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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저 Oct 04. 2022

'프랑스 나라'는 알지만 '프랑스'는 모릅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대략 12시간 정도 걸리는 프랑스는 서유럽에 위치한 '나라'이다. 프랑스 공화국이 원래 국명이지만 보통 '프랑스'로 부른다. 수도는 파리이고 유럽에서도 살만한 '나라'에 속하는 경제대국이며, 선진국인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 요리는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정도는 초등학생도 알만한 사실이다.

하지만 프랑스에 들어와 이들과 부딪히며 살다 보니 알다가도 모르겠고 , 모르겠다가도 또 왠지 알 것 같은 알쏭달쏭한 프랑스다.


#1. 직장에서 양치질하지 말라고요?!


불어가 서툴렀던 나의 첫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매니저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그녀는 내게 왜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냐고 물었다.

나는 식사 후라 양치질을 한 것뿐이라고 대답했다. 한국에서 식사 후 하루 3번의 양치질이 이미 습관이 된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밥 먹고 이 닦은 게 뭐가 문제지?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 뒤로 들려오는 매니저의 말

C'est incroyable!, 쎄 안크르와야블르

C'est pas possible! 쎄 빠 뽀씨블르 ...

그녀의 말 중 가장 확실하게 들려오는 두 단어였다. 믿을 수 없어, 어떻게 그런 일이 ,,,, 뭐 그런 뜻이다.

프랑스 여자 특유의 쌀쌀맞고 냉랭한 콧소리의 불어에 난 주눅이 들었고 그다음으로 들려오는 그녀의 말은 대충 분위기와 말투로 눈치껏 알아들었는데,

내 대답에 매니저는 모든 직원들이 사용하는 공용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고

또 비위생적이라고 하며 앞으로는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지 말라고 하였다.


아직 그녀의 말에 반박할 정도의 불어 실력이 안되었던 나는 그저 조용히 네,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얼굴이 화끈거렸고,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직장 내 화장실은 손을 닦는 세면대가 옆쪽 공간으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내 시선으로는 불결하거나 비위생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나 역시 그곳에서 양치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이곳 사람들은 개인적인 용무를(양치질이나 메이크업 등) 오픈된 공간에서 하는 것은 비매너이고 특히나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하는 것에 대해 이상하고, 불결하다고까지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그럼 점심 먹고 이도 안 닦나? 하루 3번의 양치 습관이 몸에 베인 나로서는 처음에는 너무나 이해가 안 되었고, 오히려 밥 먹고 이 안 닦는 이들의 문화가 더 비매너라 생각되었지만,,,

그들 속에 어울려 살다 보니 양치질에 대한 나와 그들과의 문화 차이는 어쩌면 습관과 음식에서 오는 차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프랑스 음식이 한국음식보다 향신료가 적게 들어가고 점심때는 다소 심플하게 먹는 편인 프랑스인들에게 점심 식사 후에는 양치질보다는 간단히 껌으로 입냄새를 제거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점심시간이면 밥 먹고 후다닥 화장실 가서 양치질을 했던 나의 습관은 프랑스에서는 '이상하고' '비매너'인 행동이니

어쩌겠는가,,, 결국 난 하루 세 번의 양치질 습관을 두 번으로 바꾸었고 그 대신 식사 후에 찝찝함을 민트 껌으로 해결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직장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2. 어떻게 그렇게 먹을 때 소리가 안 나?


 요즘은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에 관심 있는 프랑스인들이라면 대부분 아시아 문화권에서 면이나 국물요리를 먹을 때 소리를 내고 먹는 문화가 있고 그것은 요리를 더 맛있게 먹는 우리만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식사 중에 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비매너이며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언젠가 직장 근처에서 음식 잘하기로 소문난 라면집을 한국음식 등 아시아 요리를 좋아하는 내 동료와 함께 간 적이 있었다.

