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치원은 쫌,,, 아니 많이 부럽다.
선생님의 하이톤의 '그만! 아헤떼 부 arrêtez-vous!!' 소리에 깜짝 놀란 아이들이 순간적으로 경직된 듯, 하던 것들을 모두 멈추었다. 뭉치 옆에서 난감해하고 있던 나도 그녀의 큰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둘째 뭉치의 유치원 첫 수업, 다른 부모들은 다 떠난 자리에 나는 그렇게 교실 안에 남겨졌다. 육아휴직을 너무 길게 한 것 같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첫째 키위 때처럼 바로 직장에 복귀해야 했었는데,,, 엄마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뭉치에게서 분리불안이 온 듯 아이는 엄마한테 이제 ‘오 허브와 Au revoir 안녕’ 할 시간이라는 선생님 말에 울음을 터뜨리고 내 다리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결국 담임 선생님이 오늘은 점심때까지 엄마와 함께 있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제의'에 어쩌다 프랑스 유치원 수업을 경험하게 되었다.
아직 세네 살, 꼬물꼬물 귀엽고 작은 아이들은 소란스러웠고 선생님의 말은 듣지 않은 채 교실 안에 놓여 있는 장난감을 만지작 거리거나,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거나, 서로 밀고 당기고 장난을 치는 등 교실 안은 정신없어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프랑스 아이들도 우리 아이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자 이제 장난감을 모두 내려놓고 자리에 가서 앉으세요'라는 선생님 말에 앞에 있던 몇몇만 움직였고 뒤에 몰려 있던 나머지 아이들은 듣지 않고 있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바로 큰 소리로 아이들의 '기선제압'에 나섰다. 선생님은 수업 내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을 때는 학부모인 내 앞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아주 단호하고 강력하게 큰 목소리로 아이들을 컨트롤하였다. 물론 아이들을 학대한다던가 폭력적으로 대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아이들을 컨트롤하기 위해서 목소를 크게 내는 것 외에는 그녀는 아이들에게 친절했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선생님이었다. 다만 그녀는 아이들의 단체행동과 규율 앞에서는 상당히 엄하게 어린아이들을 이끌었다.
선생님의 그런 태도에 아이들은 압도되어 그런지 순한 양처럼 말을 잘 들었다. 되도록이면 소리 지르지 않고 이랬어요~ 저랬어요~ 그러면 안 되죠~ 했던 나의 유치원 교사 시절이 떠올랐다. 그날 수업 중에 선생님이 제일 많이 한 말은 내 기억에는 그만! 아헤떼 부와 농 쎄 농 Non, c'est non! 안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트레 비앙 Trés bien! 참 잘했어요~였다. 나는 이곳 유치원 교사들은 뭔가 좀 다를까? 했는데,,, 역시 이제 3,4살 된 아이들을 집중시킨다는 것은 프랑스 유치원 선생님들에게도 쉬워 보이진 않았다. 그동안 밖에서 보이지 않았던 프랑스 유치원 교실 안 모습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아이들을 엄하게 대했다. 어린아이들을 단호하고 엄격하게 지휘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만약 한국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다.
프랑스는 생후 3개월부터 유치원 입학 전까지는 크레쉬 créche (요람, 유아방, 탁아소)라 불리는 곳에 아기를 맡길 수 있고(자리 얻기가 하늘에서 별따기만큼 경쟁이 심함), 3세가 되면 의무교육인 유치원에 모두 입학하게 된다. 우리와 차이는 우리나라 어린이집은 영유아를 모두 맡길 수 있지만 프랑스 크레쉬에서는 유치원 입학 전까지의 아이들만 맡길 수 있고 이후에는 '첫 학교'인 유치원-에꼴 마떼흐넬 école maternelle-으로 입학한다는 점이다.
