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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Oct 28. 2022

자연의 품에서

가을이 오는 소리

초록 물결이 일렁이던 논은 이제 누런 빛이 옅게 드리우기 시작하고 배추 모종이 장날 모습을 드러내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린다.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낙엽이 바람결에 나부끼며 짙어가는 가을의 쓸쓸함을 노래하고 있다. 

8월의 끝 무렵, 마당 가에 늘어 선 아로니아 가지에 열렸던 검은 열매는 모두 떨어지고 나뭇잎은 초록의 여름을 버리고 가을의 진홍빛으로 변해간다.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누렇게 변해가는 풀밭 사이로 뛰어올라 달아나는 살 오른 개구리들도 겨울잠을 준비한다. 풍요로움이 가득 해지는 가을을 찬미하는 풀 벌레들이 바람결에 장단 맞혀 노래 부른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가을은 또 다른 생명의 씨앗을 품는다. 

생명의 기운이 깊은 잠으로 빠져 들 준비가 한창이지만 봄을 만드는 생명을 가슴에 품고 사라진다. 

순환하는 자연이 생명을 땅 속에 품고 봄날의 새 생명을 잉태한다. 

아침저녁 차가운 공기가 푸른 하늘을 더 높이 올려놓고 푸른 바탕에 흰 뭉게구름들이 떠 다니며 한 폭의 그림을 그려 놓는다. 

구름 사이로 날아다니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가을 음악회를 선사한다. 앙상해져 가는 가지에 앉아 가는 가을 아쉬워하는 노래를 부르니 나도 모르게 지나간 사랑의 그리움에 눈물짓는다. 

사랑은 쓸쓸한 가을을 던져주고 그렇게 사라지고 그리움은 가을의 향기 속에 피어난다. 

귀 기울여 새들에게 떠난 님의 소식을 듣으려 해도 그저 가는 가을을 노래할 뿐이다. 

사랑이 떠난 것처럼 가을도 홀연히 떠나 가려한다. 

붙잡고 싶고 오래 곁에 두고 싶은 가을은 아쉬움을 가득 남기고 서서히 내 곁을 떠나간다. 

노을 진 석양의 태양이 불꽃을 피우고 사라진다. 마지막 빛으로 모든 대지를 불태워 버리고 말 듯한 붉게 물든 서녘 하늘이 쓸쓸함을 던져 준다.

붉게 타버려 회색의 재만 남긴 하늘에 작은 별들이 하나 둘 반짝이며 곱게 떠오른다. 

가만히 서서 떠나는 가을에게 사랑하는 님의 안부를 전해 달라고 마음 편지를 고요히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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