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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별 Mar 26. 2021

미라클 모닝 말고 미라클 라이프!

직장을 다니면서 자기계발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워킹맘이라면 직장 퇴근 후 육아 출근이니 늘 ‘시간 없어, 빨리 빨리’라는 말이 입만 열면 튀어나온다. 저녁 식사를 하고 치우면 어느새 8시. 멍 때리며 쉬고 싶지만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다보면 벌써 9시. 집안일과 아이들 숙제를 남편과 분담하고 싶지만 출장이 잦거나 늦게 퇴근하는 남편은 없는 셈 쳐야 정신 건강에 좋다. 하품하는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고 시계를 보면 어느덧 10시이다. 엄마 노릇만으로도 고달픈 워킹맘이 독서와 운동을 하고 싶다면 대체 언제 해야 할까? 결국 수면 시간을 줄이고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답밖에는 안 보인다. 책 쓰기를 하며 데드라인에 시달릴 때마다 내 머릿 속에는 풀어야 할 질문이 떠오른다.

 ‘미라클 모닝, 해? 말아?’     

몇 년 전 <미라클 모닝>이란 책을 읽고 삶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에 나도 미라클 모닝을 시도했었다. 알람을 5시 30분에 맞춰놓고 전 날 저녁에 미리 운동복과 물통을 챙겨 발치에 놓고 잤다. 알람이 울렸지만 벌떡 일어나지는 못 했다. 알람을 끄고 다시 누워서 일어날까 말까 고민했다. 다시 자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이겨내고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삶은 계란을 씹으며 헬스장으로 뛰어가 6시에 인증샷을 찍었다. 6시에 시작하는 헬스장인데 나 외에 2명이나 함께 운동했다. 아이들 아침 먹을 시간인 7시 20분에 맞춰서 돌아오는 길,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신호등을 건너는 발걸음은 경쾌했다. 

 ‘나도 미라클모닝을 해냈어!’

충만한 기분을 느낀 것도 잠시, 12시부터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오늘 너무 일찍 일어났나봐.’

처음이라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잠시 바닥에 누웠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인데도 일어나기 힘들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초등학교 1학년인 딸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 아이가 늦게 나오자 짜증이 났다. 하루 종일 피곤했고 틈만 나면 누웠다. 누웠는데 잠도 안 오고 피곤이 안 풀려 짜증이 났다. 다음날 미라클 모닝을 하려고 알람을 맞춰놓았지만 결국 알람을 끄고 벌렁 누워버렸다. 

 ‘역시 나는.. 작심삼일인가봐.’

자신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미라클 모닝을 성공했지만 이상하게도 낮에 병든 닭처럼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한다는 유명 유튜버처럼 나도 그렇게 열심히 살고 싶었는데 왜 나는 5시 반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까? 미라클 모닝을 했어도 낮에 맥을 못 추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괜히 아이들에게도 짜증이 났다. 책을 읽어도 이해가 안 되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미라클 모닝을 인증하는 사진들을 보면 남들은 다 잘 하는데 나만 실패하는 것 같아 보기가 싫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 했던 시기였다. 잠 들기도 어려웠고 겨우 잠이 들었어도 밤에 2번 이상 깨서 화장실에 갔다. 4시 30분에 깨 시계를 보면 5시 30분에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한 느낌 보다 뒷목이 무겁고 뻣뻣한 느낌이 먼저였다. 10년 넘게 잠을 푹 자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미라클 모닝을 했으니 오징어처럼 흐물흐물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는 해냈다는 충만함을 느꼈지만 오후가 될수록 머리는 멍해졌고 인내심이 부족해져 아이들에게 오히려 짜증을 내버렸다. SNS에서 새벽 4시 30분에 운동을 하거나 독서하는 사진을 올리며 미라클모닝이라는 헤시테크를 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물 없이 고구마 100개를 먹은 것 같았다. 내가 불면으로 뒤척일 때 저렇게 자기계발 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 자기계발을 하려면 미라클 모닝을 꼭 해야만 할까? 미라클 모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이 없는 워킹맘 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도 낮에는 직장생활, 울리는 카톡 알람,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대는 고객과 상사들 때문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집중하여 독서나 필사,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새벽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잠을 줄여야 하는걸까?

