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프리카 이야기를 마치며…
결혼 전, 아재가 아닌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만날 때마다 싱거운 아재 개그를 날려 나를 황당하게 했던 남편, 김 차장. 그 버릇은 지금도 못 고치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D
프랑스를 떠나 아프리카에서도 그의 아재 개그는 계속되었고, 그의 그런 싱거운 이야기는 아프리카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나를 웃게 만들었다. 나도 그의 썰렁 개그에 물이 들었는지, 아니면 아프리카에서는 그만큼 웃을 일이 없어 그랬는지 그의 농담이 더 이상 싫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 들어맞게 그런 멘트를 날릴 수 있는 그의 재치와 순발력이 부러웠다. 진지한 타입인 나 같은 사람은 따라 할 수가 없는 유머감각이었다.
한글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느 토요일 저녁, VIP 수행이나 출장이 없는 날은 늘 우리 부부는 식사 준비를 함께 하는데 김 차장이 된장찌개에 들어갈 송이버섯을 다듬던 중 문득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식재료중에 제일 야한 게 바로 이거 같아'
'뭐?'
'버섯!'
'풋!'
그의 그런 싱거운 멘트에 나는 한 번에 안 웃는 편이었다. 처음엔 그냥 풋!이나 아니면 피식! 정도였다.
그러면 그의 다음 단계가 바로 들어온다.
'그럼 제일 야한 가수는 누군지 알아?'
'누구? 한국 가수 중에?'
'응'
'글쎄,,,,?'
'다~~ 비치~'
‘다~~ 비치?? 아~ 다비치!!’
결국 나도 웃음이 터지게 된다. 아마도 인터넷에서 아재 개그 공부를 따로 하나 싶었다.
'그런 농담하는 게 재밌어?(잼있어?)' 하는 나의 물음에,
'그건 냉장고에 있지'
하는 그의 썰렁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 덕분에 힘든 하루를 킥킥대며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아재 개그 하는 남자와 살아가는 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때로는 그의 그런 개그에 주위 분위기가 뻘쭘해지는 경험도 해 보았지만 어떨 때는 진짜 빵! 터질 정도로 웃음이 나올 때도 있어 그의 아재 개그가 더 이상 썰렁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아재 개그 덕에 자주 웃는 시간이 있어서 좋았다.
어느 날 밀려있는 옷들을 개고 있다가 남편에게 부탁했다.
'양말 좀 개줘~~'
'왜 하필 개줘?'
'으응????'
'고양이도 있는데 ㅎㅎ'
'........'
헐,,, 바로 양말 더미를 그에게 던져 버렸다.
(아이고 ~ 내 팔자야~ 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정말 썰렁한 농담이었지만 아프리카 생활에 지치지 않을까 하는 나에 대한 위로인 그의 그런 아재 개그는 나를 웃게 만들었고, 내 머릿속 시름은 지우개로 지운 듯 사라져 버렸다.
남편은 아프리카에서 나를 숨 쉬게 해 준 '산소 같은 아재'였다.
나의 ‘아프리카’ 이야기를 마치며,
그 모든 순간에 곁에서 내게 힘이 되어주고 긍정적인 생각을 불어넣어 준 남편, 김 차장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그와 함께여서 그나마 아프리카 생활을 잘 견디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함께할 그와의 앞날이 기대된다.
백발 노부부가 되어 손잡고 느릿느릿 서로의 몸을 기대 걸으며 산책을 하고, 그러다 싱거운 그의 농담 한 마디에 마주 보고 웃고 있을 우리의 모습이 상상이 된다.
그와 함께 할 그곳이 다시 이미 ‘아듀’를 고한 아프리카일지라도 산소 같은 아재가 내 곁에 있다면 나는 또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