체화한 사랑의 신비를 깨달은 기억을 떠올리면, 그녀와 나 사이의 이물감은 슬며시 사라진다. 그리고 이 불편함이 익숙함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작은 믿음이 또 하나 자리를 잡는다. 그렇게 익숙함이 완전히 자리잡으면 스스로를 대견하다며 감사기도를 드린다.


결혼이 이런 게 아닐까? 멀리서 보기에는 예쁘고 화려해서 얼른 갖고 싶지만, 일상이 됐을 때 맞닥뜨리는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 반지처럼 말이다. 개인의 삶을 침해받고 싶어 하지 않는 이 시대에,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타인과 시공간을 중첩해야 하는 결혼이 어리석다고 여기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신을 자신으로써 정의할 수 있는 근거는 곧 타인이 존재함이고, 나아가 나와 너가 우리로 맞물려 변화해가는 기쁨을 누리는 유일한 방법은 결혼인 것 같기도 하다.


우리의 결혼반지, photo by (instagram) @ohbyounghwan a.k.a @saramsazin


이 글을 쓰면서 결혼반지의 의미를 검색해 보니, 네 번째 손가락에는 심장과 연결되는 정맥이 있어서, 이 손가락에 반지를 끼면 사랑하는 사람을 내 심장과 가장 가까이 두고 항상 함께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이 반지처럼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반지는 여전히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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