두 아이를 프랑스 유치원에 보내본 내 경험으로 느꼈던 프랑스의 유치원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 뭔가 다른.. 좀 더 전문적이었고 부모님들의 적극적인 봉사와 참여가 많아 보였다.
프랑스 유치원에는 교사들을 도와주는 보육 도우미가 각 반에 한 명씩 배치된다. 이들은 나라에서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로 ASEM(사립) ATSEM(공립) 또는 cap petite enfance 전문자격을 갖추어야 하고 주 업무는 보육원 및 유치원에서 교사의 업무지원과 교사와 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다.
내가 본 유치원에서 이분들이 하는 일은 주로 수업 시간에는 교사의 보조 역할과 수업 외 아이들을 돌보는 일 -아이들이 화장실을 가거나, 손 씻는 것을 도와주거나 또는 급식 배식과 오후에 아이들이 낮잠 자는 시간을 돌보는 것 같았다. Cantine 껑틴 -점심 급식시간에는 보육 도우미와 급식 배식을 도와주는 분들이 따로 있어 아이들을 돌보았다. 이분들 역시 조리와 위생에 관한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점심을 먹는 시간에 선생님들도 점심을 먹었다. 점심시간은 보통 평균 1시간 30분 정도이다.
그리고 부모들이나 또는 부모가 승인한 사람들(할머니 할아버지나 친인척, 지인 또는 보모 등)이 아이들을 직접 등하교시키는 모습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보였다. 국가가 운영하는 공립 유치원이 대부분인 프랑스는 아이들은 집 근처 주소지대로 가까운 유치원을 가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유치원 차량이나 아이들의 등 하원을 시키기 위해서 따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등하교 시간은 유치원마다 조금씩 다른데 종일반일 경우 보통 8시 30분에서 시작해서 수요일을 제외하고 급식을 먹고 오후 3시~4시에 30분에 끝난다. 제시간에 아이를 찾을 수 없는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을 위해서 유치원은 18시까지 Garderie에서 아이들을 따로 돌봐준다.
프랑스 유치원도 학부모 위원회와 대표가 있는데 이들은 부모와 학교 간의 중개자 역할을 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교사에게 경고 또는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면서 특별히 이런 문제는 한 번도 없었고, 그보다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전공을 살려 아이들의 수업에 참여하고 학교 행사 때마다 의자를 나르고 무대를 꾸미는 등 자원봉사자 역할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학부모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유치원 행사의 봉사활동은 유치원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함께' 나누어 아이들에게 보다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프랑스 유치원은 사설이든 공립이든 아이들이 받는 수업은 모두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쫌,,, 아니 많이 부러웠던 것은 이곳에는 어느 유명한 사설 유치원도 없고, 아이들은 지역에 따라, 유명세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른 환경과 시스템에서 받는, 어릴 때부터 '차별'에 노출되는 교육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는 아이들의 '교육'이라는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고, 아이를 엄하게 훈육해야 할 정당한 이유에서는 부모들이 동의하고 선생님의 그런 결정을 믿는 그들을 보며 프랑스 유치원 교사가 갖고 있는 그들의 교사로서의 '권위'와 '교권'은 어디서 오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유치원'이라 부르지만(일제강점기에 고착된 명칭을 여전히 쓰고 있는...) 프랑스인들은 유치원 과정을 '에꼴 école -학교'로 인정하고 부르는 그 명칭이 주는 의미부터 달라서일까...?
프랑스 유치원-에꼴 마떼흐넬은 아이가 가족과 분리되어 처음으로 만나는 '작은 사회'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와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경험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로 '내 아이'가 아닌 '사회 일원'을 키워내고 있는 것 같았다.
덧붙임:
우리도 '유치원' 보다는 '유아 학교'로 순화해서 부르면 어떨까,,,?
다른 나라에서 유치원 과정을 '학교'로 부른다고 해서 따라 하자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교육 시스템의 여러 문제점들이 명칭만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굳이 일제가 남긴 잔재를 계속해서 써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