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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녀의 서재 Aug 12. 2020

기도의 방법

                                                                                                                                              

그녀는 종교가 없다. 가족들이 모두 하나님 계통(개신교, 천주교)을 믿기는 하지만, 솔직히 그녀는 불교가 더 자신에게 어울린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번에 남편의 진급발표에 그녀는 한달을 하루도 빠짐없이 빌었다. 

남편 진급시켜달라고,  남편은 진급을 해서 맡은 일을 잘 해낼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라고 그동안의 고생에 대해 보답을 해달라고, 남편이 진급을 통해 그동안 밥벌이의 지침을 뒤로 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해 달라고.진급시켜달라고 기도를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 자신의 진급이 걸려있었다면 그녀는 결코 기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급이 뭐 대수라고. 진급이 그녀에게 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으니 말이다. 많아지는 월급? 살면서 돈이 궁해 본 적이 없는 그녀였다. 그녀가 돈이 많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보자면 늘 중산층 이하의 궁상스런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불편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돈이란 없으면 안쓰면 그만이고  어느정도 금전적 여유를 누리고 있는 지금 그녀는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른다.  진급하면 좋아지는 것.  명예? 아! 명예라면 할 말이 좀 있겠다. 스스로를 되게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였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능력이었고, 가끔 인정해 주는 주변인이 있었지만 그 주변인들은 네가 잘난것은 알겠으나 그저 조용히 사는게 어떻겠냐는 충고만을 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자  무수한 헛된 노력을 해왔다. 이제 그녀는 안다. 그녀는 뛰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가끔 그녀를 인정해 주는 듯한 그 주변인들은 제발 주제 파악하고 조용히 있으라는 중요한 지혜를 그녀가 상처받지 않도록 애둘러 말한 것이었다. 


그런 그녀지만 남편의 진급은 달랐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남편이 가여웠다.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묵묵히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화가나도 꾹꾹 눌러참았고 대부분의 보통들 처럼 주말도 반납하고 일을 했고 상사의 눈치 속에 휴가 한 번 맘 편히 다녀오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묵묵히 일만하고, 아부할 줄도 모르고 주변의 얌채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그냥 아주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녀는 가끔 남편이 걱정스러웠다. 저러다 속병나면 어쩌나. 차라리 그녀와 같이 다혈질에 발악이라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안쓰럽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이번만큼은 남편의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받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진급. 그녀에게는 별 것 아니지만 평범한 직장인인 그녀의 남편에게는 의미가 있을 그 진급으로 그의 하루하루가 보상받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녀만큼 뻔뻔하지 못한 그의 남편이 자기 후배들에게 밀리는 꼴을 그녀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진급발표 전날. 

어김었이 노트를 펴고 첫줄을 적었다.

'하나님. 남편 진급 시켜주세요. 그 사람 그 노력에 보답해주세요.'

교회 집사인 그녀의 언니가 그녀의 노트를 보고 말했다.

"야. 기도는 그렇게 하는거 아니야. 뭐 해주세요. 이렇게 하면 안돼. 기도 잘 하는 사람은 '그저  하나님 뜻대로 해 주소서. 하나님을 믿으며 하나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겠습니다.' 이렇게 해야하는 거야.  안 믿는 것이 뭘 알겠어.  갑자기 믿는다고 그게 이루어 질까?"

"그런게 어디있어. 내가 원하는 것 정확히 말해야 이루어지지. 그리고 두드리면 열린다면서. 지금 두드리고 있자나. 그리고 그 기도하는 법. 참 빨리도 알려준다. 한 달 정성 무색하게."


"여보. 잘 안됐어. 미안해."

'그렇다. 나의 기도 때문이었다. 나의 기도가 잘 못 되어서 그런 것이다. 남편 대신 진급한 그 사람의 와이프는 기도하는 방법을 진즉에 알았던 모양이다. 이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다.' 


그녀는 이제 기도를 하지 않는다. 그녀는 니체를 읽는다.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듣는다. '신은 죽었다.'


그녀의 이 얄팍한 믿음과 기도가 이루어질리 만무하거늘 그녀는 이렇게라도 위로를 한다. 남편을 보는 것이 미안하다. 그녀의 남편은 어제와 다름없이 가방을 싸고 출장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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