잘 거 다 자면서는 자기계발 하기 힘들까?  

하버드 대학의 교수인 토드 로즈는 <평균의 종말>에서 미국 여성의 평균 신체 치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조각상 '노르마'와 공군 조종사들의 평균 치수를 조사했던 대니얼스의 보고서를 예를 들며 이 세상에 평균적인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평균 보다는 ‘개개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능, 지능, 성격, 창의성 등등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인간의 모든 특성이 균일하지 않고 들쭉날쭉하다고 한다. 인간의 중요한 특성은 거의 모두가 다차원적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재능이 그렇다고 한다. (<평균의 종말>P.128) ‘재능’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재능은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훈련에 의하여 획득된 능력이라고 한다. 개인이 타고난 능력이 재능이라면 체력도 재능이다. 잔병치레 없이 튼튼하고 건강한 몸을 타고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체력이 약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바로 몸에 이상이 오는 몸을 타고난 사람도 있다. 4, 5시간밖에 자지 않고도 낮에 졸리지 않고 하루를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사람에게 미라클 모닝은 자기계발 또는 성장의 키워드가 된다. 내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김미경 원장님은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시고, 하루에 4시간 30분 이상은 주무시지 않는다고 한다. 그 분의 열정적인 강의와 해내시는 일들을 보면서 나는 항상 이런 질문을 던졌다.

 ‘저 분은 잠은 잘 주무실까? 나처럼 죽을 만큼 아파본 적은 없을까?’ 

미용실에서 뿌리 염색을 하면서 읽은 <김미경의 리부트>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도 체력만큼은 자신 있는 편인데 지윤도 못지않다(P.159)’

이 구절을 읽었을 때 궁금증은 풀렸지만 거울에 비친 내 어깨가 더욱 쳐져 보였다. 10년을 넘게 불면증으로 시달리다가 잘 자게 된 지 이제 겨우 1년이 채 되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자기 계발을 위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야 할까? 중요한 순간마다 타고난 약함에 발목을 잡혔고 직장 내에서도 몸이 약한 직원으로 소문이 나있는 나같은 사람은 어떻게 성장해야 하지? 성장과 성공이 같은 단어는 아니지만 성장해야 성공할 수 있지 않은가. 나 같이 약한 사람은 그냥 이대로 주저앉은 채로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삶을 아끼고 사랑한다.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방법은 미라클 모닝밖에 없는 걸까? 고민을 하다가 마음 글쓰기 노트 앞을 뒤적여 보았다. 올해 초 ‘나를 긍정적으로 만드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으로 한 달 동안 썼던 글들이 보였다.      


2.10

오늘 나를 긍정적으로 만드는데 가장 큰 큰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인가요?     

한 번도 깨지 않고 8시간 꿀잠을 잤더니 힘든 일이나 짜증스러운 상황이 와도 짜증이 나지 않았다. 도전적인 과제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내가 그걸 어떻게 해’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못할 게 뭐있어, 하면 되지’ 하는 긍정적인 마음이 생겼다. 내 삶의 에너지가 수면으로 빵빵하게 채워진다. 이렇게 8시간 꿀잠을 잔다면 못 할 것이 없겠다. 기쁘다.     


2.12.     

나를 부정적으로 만드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인가요?     

잠을 못 자니 에너지가 부족하다. 그 상태에서 사람을 상대하면서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잠을 못 자니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온다.      


2.17     

나는 언제 활기차다고 느끼나요?     

