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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Oct 18. 2022

그녀의 건강식

한 끼도 허투루지 않게

최후의 만찬
The Last Supper with burgers and pizzas. Leonardo da Vinci.


건강식이네!


우리 부부가 식사를 하기 전에 자주 외치는 말이다. 눈앞의 한 끼도 건강하게 잘 먹겠다는 다짐이며, 건강하지 않아 보이는 식사도 건강식으로 만들어 주는 마법의 주문이다.

가끔은 '이게 건강식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땐, 그녀가 주문을 외칠 때 혼자 조용히 있어본다. 그러면 그녀는 왜 지금 내 눈앞의 음식이 건강식인지 조곤조곤 설명을 해준다.


'기름 가득한 곱창. 하지만 신선한 쌈채소에 싸 먹으면 건강식'
'프라이팬 위에서 지글지글 두툼한 삼겹살. 하지만 그 옆의 (작고 가녀린) 아스파라거스. 그러니까 건강식'



이렇게 다소 느슨한 그녀의 "건강식"에 대한 정의 덕분에, 우리는 건강하게 잘 챙겨 먹는 편이다. 얼핏 보면 뱃살에 한 겹의 지방층을 더하고 언젠간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것 같은 음식이지만, 자세히 따지고 보면 건강식이다.

그러니까 믿어야 한다. 이건 건강식이다. 불신지옥. 그래서 나도 식사 때마다 그녀를 따라 외친다.


"건강식이네!"

건강하지 않은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 그녀의 철저한 식단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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