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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저 Oct 18. 2022

이상하게 우리는 한국만 가면…

이상하게 우리는 한국만 가면 싸워...!!

얼마 전 한국을 다녀온 그녀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평소에 주위에서 잉꼬커플로 소문난 그들이 한국만 가면 싸운다니 상상이 안되었다.

떠나기 전에는 한국 가면 뭐 먹어야지, 한국 가면 뭐 해야지 등등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몇 년 만의 고국방문에 들떴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다툼의 시작은 시댁에 있는 동안 그녀의 친정집에 방문하기로 계획된 날짜를 갑자기 나중으로 미루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부터였다고 한다.

그녀의 시어머니께서 며칠 더 시댁에 있으면서 친척들 집에도 가야 한다며, 2년 동안 한국에 다녀가지 않았으니 집안 어른들한테도 아이의 큰 모습도 보여드리고 인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에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속으로는 그럼 우리 엄마는? 한국 도착부터 지금까지 겨우 전화 한 통 드리고 우리 가족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우리 엄마는 생각 안 하냐는 그녀의 말에 그녀 남편은 이틀 정도만 더 있다가 가자고 그녀를 달래었지만 그녀는 이미 속이 상할 대로 상해 그의 말이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결국 짐을 챙겨 아이와 함께 원래 계획된 날짜에 친정집으로 갔고 그녀의 남편은 혼자 친척 어른들 댁에 방문했다고 한다.


그때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난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잘 지내다가도 한국만 가면 신경전을 피우게 돼…

신혼초에도 그랬어. 나 한국 가면 시차 때문에 한동안은 적응하느라 엄청 힘들어하거든, 근데 우리 시어머니 우리 도착한 바로 다음날 새벽같이 날 깨우시면서 아가, 아가 시아버지 아침 준비해드려야지~ 하시는 거 있지?

결국 눈도 제대로 못 뜨며 일어나서 겨우 겨우 시어머니랑 아침상을 차렸는데, 우리 시아버지 말씀...

나 아침밥 안 먹은 지 몇십 년이다. 있는 동안 아침상 안 차려도 된다. 아가.. 하시는 거야..


그래서 정말 와...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시어머니 시집살이라는 거구나 했다니까. 당신도 남편 아침상을 안 차리시면서 외국에서 비행기 타고 온 며느리인 내게는 굳이 새벽부터 아침상을 차려야 한다고 깨우셨던 그 맘은 도대체 뭘까? 그래서 서운한 얘기를 남편한테 말했더니 글쎄 자기 엄마 편을 드는 거야.. 내 마음이 어땠겠어? 결혼하고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되니까 우리는 한국만 가면 괜히 서로 마음이 불편하고 그런 거야,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대로...




우리 시어머니는 그 부분에서는 좀 다르시긴 하다. 나 역시 시차를 잘 이기지 못하는 타입인데 어머님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나를 깨우시지 않는다. 상 차리는 것을 도와는 드리지만 내게 요리를 시키시지 않고 당신께서 직접 하신다. 내가 하겠다고 해도 어머님은 네 집에서도 많이 할 텐데 굳이 뭐하라꼬 하노? 하신다.


하지만 나도 시댁을 갈 때는 모든 게 편하지는 않았다.

한국 가있는 동안 양쪽 집중 어디를 먼저 가고 얼마나 머무를 것인지 때문에 나는 말 못 할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결혼하고 처음에 시댁을 먼저 내려간 것을 시작으로 그 이후로 한국 방문에는 항상 시댁에 먼저 가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그리고 시댁에서 머무는 시간이 엄마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조금은 더 길었다. 산소도 가야 하고 집안 어른들도 찾아봐야 하고 제사도 끼어 있어서 그렇게 되어 버렸다.


속으로는 엄마한테 먼저 들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러면 출국할 때 지방에서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나도 그냥 그것을 받아들였다. 엄마는 시댁 먼저 다녀오라고 말씀은 하시면서 막상 '시댁에 먼저 내려가서 있다가 다시 서울 갈게요' 하는 말에 늘 힘이 빠진 듯 알았다고 하셨다.

아직도 보름을 더 기다려야 하는구나...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엄마의 힘없는 목소리…


몇 해를 그렇게 보내다가 결국 엄마의 건강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면서 나는 엄마한테 먼저 가기를 원했고 그동안 섭섭했던 마음을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남편은 내게 자기가 생각이 모자랐다고 하며  이제부터라도 장모님 댁에 먼저 방문하자고 하였다. 그리고 엄마 집에서 더 오래 머물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시댁이었다. 왜 먼저 들르지 않고 우리 집부터 가냐고, 시댁에는 왜 일주일만 있냐고 너무 서운해하셨다.

남편이 장모님 건강이 안 좋으셔서 그렇다고 설명을 하자 시부모님은 서운해하셨어도 이제껏 계속 시댁 위주로 해서 그런지 오히려 가만히 계시는데 누나들이 난리였다.


하지만 우리는 계획대로 엄마 집에서 먼저 머무르고 시댁으로 내려갔고 남편은 누나들에게 한국 방문하는 동안은 우리는 우리 계획이 따로 있으니 앞으로는 상관 말라고 알아서 교통정리?를 하였다.

하지만 그때가 엄마 집을 먼저 찾아간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그 후 바로 코로나가 터졌고 그리고 일 년 후 엄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가도 내게는 찾아갈 친정이 없는 것이다.



그들 부부는 다행히 예전처럼 잘 지내고 있는 듯 보였다.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 서로의 마음에 앙금처럼 남아 있지는 않을까 했는데 그들 부부는 앞으로는 따로 한국을 가기로 정했고, 한국 가면 상대 배우자 집에는 인사차 하루만 머물고 각자 집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정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나도 모르게 정말? 하며 되물었다.


프랑스에 오래 살아서 그런가? (프랑스는 가족중심이기는 하지만 결혼 후 며느리가 시댁 방문을 거부해서 아들 혼자 부모 집에 방문하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프렌치식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그들 부부를 보니 나는 왜 엄마 살아생전에 저런 생각을 못했는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후회하기보다 곁에 계실 때 더 많이 찾아뵙기 위해 배우자와 ‘함께’가 힘들다면 ‘따로’라는 방법을 찾아낸 그들 부부를 보며 어쩌면,,, 본인들 부모는 각자 알아서 챙기기로 결정한 그들 부부가 왠지 나보다 더 지혜롭게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 같아 보였다


왜 평소에는 사소하고 별거 아닌 일들이 '결혼'이라는 굴레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민감하고 큰일이 되는 걸까...

결혼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에 대해서는 서로가 의논을 하고 해결점을 찾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의 열쇠인 것 같다.


Le mariage c'est résoudre à deux les problèmes qu'on n'aurait pas eus tous seul-Sacha Guitry

결혼은 혼자라면 겪을 수 없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싸샤 귀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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