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대 여섯 번의 이사와 더불어 집 평수를 줄여갔는데도 우리집 거실 탁자 겸 책상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밤색의 데코라인 브랜드의 원목으로 된 긴 직사각형의 테이블 겸 좌식 탁자는 현재 우리 부부가 가장 애정하는 책상이기도 하다.
이 탁자 겸 책상은 세로 길이가 키 160센티쯤 되는 내 한 쪽 팔을 어깨부터 쭉 펴면 손바닥이 끝에 걸릴 만큼이고, 가로는 팔을 쭉 뻗었을 때 양 쪽 손바닥만큼 남는다. 15년 쯤 전 유행하던 내 손바닥 만한 짙은 밤색의 널빤지를 8개 세로로 이어붙이고 그 절반 폭의 나무로 테두리를 마감했다. 이어붙인 자리에 홈이 약간 파져 있는 디자인이어서 먼지가 끼일까봐 청소와 실용성을 위해 유리판을 깔아 두었다. 탁자의 다리는 좌식 책상으로 사용하면 딱 무난할 만큼 길이로 되어 있다. 네 개의 기둥 아래에 홈을 파서 책상 옆 좌우 양쪽에 나무 바 2개가 가로지르면서 홈을 통과하며 단단히 결합되어 있는 구조이다.
달랑 업무용 노트북 한 개만 올려놓은 남편은 늘 내 물건의 부피에 불만이다. 어쩌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리가 넓은 남편의 영역으로 공용인 에어컨 리모콘, TV 리모콘, 티슈 박스등이 넘어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왼쪽으로 더 넓게 바닥이 확보된 소파의 왼쪽 끄트머리에 기대어 TV를 즐겨보는 남편은 가끔 내 노트북 왼쪽에 커피잔과 안경을 올려 놓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그 것들을 오른쪽 남편의 영역으로 밀어놓게 되는 것은 뭐지?
그럴 때마다 팔을 뻗쳐서 커피잔과 안경을 집어 들기가 불편해진 남편은 짜증을 낸다. 이 탁자의 3분의 2를 내 물건이 차지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뭐 얼마나 내 물건을 늘어놓았다고 그래?” 볼멘 소리를 하면서 나 역시 책과 필기도구를 주섬주섬 챙겨서 탁자 아래 바구니에 밀어넣는데 유년시절 책상에 금을 그어 놓고 남자 짝꿍과 영역싸움을 하던 추억이 소환되어서 픽 웃음이 나기도 한다.
널찍한 안방 책상을 두고 굳이 거실 탁자에 애착하는 것은 오래된 아파트가 주는 자연의 혜택 때문이 아닐까? 베란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짙푸른 하늘 위 떠오른 구름 위에 한낮의 밝은 햇살이 비치면, 올여름 유난히 더 커 버린 키 큰 나무들의 싱그러운 가지 위에 앉아 있는 새소리와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거실 원목 탁자 앞에 앉는 우리를 수목림의 통나무 평상 위에 있는 착각을 하게 해 준다. 자연이라는 커다란 움직이는 액자가 있어서 위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우리 부부의 최애 책상은 그래서 버릴 수 없는 애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