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결 Oct 17. 2022

공정분배

우리 가족의 첫 윤리 지침

우리 주방 정의의 여신

Lady Justice with the foods on the scales


공정분배


요즘도 가훈이라는 게 있는 시대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와 나 둘이서 시작한 이 작은 가족의 첫 번째 가훈은 바로 "공정분배"이다. 얼핏 사회주의 느낌도 나는 우리의 가훈은 특히 식사를 준비할 때 우리 가정을 든든히 이끌어 준다.


파스타를 준비한 저녁.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3-4인분은 될법한 양이다. 면을 돌돌 말아 집은 후 각자의 그릇에 나눠 담아 본다.


"이 쪽이 더 많은 것 같아"

"그래? 그러면 안 되지."


눈대중 정도로는 공정분배를 실현할 수 없다. 그녀가 서랍장에서 작은 저울을 꺼내 파스타가 가득 담긴 그릇을 올린다. 벌겋게 뜬 눈 4개가 저울의 눈금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소중한 원칙이 지켜질 때까지 가락 한 가락, 한 방울 한 방울. 면과 소스가 그릇 사이를 오고 간다.


"그런데 그릇의 무게가 다르면 어떡하지?"

공장에서 대량생산으로 찍어낸 파스타볼이지만,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그녀의 지적. 역시 그녀는 빈틈이 없다. 다음엔 그릇의 무게부터 먼저 재보기로 한다.


공정분배의 원칙을 주방에서부터 실천하는 그녀의 저울질을 사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씻는게 정말 싫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