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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May 18. 2023

사주 이야기

어떻게 살면 될까?

삶을 살아가는 모양은 사람의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여러 가지 모습으로 드러난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잘 산다 못 산다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겉으로 보이는 삶이 헝클어져 있다고 해도 그 사람 속 안으로 들어가보지 않으면 진실을 알 수 없다.

누군가로부터 늘 받는 질문 중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왔느냐고는 물음 앞에 선다. 

어떻게 살아왔지? 

열심히 살아왔지!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은 어떤 것이지?

나는 이 질문 앞에 우물 쭈물한다. 정말 나는 열심히 살아왔던가 뒤돌아 보면 저 멀리 작은 그림자 하나가 서 있다. 그림자는 땅과 주변을 열심히 살피고 있다. 여기저기 문을 열었다가 닫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힘이 축 쳐져 바위 위에 걸터 앉는다. 그림자의 머리에 작은 뿔이 돋고 있다. 뭔지 모르겠지만 머리에 뿔이 자라고 있다. 다시 뭔가를 찾고 있다. 똑같은 반복의 연속이다. 그런데 머리에 뿔은 점점 더 커져 간다. 

그는 나를 향해 계속 걸어오고 있다. 가까이 떠 가까이 그는 더 많은 문을 열고 문을 닫고 열고 닫고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가끔 그는 기뻐 설쳐 댄다. 그러다가 소심해지고 기가 죽어 바위에 풀썩 주저앉는다. 

또다시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피고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그러는 사이에 점점 자라는 뿔이 무거워 머리를 똑바로 들지 못한다. 머리는 흔들거리고 앞을 제대로 보기 조차 힘든다. 

가까워질수록 그 그림자는 나를 쳐다본다. 나의 모습이다. 나는 나의 그림자가 무거운 뿔 때문에 지쳐 있고 고통스럽고 일그러진 모습을 보고 놀란다. 머리 뿔이 달린 그림자는 뿔을 없애려 애쓰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불은 더 단단해지고 더 자란다. 

바위에 머리를 부딪혀 보고 굴러 보아도 머리의 무거운 뿔은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뿔은 인간의 탐욕이다. 그리자는 본성을 벗어난 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살아가면 갈수록 점점 더 무거워지는 짐 같은 뿔을 버릴 수 없다. 그 욕망이라는 뿔이 자신을 압살하고 있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삶의 굴레는 욕심에서 생겨난다. 

사는 동안 나름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람, 권력을 쥐어 봤던 사람, 명예를 쥐어 봤던 사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황혼의 저녁놀과 같은 시간에 이른 이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이 있다. 

나를 위해 살지 못한 일이 제일 후회된다고.

자신을 위해 살지 못했다고 말한다. 

자신을 위해 산다는 게 뭘까?

결국 물질이 살아온 날들을 행복하게 해 주지 못했다. 소중한 것, 마음으로 담고 느끼고 사랑할 수 있었던 많은 찰나의 순간을 놓쳤다.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으로 사람을 결정하는 잘못을 범한다. 

돈 많고 높은 자리에 있으면 사람들은 그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고 기가 죽는다. 

자신의 성공에 의기양양하지만 마지막 최후의 순간 양지가 음지가 되고 음지가 양지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돈과 권력의 힘으로만 판단하는 시절이 되었다. 그 두 가지가 없는 사람은 그저 힘없고 평범한 사람으로 아웃사이더가 된다. 


자동차가 있다. 차의 큰 엔진에는 여러 부품이 들어 있다. 자동차 바퀴가 말한다. 내가 없으면 차는 굴러갈 수없기 때문에 내가 제일 중요해라고 말한다. 

그렇다. 자동차 바퀴가 없으면 자동차는 갈 수 없다. 그러나 자동차 바퀴가 구르려면 엔진이 있어야 하고 엔진 속에 무수히 많은 부속이 있어야 한다. 그 부속이 엔진을 움직이게 하고 엔진은 바퀴를 굴러가게 만든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도 있고 존재조차 희미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작은 부품이 없으면 차가 굴러가지 않듯 스프트라이트를 받는 자동차 같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작은 부품이 없으면 차가 굴러가지 않듯 사람은 크든 작은 각자의 역할 속에서 살아간다. 

인간이 위대한 순간은 작은 일을 성실히 할 때 위대하다. 

사람은 명예를 가지고 싶고 돈을 많이 벌고 싶고 권력을 쥐고 사람에게 군림하고 싶은 욕심은 당연하다. 

누구나 왕이 된다면 혹은 거리의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이 없다면 세상은 바르게 돌아가는 것일까!

인간의 가치를 겉으로 판단한다면 불행해진다. 그러나 인간을 인간 존재 자체로, 그 인간 자체의 존엄을 가지게 된다면 삶은 훨씬 풍요해진다. 물질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평등하고 존엄하게 태어났다. 존엄과 평등을 물질의 가치와 겉모습으로 평가해서는 절대  안 된다. 

작은 미물도 자연 속에 조화되고 필요한 존재다. 

자신 앞에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 

니체는 고통은 고통으로 견디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은 행복이라는 허상을 쫓아 살아가지만 결국 행복은 지나간 시간 뒤에 느낄 뿐이다. 이 순간 나에게 죽을 것만 같은 현실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시절 힘든 삶에서 나를 지탱해 주었던 누군가와 고통을 나누며 이겨낸 시간이 행복이었다고 말한다. 

어떻게 사냐고 그냥 내게 주어진 길을 비바람이 불어도 풍랑을 만나도 항해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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