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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이어깨동무 Sep 05. 2024

평화로 가는 여정

2024 글로벌 청년 평화 포럼 후기 - 박서연 

글로벌 청년 평화 포럼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북아일랜드, 사이프러스, 일본, 캄보디아 등 여러 국가의 평화활동가가 한 자리에 모여 국제분쟁, 기후위기 대응 등 글로벌 공동이슈에 대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입니다. 2024 글로벌 청년 평화 포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데스몬드&투투 레거시 재단, 미국친우봉사회, 사이프러스 역사대화연구소, 캄보디아 피스갤러리, 미국 아시안화해센터, 일본 코리아어린이캠페인, 북아일랜드 알시티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화활동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대학생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첫 일정은 여순 사건 필드워크였습니다. 여순 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 중이었던 국군 14연대 소속 장병들이 제주 4.3 사건을 진압하라는 이승만 정부의 출병 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봉기로, 그 진압과정속에서 민간인들이 학살당한 사건입니다. 임재근 박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여순 사건이 개발도상국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 인권에 대한 경시 풍조가 야기한 국가에 의한 국민 살인 사건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끔찍한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였고, 집단의 심리를 공부한다면 그 해답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 생각해 집단 역학을 공부하고 싶어졌습니다.



이후 데스몬드& 레아 투투 레거시 재단 CEO 자넷 잡슨 님의 특강을 들었습니다. 평화가 무엇인지, 어떻게 평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특강을 들으며 연결성(connectiveness)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와닿았습니다.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하게 느끼려면 서로가 서로의 공통점을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이러한 공통점이 기존 집단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포괄적인 정체성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강의를 들으며 한국의 통일 문제도 정체성의 결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사회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이민자 관련 연구가 많이 미흡하다는 것이 다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해도를 보여줍니다. 탈북자들 중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우리 사회가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과 동일한 정체성을 지녔다고 가정하기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분단이 80년이 넘어간 지금 시점에서 남북한의 통일은 같은 정체성을 지녔으나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달라 갈라진 두 집단의 통합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닌 두 집단의 결합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한이 통일이 되었을 때 혼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는 많은 면에서 다르지만, 그래도 어떠한 공통점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같은 사회의 구성원이다’라는 더 커다란, 포괄적인 정체성이 형성이 되어야 하는데, 여기서 우리가 지닌 어떤 공통점이 우리 사회의 정체성이 될 지에 대해 사회적 담론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둘째날에는 피스 게임(Peace Game)을 진행하였습니다. 피스 게임은 모의 UN과 비슷한 활동으로, 5개의 국가와 1개의 비정부기구가 모여 특정 의제에 대한 지역 행동계획을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공동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모두 각 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다 보면 기후대응, 평화유지 등과 같이 인류 전체가 함께해야만 실현할 수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이 활동을 하면서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모두의 의지 및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느꼈고, 만약 제가 사회의 심리에 대해 잘 알면 더 효과적인 평화 구축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순천만습지를 탐방하였습니다. 순천만습지를 보존하기 위한 시민의 연대가 정치에 반영되어 오늘날 우리가 멋진 자연경관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벅차게 다가왔습니다. 


포럼에 참여한 후, 평화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열정으로 가득한 다른 참가자들을 보며 평화 구축에 흥미가 생겼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평화의 정의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포럼에서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를 보는 관점에 대해 묻고 다녔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아직 저 스스로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많은 분과 교류하며 정말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저와 같이 방을 사용했던 다른 참가자 분과 밤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공유하며 글을 맺고자 합니다. 지난 6월 24일 화성 아리셀 공장에 큰 화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다수가 외국인 노동자였기 때문에 사건의 규모에 비해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 정착한 모든 이주민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구성원입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국민들이 이들도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요? 평화를 그리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금은 깨달을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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