잠을 잘 잤을 때, 아이들과 놀 때, 운동할 때 활기차다고 느꼈다. 달리면서 심장이 터질 듯이 뛸 때, 내가 이룬 결과물을 볼 때, 꿈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그렇다. 그런데 잠을 못 자면 활기차지 않다. 모든 게 잠과 연결되어 있구나. 긍정도, 감사도, 활기도 다 수면에서 나오는구나. 내가 몸을 너무 안 움직여서 이렇게 잠이 안 오는걸까?     


놀라웠다. 수면의 질이 이렇게나 내 감정과 에너지를 좌우하다니 놀라웠다. 토드 로즈가 주장한 개개인성의 세 번째 법칙, 경로의 원칙에 따르면 인간의 발달은(생물학적 발달이든, 혹은 정신적·도덕적·직업적 등등의 발달이든) 그 종류를 막론하고 단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라는 것이 없다고 한다. 어떤 특정 목표를 위한 여정 역시도 똑같은 결과에 이르는 길이 여러 갈래이며 그 길은 저마다 동등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한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경로는 나 자신의 개개인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니 눈을 감고 생각해 보았다. 내가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가? 에너지와 시간 부족이다. 에너지는 삶을 살아내는 원동력이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직장 내 최약체라는 타이틀을 가진 내가 나답게 행복하게 성장하려면 나에게 잘 맞는 경로를 찾아야 한다. 미라클 모닝이 자기계발의 지름길이라도 그 길을 갈 에너지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란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 생각났다. 1차 세계대전 전 한 청년이 알프스 산맥을 여행하다 한 마을에 다다랐다. 나무를 베어 숯을 만드는 마을 사람들 때문에 숲이 없어지고 황무지만 남은 마을이었다. 청년은 운이 좋게도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이름의 한 양치기 할아버지를 만나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다. 할아버지는 저녁에는 좋은 도토리를 100개 정도 골라내고 낮에는 양을 치면서 도토리를 심었다. 자신의 땅도 아니었고 알아주는 이도 없었지만 할아버지는 황무지를 살려 보겠다고 3년 동안 십만 개의 도토리를 심었다. 그 중에서 이만 개가 싹을 틔웠는데, 그 중 반은 다람쥐가 갉아먹거나 척박한 환경에 꺾여 죽고 만 그루 정도가 남을 거라고 청년에게 말했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1차 세계대전에 참가했던 청년이 5년 후 양치기 할아버지를 찾아갔을 때는 황무지에 어린 나무들이 가득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무렵에는 숲이 더 울창해져 나라의 고위 관리들까지 시찰하러 올 정도가 되었다. 새로 이주 온 사람들까지 늘어 예쁜 집들이 마을을 이루었다. 할어버지가 30년 동안 꾸준히 도토리를 심었기에 찾아온 놀라운 변화였다. 할아버지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도토리를 정리하지 않았다. 저녁 먹고 청년이 담배 한 대 피우는 동안 좋은 도토리를 골라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양들이 풀 뜯을 동안 한 두시간 정도 나무를 심었다. 매일 꾸준히 삼 년 동안 십만 개의 도토리를 심었다고 말하는 것은 기록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몇 개의 도토리를 심었는지 잊어버렸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나는 경로의 원칙이 떠올랐다. 운동과 독서, 글쓰기를 짧게라도 평생 꾸준히 한다면 황무지였던 자기계발의 땅이 울창한 숲이 되겠지. 내 에너지를 갉아 먹는 미라클 모닝 대신 미라클 라이프를 하자. 매일 30분 운동, 30분 마음 글쓰기, 주 1회 2꼭지 책쓰기, 하루 10분 독서로 황량한 자기계발 산에 꾸준함이란 도토리를 심어 기적을 만들자. 남들보다 늦을지언정 하는 자와 안 하는 자의 차이는 어느 순간 반드시 나게 되어있으니까.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다. 나답게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마음 글쓰기를 통해 나는 미라클 라이프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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