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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 않는 그녀

Non-sleepy Beauty

by 물결

An oil painting by Frederic Leighton of a woman sleeping on the yellow couch


그녀는 웬만해서 졸지 않는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녀는 본인 스스로가 졸린다는 것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평범한 저녁, 나는 소파 앞에 앉고, 그녀는 소파 위에 누운 채로 TV를 본다. 어느샌가 조용해져서 뒤를 돌아보면 그녀가 졸고 있다.


"졸려?"
"아니. 안 졸려"


분명 존 것 같은데 안 졸리단다.


그녀가 그녀의 졸림을 부정할수록, 나는 더욱더 그녀의 졸림을 증명하고 싶어진다 (이상한 심보다).


다시 TV로 시선을 돌리지만, 이제 나의 신경은 TV 속 화면이 아니라 그녀의 숨소리로 향한다.


중간중간 슬쩍 뒤돌아 보면, 그녀는 "나 안 졸린다니까"라고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말한다.


그러다 잠시 후,

먹이를 노리는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본다.


그녀가 눈을 감고 있다.

'이때다!'


졸고 있는 그녀를 슬쩍 안아본다.


"졸았지?"
"응. 좀 졸리네."


그녀가 드디어 그녀의 졸림을 인정한다.
나의 승리다.


졸리면 자도 되는데 왜 이렇게 안자는 척을 하는 걸까?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체득한 반사 반응 같은 걸까?


초저녁이면 종종 벌어지는 이 소소한 신경전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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