밖에서는 되도록이면 식사 중에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는데 역시 라면 같은 면 종류는 소리를 내지 않고 먹기가 너무 힘들었다. 에잇! 모르겠다는 생각에 나와 친한 사람이니 이해해 주겠지 하는 바람으로 그냥 소리 나는 대로 라면을 먹었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그녀가 물어봤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후루룩 후루룩 소리가 나? Comment tu fais un bruit de 'slurping' comme ça? 그녀 말에 난 먹다가 잠시 일시정지가 되었다. 내가 너무 소리를 냈나? 하는 생각에 실례했다고 말했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나도 하고 싶어서,,, 어떻게 하면 그렇게 소리를 낼 수 있지?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면치기’라는 것이 있고, 면을 먹을 때 소리를 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자신도 라면을 제대로 먹어 보고 싶은 마음에 먹을 때 소리 나는 법을 알고 싶다고 하였다.


글쎄, 그걸 어떻게 말로 알려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난 그냥 자동적으로 그렇게 돼.

그럼 너희는 어떻게 그렇게 먹는 소리가 안 날 수 있어?


내 말에 자신도 그냥 자연스럽게 먹을 때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라 대답하였고 우리는 웃으며 서로의 다른 식사예절에 관한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그날 라면 먹을 때 후루룩 소리 나는 방법을 결국 터득하였다. 하지만 그녀가 과연 다른 프랑스인들과 라면을 먹을 때도 소리를 내고 먹을지에는 의문이 들었다.


영어의 슬러핑 'slurping' 후루룩 소리를 낸다는 뜻으로 알려진 이 아시아권 음식문화를 아는 프랑스인들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프랑스에서는 식사 중에 후루룩 소리를 내는 것은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3. 밥 먹다 코 푸는 프랑스인.


언젠가 또 다른 프랑스 동료와 점식식사를 할 때의 일이다. 감기가 걸렸는지 비염인지 식사 중에 자꾸 코를 풀어 대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밥 먹다 코 푸는 것은 상당히 결례인데 이들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식사하다 말고 코를 푼다. 코 푸는 소리도 조심을 하는 게 아니라 아주 시원하게 패앵 패앵 하고 풀어버린다.

밥 맛이 뚝 떨어졌다.

게다가 코 푼 휴지를 바로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는 게 아니라 주머니에 다시 넣고 식사를 계속한다.

비위가 약한 나는 처음에는 정말 익숙해 지기 힘든 부분이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프랑스에서는 대화중이거나 식사할 때 코를 풀어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코를 풀고 난 후 미안하다, 실례한다 등의 표현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안 하는 사람들도 있다.)


#4. 누군가와 만나는 동안 sns를 하지 않는 프랑스 사람들.


프랑스에서는 대화중이거나 식사 중에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한다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을 상대에 대해 실례라고 생각한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면 핸드폰은 진동으로 바꾸고 약속 상대와의 대화에 집중한다. 혹시라도 잊고 전화벨이 울리면 실례한다고 말하며 전화를 받거나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도 있다.(내 경우에는 거의가 그랬다)

물론 요즘은 이곳 사람들도 sns을 즐기기는 하지만 혼자 있는 경우가 아니면 대화중에 스마트폰을 보지는 않는다.


프랑스에 워킹홀리데이로 왔던 내 친구 동생이 프랑스 남자와 사귀다가 헤어진 경우가 있었는데 이별의 원인은 '언어의 장벽'이 아닌 바로 'sns 문화 차이' 때문이었다.

보통 요즘 한국 젊은이와 다를 게 없는 그녀는 그와의 데이트 중에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대화 중간중간에도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계속 확인하고, 식사를 하러 가서도, 인스타에 올릴 인증샷을 찍거나(요즘은 프랑스 사람들도 사진을 많이 찍기는 하지만..), 어디를 가든 셀카에, 둘만의 시간에도 둘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은 프랑스 남자 친구는 결국 그녀에게 sns 중독이라 하였고 그의 말은 바로 이별의 발단이 되었다.


둘만의 시간에는 이 세상 단둘이 남겨진 것처럼, 함께 대화를 하고, 요리를 하고, 늦은 밤까지 함께 영화를 보며 같이 있는 동안에는 그 누구의 방해도 없는 그런 시간을 원하는 아날로그 한 프랑스 청년이 넘어서기에는 그녀와의 sns 문화 차이는 너무 높은 장벽이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대화나 식사 중에 sns를 하는 것은 매너가 아니다.

