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숨은 그림은 어디까지 찾았는지 묻고 싶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보이지 않는 물건을 찾는다는 건 사실 인내와 고통이 항상 더 뒤따른다. 잃어버린 지갑은 시간과 금전이 추가되면 회복할 수 있지만, 잃어버린 꿈은 무너진 자신감 속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건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내가 원하는 꿈이 사라진다는 건 인생이 무너진다는 건데, 그걸 쉽게 복구한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된다.
누군가는 회사 생활을 잘하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이라는 명목 아래 고군분투하고, 누군가는 회사에 미련이 없어 보이지만 남들보다 항상 앞서 나간다. 그래서 더 분하다. 능력의 차이가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게. 역시 현실은 이상을 넘기 힘든가 보다.
열정과 능력은 비례하지 않고, 과정과 결과도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최선이라고 말하는 농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에 과정도 결과도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다. 수학 공식처럼 더하기 빼기로 인생의 결과가 도출된다면 어떻게 될까? 말도 안 되는 억지지만 노력을 과하게 하는 사람들에겐 환영받을 만한 논리다. 하지만 인생은 단순한 공식이 아니기에 열정과 능력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우린 그 대상과 항상 마주해야 한다.
어쩌면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직접 마주해야 하는데, 그래서 더 두려운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두려운 걸까?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 걸까? 나와 타인의 차이는 지금 얼마나 떨어져 있는 걸까? 그렇게 수많은 질문을 던져본다.
고민의 끝에는 항상 단순한 일이 있다. 해결 안 되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보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바로 작업하는 게, 더 정신 건강에 좋은 거라고 스스로 변명한다. 그런 변명들이 모여서 색다른 걱정거리를 만들고, 또다시 새로운 고민으로 밀어 넣는다.
인생은 마치 숨은 그림 찾기 같다. 열심히 찾으면 보일 것도 같은데, 이 녀석은 쉽사리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얄밉다. 화도 내고 짜증도 내보지만, 그럴수록 더 꼭 꼭 숨어 버리는 청개구리 같은 녀석은 지금도 내 주변에서 서성거린다. 언젠가는 찾을 수 있겠지...라는 희망 고문은 그래도 내일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내가 찾고 있는 건 단지 잃어버린 물건이길 바란다.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잡을 수 있는 보이는 물건이길 바란다. 평생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런 존재이길 간절히 바란다. 혹, 보이지 않는 존재라면 지나온 세월이 그냥 너무 허망할 것 같다. 나의 과정도 잠깐씩 보이는 결과도 의미 그 자체가 사라져 버리니까.
창작은 보이지 않는 작업이지만, 난 보이는 작업이라 믿는다. 내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세상의 이야기를 친구들과 장난 삼아 노닥거릴 수 있는 인생의 여흥이라 믿는다. 그래서 더 혼신을 담아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내가 평생 만들 수 있는 작품은 어쨌든 한정적이지만, 그 속에 내가 찾은 숨은 그림과 남들이 찾을 숨은 그림까지 다시 숨겨 놓고 싶다. 그래야 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 테니까.
당신의 숨은 그림은 어디까지 찾았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어디에 숨겨 두었는지도. 혹, 남들이 찾았을 때 어떤 쾌감을 느낄지도 고려하고 숨겨 둔다면, 그래도 현재의 인생이 꽤 유쾌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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