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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신 Jan 13. 2024

그때 그 녀석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나

어느 날이었다

햇살은 눈부셨고

들판엔 허겁지겁 달려가는

한 아이가 보였다


앞만 보며 달려야 하는데

뭐가 그렇게 무서웠을까?

계속 뒤를 보며 뛰던 아이는  

결국 주춤하며 바닥에 넘어졌다


아픔을 모르는 아이였을까?

넘어진 후에도 계속 뒤를 주시하며

파르르 떨던 손을 부여잡았다

그렇게 다가오던 그림자와

눈이 마주쳤다  


점점 다가오는 그의 얼굴에

심장은 터질 듯이 요동쳤고

온몸은 사방으로 흔들렸으며

무서움에 겁먹던 눈동자는

쥐 죽은 듯이 바닥에 깔렸다


그렇게 아이는

어른이 된 자신과 마주쳤다


햇살은 여전히 눈부셨고

들판은 푸른 물결로 출렁였으며

시원한 바람은  

둘의 만남을 축복했다


하지만

녀석 앞에 선 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어린 나를 마주해야 했다

도와주려 했는데 그러려고 했는데

녀석의 눈엔 내가 뭐로 보였을까?   


햇살이 언덕 너머로 떨어지자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깬 난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했다


겁이 많았던 아이였다

호기심도 무척 많았고

철부지 소년이었다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나

가끔은 그립다


그때 그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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