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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느 May 10. 2022

소설 <파친코> '경희'

-캐릭터 스케치-

평생을 그렇게 패밀리를 위해서 이타적으로 산 사람도 없으리라.



소설 <파친코>를 읽고  등장인물 ' 경희 '에 대해 느낀 한 줄 평이다. 그녀는 대가족 시대에 적응한 양반집  규수 출신답게  남편을 지극하게 섬기고 한 집에 사는 시동생과 그의 아내, 조카들까지 평생 돌보고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여유 있는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그 시대에 드물게 교육의 혜택도 받고 일본어도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알았던 그녀는  자발적으로 일본으로 건너온 남편과 함께  한인 빈민촌에 집 한 채를 살 정도로 그나마 꽤 혜택 받은 부류였던 것 같다.


그녀의 남편은 실용주의자로 일제 식민지하의 조선 땅에서 모두 빼앗기고 사느니 일본인의 반의 보수라도 받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자 자발적으로 일본으로 건너온 평양의 꽤 이름 있는 가문의 출신이었다. 일본에 온 여느 조선인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임을 자부심으로 알고 그들보다 한 계급 나은 존재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며 노력한다.


그는 언제나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와 좋은 얼굴로 일본인 상사를 대했고 그 점은 그의 아내 경희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선자와는 달리 조선인답지 않은 밝고 유창한 일본어에 화사하면서 예쁘장한 그녀의 얼굴은 장을 보러 나간 시장에서도 어디서나 남자들에게 호감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불안하고 예측할 수 없는 땅에 살다 보니 그녀의 얼굴은  늘 무표정한 미소를 머금지 않았을까!




불운하게도 자식을 가지지 못했던 그녀는 조카들을 친자식처럼 품었고, 말년에는 심각한 화상을 입고 겨우 살아남은 괴팍한 남편을 돌보느라 더욱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런 그녀를 흠모하던 사람조차 곁을 주지 않고 떠나보내야 마땅하다고 스스로를 가둘 정도로 그녀의 신앙과 도덕의 잣대는 엄격했다.  


 한 번쯤은  진짜 행복한 미소를 보고 싶은 '경희'를 내 마음의 눈으로 그려 본다.







 









일본에서 차별받는 자이니쉬로 살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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