혹시 프랑스에서 로맨스를 꿈꾼다면 스마트폰은 일단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D


#5. 프랑스 직장 내 호칭의 자유로움.


프랑스에 오기 전 영국에서 3년 정도 생활했기 때문에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익숙해진 상태라 이들의 '호칭문화'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직장에서 상사의 직급을 부르기보다 이름을 부르는 것이 처음에는 좀 어색하기도 했다. 이들은 직장 내에서도 상사의 이름을 부르거나 (친한 사이라면) 예의나 격식을 차리는 사이라면  그들의 성에 남자에게는 므쓰유 Monsieur, 여자에게는 마담 Madame이라 부른다. 하지만 좀 친해지고 나면 거의가 'tutoyer' 서로 말을 놓는 것이 대부분이다.


직장에서 친한 동료들은 나를 부를 때 내 영어 이름을 부르고 다른 직원들은 Mme 누구라고 부른다.

전에 다녔던 직장에서 유학생이나 워킹 홀리데이로 온 한국 직원들이 필요해 채용한 적이 있었다.

이제 스물이 막 넘은 한국인 남자 직원이 들어왔다. 워킹 홀리데이로 온 친구였다.

불어가 아직 서툴었던 그 직원은 다행히 영어를 잘해서 다른 직원들과도 잘 어울렸고 본인보다 훨씬 나이 많은 직원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나라는 존재는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했던 것 같았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한국 사람을 프랑스 사람들처럼 이름을 막 부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담 누구라고 하기에도 그의 정서에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마담이라는 호칭이 다소 왜곡되어 유흥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표현하는데 쓰이니 나를 마담 누구라고 부르기가 입이 안 떨어졌던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한국식 직급대로 나를 팀장님이라고 불렀고, 하루는 그가 나를 팀장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은 내 동료가 내게 물었다.


Timjang…quoi? 티임좡... 뭐?

Ah c’est ce que ton prénom coréen?! 아~ 그게 너 한국 이름이야?!


직장 내 서열이 확실한 우리와 달리 나이나 직급에 따른 호칭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프랑스인다운 질문이었다. :D


#6. 프랑스에서는 초대받은 집에 약속시간보다 일찍 가면 실례라네요...


우리나라는 보통 집들이나 생일 파티할 때 정해진 시간 전에 도착하는 게 그리 실례가 되지 않는다(혹시 요즘 한국도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프랑스는 약속시간보다 손님들이 빨리 도착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걸 모르고 초대해준 집에 십오 분 일찍 갔더니 당황해하던 프랑스 지인 부부를 보고 내가 더 난감했던 적이 있었다.


더 황당한 건 초대받은 사람들이 모두 10분이 넘어서야 도착하는 것이었다

무려 25분 이상을 혼자 기다리며 바늘방석 같았던 그때의  기분이란…

혹시라도 프랑스인의 집에 초대되어 갈 때는 약속시간보다 10-15분 정도 늦게 도착하시길 추천한다

이왕이면 일찍 가서 음식 접시를 나르거나 상 차리는 것을 함께 도와주는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다!!



이번 글을 포함한 모든 나의 이야기는 현지에 살면서 내가 겪은 직간접 경험들을 바탕으로 쓴 글로 내가 경험한 것들을 ‘일반화’ 시키려는 뜻은 없으니 독자분들께서는 ‘아~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가벼운 시선으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다.


이곳에서 직장을 다니고, 현지인들과 함께 일을 하고 어울리려면 어느 정도는 그들의 문화나 관습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뭘 몰라서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하게 되어 일어났던 많은 해프닝들, 이제 이십 년이 지나 보니 정말 별거 아닌 걸로 마음을 썼나 싶은 일들도 많았다.


그들의 오해와 편견의 시선에 우린 서로 문화나 관습이 좀 다른 것뿐이야! 하고 그냥 허허 웃으며 지나갈 수 있는 사소한 것들에 그때 당시는 왜 그렇게 큰 실수를 한 것처럼 가슴이 콩콩 뛰었는지...

이제 나도 여기서 살만큼 살아서 그런지 문화 차이로 그들에게 받는 그런 시선에 지금은 좀 무덤덤해 지기는 했다. 여전히 내게는 이해 안 되는 것들이 있는 아리송한 프랑스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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