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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biana Jul 27. 2020

비행기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라면이지!

비행 에피소드


띵.. 띵.. 띵..
승객 호출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처럼 쉴 새 없는 호출 소리는 어둠을 깨우고 감기는 우리의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첫 번째 식사 서비스가 끝나고 기내 판매와 입국서류 배포를 마치면 객실 조명을 어둡게 조절하고 낮 비행이라면 창문도 닫아 기내는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승무원들도 교대로 밥을 먹고 CRA(crew reat area)로 휴식을 취하러 간다.
남은 승무원들은 두 번째 식사 서비스 준비 및 승객 케어를 한다.
이 레스트 시간은 낮 비행이냐 밤 비행이냐에 따라 승무원의 워크로드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장거리 낮 비행은 대부분 승객들에게만 낮이지 승무원에게는 밤인지라 두 다리도 두 눈꺼풀도 무겁기 그지없다.
시차를 거스르는 생활이 일상인지라 몸은 고맙게도 그 무게를 이겨내준다..
"12 브라보(B) 손님 라면이요~"
"응 라면 하나~"

막 끓여 서비스 나가기 전. 군침돋는 라면


낮 비행 레스트 시 라면 오더의 시작은 우리는 레스트가 끝날 때까지 눈 코 뜰 새 없이 라면을 끓이게 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신라면 특유의 매운 향은 갤리 커튼을 넘어 비즈니스 클래스 전체로 은은하게.. 아니 공격적으로 퍼져나간다.
아직 라면 한 개도 다 못 끓였는데 후배님이 오더를 받아온다.
"사무장님 9 델타(D) 승객 라면이요~"
갑자기 손이 바빠진다. 서둘러 트레이에 매트를 깔고 칠러 카트에서 꺼낸 반찬을 세팅한다.
몇 트레이는 만들어 세팅을 해놔야  시간이 단축된다.
12B 승객에게 라면을 드리는 순간.. 영화를 보고 계시던 12A 승객이 말씀하신다.
"'저도 라면 먹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이것은 곧 라면 박스가 텅 빌 징조이다.
서둘러 갤리로 돌아가 하늘 식당을 재개한다.
이제 갤리와 온 캐빈은 그냥 라면집이다.
저기 이코노미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승객도 이 냄새를 맡으면 안 먹을 수 없게 되는 것이 바로 비행기 라면이다.
기내에 환기시스템이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게 끓여나간 라면 그릇이 싹싹 국물까지 싹 비워서 돌아오면
음~~ 내가 쫌 맛있게 끓였나 보군~ 하며 수년간 다져진 기내라면 끓이기 내공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며.. 다시금 무거운 나의 눈꺼풀과 다리에게 힘내라며 위로를 건넨다.
가득 찬 라면박스가 어느새 바닥을 보인다. 먼저 레스트 간 승무원들이 돌아오고 인수인계를 하고 나면 우리도 드디어 쉬러 간다.
꺅~~ 드디어 잘 수 있다!

비행기에서는 핫팟이라는 도구로 라면을 끓인다

파우치와 담요, 핫팩을 껴안고 졸린 눈을 비비며 CRA로 간다.

여전히 풍겨오는 라면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니 진한 라+밥의 유혹이 나를 흔들었지만 오늘은 잠이 먼저!

모두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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