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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Sep 16. 2022

졸지 않는 그녀

Non-sleepy Beauty

An oil painting by Frederic Leighton of a woman sleeping on the yellow couch


그녀는 웬만해서 졸지 않는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녀는 본인 스스로가 졸린다는 것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평범한 저녁, 나는 소파 앞에 앉고, 그녀는 소파 위에 누운 채로 TV를 본다. 어느샌가 조용해져서 뒤를 돌아보면 그녀가 졸고 있다.


"졸려?"
"아니. 안 졸려"


분명 존 것 같은데 안 졸리단다.


그녀가 그녀의 졸림을 부정할수록, 나는 더욱더 그녀의 졸림을 증명하고 싶어진다 (이상한 심보다).


다시 TV로 시선을 돌리지만, 이제 나의 신경은 TV 속 화면이 아니라 그녀의 숨소리로 향한다.


중간중간 슬쩍 뒤돌아 보면, 그녀는  "안 졸린다니까"라고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말한다.


그러다 잠시 후,

먹이를 노리는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본다.


그녀가 눈을 감고 있다.

'이때다!'


졸고 있는 그녀를 슬쩍 안아본다.


"졸았지?"
"응. 좀 졸리네."


그녀가 드디어 그녀의 졸림을 인정한다.
나의 승리다.


졸리면 자도 되는데 왜 이렇게 안자는 척을 하는 걸까?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체득한 반사 반응 같은 걸까?


초저녁이면 종종 벌어지는 이 소소한 신경전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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