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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신 Jan 14. 2024

고양이 집사

외롭지 않게 나를 챙기는

산들거리는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푸른 하늘이 바닥에 내려앉으면

물결치는 파도는 들판을 거칠게 수놓고

하얀 햇살에 잔잔한 미소를 보낸다


꾸불꾸불 모난 길을 걷다 보면

밭에 엉성하게 박아둔 나뭇가지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작지만 아담한 나의 아지트가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현관에 들어서면

역시 나를 반기는 건

뭉치 녀석뿐이다

사고를 하도 많이 쳐서 사고뭉치  

그래서 이름도 뭉치

사건 사고는 여전히 진행 중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다

 

인적이 드문 곳에 오두막을 짓고

풀과 구름을 친구 삼아

잔잔하지만 조금은 외로운

일상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은 거실로 유유히 걸어와서

밥을 달라고 손짓했다

짜증 섞인 눈빛이 매서웠는데

그렇게 웃다가 나도 모르게 밥을 줬다


그날 이후로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


가끔은 내가 가는 길에

외롭지 않게 나를 챙기는 사람이 있다

마치 고양이 집사처럼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고 말이다


어쩌면

산들거리는 바람이 기분 좋게 들리면

그런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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