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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Nov 11. 2022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그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대부의 초상화

A portrait of The Godfather making an offer I can't refuse. Rembrandt style. Dark background



양파를 좀 썰어서 넣어 보려고.



저녁을 준비하던 그녀가 나직이 말을 건넨다. 전의 나였으면, '아, 국에 양파를 넣으려나보다. 좋지. 맛있겠다'란 생각만 하며 멀뚱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녀가 읊조린 저 말이 사실은 된장찌개 레시피가 아니라 나에게 주어지는 미션이라는 것을 안다.


신속히 냉장고 문을 열고, 양파를 하나 꺼낸다. 껍질을 벗기고 깨끗하게 씻은 후, 도마와 칼을 준비하여 아일랜드 식탁에 올려둔다.


'고마워'

미션 성공을 알리는 그녀의 칭찬이 들린다.




이렇듯 그녀는 직접적으로 뭔가를 지시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부드러운 말투로 혼잣말을 한다. 그런 그녀의 화법은 영화 대부를 떠올리게 한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던 대부 비토 꼴리오네를.


그녀의 화법에 익숙지 않았던 신혼 초기에는 그녀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알아듣지 못하고 멀뚱히 있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만 4년의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제는 그녀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가습기 꺼내려고" = "실외기실에 있는 가습기를 꺼내와라"

"이제 불 꺼도 돼" = "이제 잠을 자야 하니 거실과 부엌에 있는 조명을 다 끄고 오라"

이런 식이다.



도무지, 그녀의 제안은 거부할 수가 없다.


이탈리아 시실리 마피아 두목 같은 그녀의 화법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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