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근길이었다. 메트로 샤틀레역에서 갑자기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안내방송이 한국어로 들려왔다. (파리 메트로역의 안전방송은 보통 관광객들이 많은 여름과 바캉스 기간에 나온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파리 주요 시내 메트로역(오페라 에펠탑 루브르등)에서 나오는 안전방송에서 한국어라니? 영어나 유럽지역,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어 일어로만 해주던 것을 한국어로도 서비스를 해주다니 반갑기도 하고 해외생활 26년 만에 처음 듣는 한국어로 울려 퍼지는 안내방송을 파리 한복판에서 듣다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임 코리언!
영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그때는 어느 나라에서 왔냐는 질문에 한국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현대 자동차의 현지인들의 발음을 빌어 훈다이 자동차를 만드는 나라라고 하면 그제야 아~ 하는 정도.
삼성과 LG가 영국을 포함해 유럽에서 이름을 알리며 활약을 하기 시작한 그때…
그들에게 한국은 선진국보다는 후진국(그때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중진국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 같은데)이라는 인식이 가까웠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남한이냐 북한이냐에 더 궁금증을 가졌었던 때였다. 그때의 우리나라는 아무도 관심이 없던 나라, 그런 나라에서 온 나는 그 당시 영국에서 인기가 있었던 일본문화와 일본사람들을 선호했던 그 분위기에 눌려있었다. 펍이나 모임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받게 되는 질문.
너 일본사람이야? 중국사람이야?
어떻게 너네는 아시아사람들은 일본사람 아니면 중국사람만 있는 줄 아니! 나 한국 사람이거든!
아임 코리언! I’m korean! 나는 한국사람이야!!!
우리나라 그런 나라
이번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BTS의 정국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았다.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고 격한 환희의 감정에 휩싸였다. 그가 한국인임이 너무 자랑스러웠고 영상 속 펄럭이는 태극기에 눈물이 났다.
이제 사람들은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오~ 정말?! 하며 호기심 가득한 선망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어떤 한국 음악을 좋아하고 어떤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다며 언젠가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국을 이미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한국 특히 서울의 아름다운 모습이며 편리한 생활 시스템과 친절한 한국 사람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다시 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 내 나라는 ‘그런 나라’가 되어 있었다.
저녁을 먹으며 남편에게 메트로역에서 한국어로도 방송이 나오더라고 얘기했더니 그도 진짜?! 하는 표정을 지으며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해주니 다행이라고 했다. 이번 파리 주요 관광지의 메트로역에서 한국어 안전방송이 되기까지 그 뒤에는 프랑스 한국대사관의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프랑스를 방문하는 관광객수가 한국이 중국에 비해서 많지 않다 보니 이제껏 그 숫자에 밀려 우리는 한국어 안내를 메트로역에서 받지 못했지만 오히려 코로나 시대에 그 수가 훨씬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RATP(파리 교통공단)측과 협의 3개월 만에 한국어 안전방송을 메트로 역에서 서비스하는 결과를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이끌어 낸 것이다.
결국 국력이다.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고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와 음식에 열광하고…
미국의 US 뉴스에서 발표한 올해 전 세계 국력순위에서 우리나라는 프랑스를 제치고 6위에 올랐다.
하하핫! 프랑스는 우리나라를 이어 7위이다.
한국 관광객수는 오히려 줄었음에도 우리의 국력이 올라가니 결국 RATP도 오케이를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내게 ‘국뽕’에 취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우리의 캐이팝을 이들이 흥얼거리고, 돌솥 비빔밥의 누룽지까지 삭삭 긁어먹는 모습과 핫도그와 삼각김밥을 들고 있는 현지인들을 파리 한인슈퍼에서 보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정국의 월드컵 송을 들으면서 차오르는 감동과 가슴떨림에 나도 모르게 어깨춤이 절로 나는 것을…
가슴이 철렁하고 덜컹한 날이 더 많았던 나의 프랑스 생활에 이렇게 가슴 심쿵한 날도 있으니…
오랜 해외생활에서 결국 이런 감동을 맛보는 날이 오는구나!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나는 한국인이니까…
사랑해요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