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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Oct 20. 2022

선을 넘는 그녀


우주의 중심이 된 여인

An abstract painting of a woman who becomes the center of the universe.


자기, 또 선 넘었어.


그녀가 또 선을 넘는다. 무슨 선인가 하니, 우리 소파를 양분하는 가상의 선이다. 두 사람이 소파에 앉을 땐, 공간을 적당히 반으로 나눠서 각자의 자리에 앉는 게 일반적일 테다. 하지만 소파에 앉을 때, 그녀는 자연스럽게 소파의 가운데로 향한다.


"가운데가 편해?

"응. 좋아."


저기 소파 가운데는 방석 패드 두 개가 만나는 자리라 분명히 불편할 텐데, 그래도 굳이 그녀는 센터에 앉는다. '정말 편한 걸까?'라는 의심과 함께 그녀 옆 (다소 협소한) 자리에 앉는다.




"늦었다. 이제 자자."

거실 불을 끄고 침실로 들어오니, 웬걸. 우리의 넓은 침대 위에서도 그녀는 센터에 자리를 잡았다.


'내 잠자리는 내가 지킨다.'

그녀 옆에 누운 다음 손과 발로 침대를 단단히 붙잡고 엉덩이와 등으로 그녀를 슬쩍 밀어 본다. 조금씩, 조금씩 그녀가 밀리기 시작한다.


마침내 침대 위 영토 수복을 마치고 눈을 감아본다. 책상 가운데 선을 긋고 지우개 하나도 못 넘어오게 철벽을 치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툭.

뭔가 하니, 그녀의 팔이 선을 넘어 내 가슴 위로 올라왔다.


'그래, 그녀는 선을 넘어도 돼.'


선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소파, 침대, 그리고 내 인생에서도 센터로 향하는 그녀의 센터 욕심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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