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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저 Oct 25. 2022

맛없을 수 없는 프랑스 요리가 맛이 없다면…

파리에서 입맛대로 살아보기

프랑스 음식이 맛이 없다니...

자기 나라 음식들이 세계 최고의 요리라는 자부심이 가득한 프랑스인들이 들었으면 눈이 휘둥그레질 이야기이다. 며칠 전 동네 지인과 오랜만에 시간이 맞아 티타임을 가졌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얼마 전 지인 부부가 한국에서 손님이 와서 파리의 유명한 프랑스 레스토랑을 다녀온 이야기를 들었다. 식사는 잘 마쳤지만 한국에서 온 손님이 파리에 있는 한식당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듣고 그날 자신들이 아무래도 레스토랑을 잘 못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도 그래 사실,  사람들이 프랑스 요리가 맛있다, 맛있다 하니까… 그리고 프랑스 요리하면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알아주니까 젊어서는 분위기에 젖어 맛도 모르면서 좋아했던 건 아닌가 싶어, 이상하게 나이를 먹을수록 입맛은 자꾸 한국음식을 찾게 되더라고,,

결국 나도 그날 집에 돌아와 밥에 물 말어서 깻잎절임 하고 또 먹었다는 거 아니야 ㅎㅎ

솔직히 프랑스 음식이 뭐 맛있어? 그냥 분위기에 먹는 거지~

하며 프랑스에 살면서 많은 음식을 접해 보았지만 그것들이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냄새를 맡으면 저절로 군침이 고인다는 느낌이나 늦은 밤 출출할 때 떠오르는 떡볶이나 족발처럼 생각나는 음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나도 그녀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요리외에 빵이나 마카롱등 달달한 데쎄흐는 나도 물론 좋아한다.와인은 조금 더 좋아한다 :D)


1.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하고 싶은 프랑스 요리 딱 세 가지


그렇다고 프랑스 요리가 다 맛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또 막상 너무 맛있어서 먹어보라고 권해 줄 요리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누군가 내게 프랑스에 살면서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는 요리 딱 세 개만 고르라 하면 초딩입맛과 아재 입맛이 믹스된 지극히 내 개인적인 입맛에 따라 카술레 cassoulet, 부이야베스(부야베스) bouillabaisse, 그리고 슈크르트(choucroute)를 뽑고 싶다. 물론 이외에도 프랑스 와서 꼭 먹어봐야 할 단골 추천 요리에서 빠지지 않는 달팽이 요리와 캐비아와 함께 고급 식재료로 알려진 푸아그라 그리고 양파 수프도 있고, 프랑스 요리에 관심 있는 분들은 아실만한 뵈프 부르기뇽(Le Boeuf bourguignon) 뽀또푸(Pot au feu) 꼬끄오방(Coq au Vin)그리고 굴이나 랍스터 등을 먹을 수 있는 쁠라또 프휘 드 메흐 (Plateaux fruits de mer)등 다양한 요리들이 많이 있지만 나의 최애 프랑스 요리를 꼽으라고 하면 이 세 가지 음식들이다.


고소함을 넘어 구수한 까술레, 우리나라 해물탕 맛과 흡사한 부이야베스 , 그리고 시큼한 양배추 절임이 입맛을 끝없이 끌어당기는 슈크르트는 정기적으로 한 번씩은 먹어줘야 할 만큼 내 입맛에 맞는 , 모두 지방색이 가득한 음식들이다.


프랑스 남서부 랑그독 지방의 전통요리인 까술레는 구수하고 고소하면서도 입안에 느껴지는 느끼함이 있는데 난 그 느끼함이 싫지 않다. 꽁피 드 까나(confit de carnard 오리 콩피)에 콩 돼지고기 소시지 등을 넣어 푹 끓여 내는 스튜인데 일단 소시지를 좋아하는 내 입맛에는 딱 맞는 것이 한 끼 든든한 음식이다.

이미지 참조 regal.fr

그리고 최고급 향신료로 알려진 샤프란의 쌉쌀하고도 매운 향이 올라오는 묵직한 해물 국물 맛의 부이야베스, 부이야베스는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마르세이유 향토음식으로 예전에는 팔다 남은 생선들을 모아 끓여 먹었던 음식이지만 지금은 마르세이유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대표음식이 되었다. 국물과 함께 건져먹는 해산물의 양도 푸짐해서 바람 불고 쌀쌀한 날씨에는 자주 생각나는 음식이다.

