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돈가스 먹을래 치킨 먹을래?
딸은 돈가스가 먹고 싶다고 한다.
매주 목요일, 집 앞 아파트에선 알뜰장터가 열린다. 작은 화분, 아이들 학습지부터 닭발, 닭강정, 치킨, 떡볶이, 순대, 옥수수 수많은 먹거리들 속에 돈가스도 있다. 다양한 구성의 세트 메뉴가 있는데 우리가 사다 먹는 건 1번 등심 돈가스 3장, 치킨가스 6장이다. 만원이다. 사실 값이 아무리 싸도 맛이 없으면 한번 먹고 안 먹었을 텐데 재작년부터 사 먹기 시작해서 거의 2년째 한 달에 한번 정도는 꼭 사다 먹고 있다.
돈가스가 튀겨지는 동안 서서 가만히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 사장님 부부가 늘 웃고 계시다는 걸 알 수 있다. 항상 친절하시다. 피곤함이 티가 안날 정도로 밝다. 미리 준비해오신 빵가루를 입힌 돈가스를 작은 냉장고에 넣어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꺼내 바로 튀겨 주신다. 남자 사장님은 주문을 받고 등심, 치킨, 생선 가스 등을 쟁반에 담아 부인분께 건넨다. 여자 사장님은 노릇노릇 잘 튀긴 후 기름을 살짝 빼주고 포장한 후 푸짐한 비닐봉지를 손에 쥐어 주신다. 두 분의 호흡이 척척 맞아서 여태껏 오래 기다려본 적이 없다. 물론 사람이 많아 줄을 서서 기다려본 적은 있지만.
어김없이 목요일은 왔고, 아이가 오기 전 미리 사다 놓을 겸 점심에 장터에 들러 세트 1번을 주문했다. 받아 든 봉지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고 있었고 서둘러 집에 와 굴 미역국과 돈가스를 먹었다. 매일 떡이나 빵으로 대충 때우던 홀로 먹던 점심이 이 날은 꽤 든든했다.
저녁에는 치킨가스를 무려 세장이나 야무지게 먹은 아이가 기특해 상으로 아이스크림을 주고, 남편 몫은 반찬통에 따로 담아두었다.
장터가 앞으로도 계속 열렸으면 좋겠다. 아이가 등원할 때부터 트럭에 잔뜩 물건을 싣고 와 준비하는 상인들의 부지런함, 평소엔 주차장이던 그곳이 활기차고 음식 냄새 그득 풍기는 장터로 변하는 것이 참 좋다. 돈가스 파는 사장님 부부도 정문 바로 옆 그 자리에 계셨으면 한다.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한 끼 반찬도 되고 아이 재우고 먹는 맥주의 훌륭한 안주도 되어주는 고마운 존재이며, 이거 팔아 얼마나 남을까 싶은 푸짐한 인심은 덤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