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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임왕 KIMU Mar 19. 2020

작품과 상품의 공존 : 우리는 봉준호가 될 수 있을까?

모임 <0 ZONE>의 시작

영화를 보며 경외감이 든 건 처음이었다. 이것이 마스터피스라는 느낌도 받았다. 영화 <설국열차>였다. 하지만 설국열차에서 오는 경외감의 이유는 몰랐다. 그냥 막연히 가지고 있었다.


그 후 봉준호의 <기생충>이 세상에 나왔다. 관객과 시상식. 둘 다 인정하는 결과물을 냈다. 상품으로 대표되는 아카데미 영화제와 작품으로 대표되는 칸영화제를 수상했다는 어느 평론가의 말을 들었다. 나의 경외감을 꿰뚫는 정답이었다. 시대가 필요한 메시지를 표현, 완성도를 가져가며,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을 오락영화의 역할도 훌륭히 해낸다.  예술적인 완성도도 갖추면서, 대중상품으로써도 손색이 없는 결과물이었다.


 봉준호 영화 경외감의 정체가 작품과 상품, 예술성과 대중성을 완벽하게 표현해서이다. 극과 극에 있는 공존하기 힘든 두 가지의 가치를 조화롭게 디자인하였다. 그러면 작품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작품성과 상품성의 차이는 무엇일까?


작품적인 뛰어남과 상품적인 뛰어남의 차이가 무엇일까?


한복을 재해석한 옷 행사를 지인 디자이너와 가게 되었다. 옷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이 간 디자이너의 관점은 달랐다.  한복을 재해석 방식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라 했다. 작품에서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이 비전공인과 전공인의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전공인이자, 소비자의 관점은 지금 보이는 시각적인 결과물의 형상을 봤는데, 디자이너이자 생산자는 그 안에 있는 깊이와 디테일 그리고, 생각의 내공을 기반으로 한 과정들도 같이 보인다는 것이다.


상품 : 사고파는 물품. 장사로 파는 물건. 또는 매매를 목적으로 한 재화


작품 :  예술 창작활동으로 얻어지는 제작물

창작활동: 자기의 인상, 감정, 사상 따위를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활동


작품성과 상품성의 차이는 생산자 관점과 소비자 관점의 차이다. 작품적인 완성도는 해당 장르를 생산하는 사람이 공감을 한다는 것이다. 만든 사람이 얼마나 고민을 한 작품인지, 그리고 완성도 있는지 말이다. 상품성은 사람들이 지갑을 열어 그만한 값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다.



특별하지 않은 개인이 예술품적인 완성도와 상품적인 완성도를 어떻게 표현할까?


봉준호와 같은 완벽한 결과물을 내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내공이 필요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면서, 대중들이 알아주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엘리트도 아니고, 내공도 부족한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될까? 예술성과 대중성. 나 역시도 이러한 고민을 했다. 혼자하는 고민은 한계가 있어 모임 <0 ZONE>를 만들어 이러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상품성과 작품성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모임 <0 ZONE>를 통해 얻은 지금까지 나온 나만의 결론은 두 가지다.


자신의 장르를 시대의 맞게 변형을 한다.

소비습관과 라이프스타일에 가까운 제품으로 자신의 가치와 완성도를 표현한다.




1. 자신의 장르를 시대에 맞게 변형한다.


시는 깊은 사색의 수용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문학 장르다. 하지만 하상욱 시인은 요즘 시대에 맞는 SNS라는 플랫폼에서 풀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시라는 본질은 죽지 않았지만, 시대에 따라 변화시킨 것이다. 체할 것 같아 잘 못 먹는 장르에서 시대가 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디자인하여 완성한 것이다.


음악산업은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산업 중 하나다. 음반에서 음원으로  변화할 때, 음반 소비가 줄어들었다. 아이돌 업계에서 CD의 포지셔닝을 단순히 음악을 듣는 도구가 아니라 정의했다. 아이돌 화보집, 팬사인회 티켓, 아이돌 굿즈라는 리포지셔닝을 통해 자신의 장르를 시대에 맞게 변화를 주었다.  


레드벨벳 앨범은 상품이 아니다.  마스터피스다



2. 소비습관과 라이프스타일에 가까운 제품으로 자신의 가치와 완성도를 표현한다.


<0 ZONE> 모임에서 갤러리 탐방을 간 적이 있다. 대부분이 그림을 전시한 갤러리였다. 한 갤러리만 조그마한 소품들을 전시해놓은 갤러리였다. 갤러리에서 구매의 욕구가 솟구쳐오기는 쉽지 않다. 갤러리의 작품을 구매하는 경험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서 본 조그마한 소품 하나는 꼭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젓가락 받침대였는데, 받침대 5개를 모아놓으면 꽃의 형태가 되는 형태였다. 작품의 상품성을 작가의 표현방식이 아닌, 담는 그릇으로 표현하는 것도 방법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품이 실용적이고 소비자 구매 습관에 익숙한 형태로 구현이 된다면, 상품성이라는 가치는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우리가 찬양하는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도 좋은 예시다. 핸드폰이라는 라이프스타일에 깊게 스며든 상품을 통해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의 형태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생각을 담는 물감일 뿐이다. 물감, 그릇이 어떻든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잘 담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작품과 상품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다.

사고 싶다고 생각이든 작품이자 젓가락 받침대.


나 역시도 봉준호가 되기 위한 완벽한 정답을 찾지는 못했다. 위에도 말했듯이 봉준호가 되려면 수많은 내공이 필요하다. 작품성이 뛰어난 상품.  상품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보며 이야기를 하며 토론을 하며, 우리만의 내공을 쌓는 경험이 중요하다. 나는 그러한 경험을 모임 <0 ZONE>를 통해 쌓는 것이다. 여러분도 혼자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모임을 만들어 이야기하며 속해있는 산업의 봉준호가 되기 위한 길을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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