이미지 참조 fr. hotel.com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는 알자스 지방의 슈크르트는 새큼새큼한 맛의 양배추 절임과 각종 소시지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곁들여지는 감자의 폭신함과 무타 소스에 소시지를 찍어 먹으며 양배추 절임 한 입 넣으면 입안에서 벌어지는 익숙한 맛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분명 우리나라 음식이 아닌데도 어디선가 한번 먹어본 듯한 그런 느낌이 나는 음식이다. 내 개인적인 입맛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미지 참조 cusine AZ


2. 대중적이지 못한 프랑스 요리


세계 50대 요리 순위를 10년에 한 번씩 업데이트하는 CNN TRAVEL이라는 사이트에서 프랑스는 겨우 크르와상 하나로 순위 21위에 올랐다.

1위는 태국의 마사만 카레 2위는 이탈리아 나폴리탄 피자이다. 일본의 초밥도 4위에 올라있다.

내가 살았던 아프리카 가봉의 치킨 모암베가 10위에 올랐다. 나도 먹어 본 아프리카 음식이 세계 50대 요리에서 10위에 뽑혔다니... 아프리카 음식도 순위에 있는데 프랑스 요리가 크루아상 외에 한 개도 없다는 건 좀 납득이 가지 않기는 하다.


아무튼 세계 50대 요리에 미식의 나라로 꼽히는 프랑스에서 크르와상 하나만 올라갔으니 프랑스 체면이 말이 아닌 듯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같은 CNN 사이트에서는 또 세계에서 음식이 맛있는 국가를 선정했는데 여기서는 프랑스가 3위에 올라있다. 아마도 프랑스 요리는 맛있긴 한데 뭐가 맛있냐고 물으면 선뜻 쉽게 떠오르는 음식 이름이 없어 앙케트에서 밀렸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처음에 파리 와서 소고기 찜 같은 거(지금 생각하면 뵈프 브르기뇽이었던 것 같음) 먹었는데 나중에 그게 뭐였지? 맛은 분명히 있었는데 요리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았던...:D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불어로 된 프랑스 요리 이름은 낯설고 어려운 것 같다.

게다가 프랑스 요리하면 격식 있고 품위 있는 너무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선뜻 다가서기 힘든 요리라 그런 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프랑스와 함께 세계 최고의 요리 국가들로 뽑히는 중국, 태국 그리고 이탈리아 등 그들의 인기 음식들은 고급진 이미지보다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것에 반해 프랑스 요리는 그에 비해 접할 수 있는 문턱이 너무 높은 이유 때문은 아닌지.


미식의 나라로 불리면서 가장 맛있는 요리에 올라간 게 크루아상 달랑 하나라니... 아이러니 하기는 하다 :D


참고자료:

(미국의  CNN travel 사이트에서  페이스북 사용자 약 삼만 오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집계된 세계 최고 50가지 요리)


3.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없다.


 음식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단맛은 과일로 내는 경우가 많은 프랑스 요리는 단짠단짠 하고 고춧가루와 강한 마늘맛에 길들여진 한국인인 내 입맛에는 다소 심심하고 특히 식재료 특유의 향을 존중하는 프랑스 요리법은 고기의 누린내는 용서 못하는 나의 민감한 후각을 자극하여 식욕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오리고기에서는 오리고기 냄새가, 말고기에서는 말고기 특유의 냄새가, 그 귀여운 토끼… 고기까지는 차마 입에 데지도 못했고...

프랑스 지인은 종류에 따라 즐길 수 있는 고기 특유의 향을 다 없애면 무엇 때문에 고기 별로 구입해서 먹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 거 말 되네... :-)


하지만 아무리 최고급 식재료로 꼽히는 캐비어와 푸아그라 그리고 송로버섯이 산해진미라 하더라도 내 입에 안 맞으면 손이 가지 않는 게 바꿀 수 없는 식성인 것 같다.


호화로운 프랑스 만찬을 먹고 돌아와 왠지 뭔가 부족하고, 허전함에 사발 그릇에 밥을 담아 냉장고에 남은 이런저런 반찬들을 털어 고추장 참기름과 함께 넣고 쓱쓱 비벼 한입 먹고 나면 '바로 이 맛이야!'가 저절로 나온다.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뭐 어떤가?

내 입에서 즐거우면 그만이지 :-)


세상에는 맛없는 음식은 없다. 다만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을 뿐...이라고 한 어느 프랑스 셰프의 말이 생각난다.

공감가는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맛있다고 칭송? 하는 프랑스 요리가 내게는 위에 말한 좋아하는 음식 몇개를 제외하고는 거의가 그다지 맛이 없는 건 그저 내 입맛에 맞지 않을 뿐이다. 미슐랭 맛집에 가더라도 만족을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난,,, 그냥 내 입맛대로 살아가기로 했다.

외로운 이곳에서 추억이 가득한  내 나라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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