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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저 Oct 30. 2022

패션의 도시 파리에 살면서 헤어스타일이 촌스런 이유

파리 한인 미용실 갈 때 필수인 '연예인 사진'

해외에서 살면서 느끼지만 한국에 있을 때와 같이 맘에 드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맘에 쏙 드는 머리를 해주는 미용실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정확히 얘기하면 실력 좋은 헤어디자이너를 만난다는 게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한인 미용실을 가기 전 미리 맘에 드는 연예인 사진을 검색해서 가져간다. 물론 내 얼굴이 연예인 같지 않아 백 프로 같은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결과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편인데,,, 때로는 실망을 넘어 폭망에 가까운, 머리 모양으로도 개그가 되는구나 할 정도의 스타일이 나올 때에는 정말 한국의 골목골목마다 있는 미용실들이 너무 그립고 아쉽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이곳에 사는 내 지인들 상당수가 그냥 집에서 머리를 직접 커트하거나 손질 안 한 채로 있다가 한국 갈 때 한번 미용실에 가는 분들도 꽤 많다. 동네 골목마다 미용실이 있어 언제든지 머리를 할 수 있는 한국에서 보면 프랑스 파리에 살면서 직접 머리를 자른다니 상상이 안 될 수도 있다. ㅎ

외모를 좌우하는 중요한 헤어스타일을 어떻게 그렇게 방치할까 생각하겠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다. 돈 버리고 시간 버리느니 차라리 내 손으로 직접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패션의 도시 파리에 살면서 나와 내 지인들의 모습이 수수한? 때로는 촌스러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ㅎ




영국 유학 시절 그때는 다행히 한국의 유명 헤어디자이너분이 지점식으로 운영하는 미용실이 한인타운 근처에 있었다. 늘 긴 머리를 고수하던 그때의 나는 현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한번 망친 이후로는 항상 한인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였다. 펌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동양인 머리를 만질 줄 모르는 현지 헤어샵에 머리를 맡기는 모험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멋모르고 현지 미용실 한번 잘못 갔다가 뽀글이 펌을 뛰어넘어 머리카락 하나하나가 마치 스프링이 튀는 듯한 웨이브가 나와 무슨 폭탄 맞은 것처럼 해 놓는 바람에 어찌나 황당하던지, 한참을 거울 앞에서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반곱슬에 머리숱이 굉장히 많은 편이다. 가수 김완선 씨의 예전 머리숱 정도?! 거기에 강력한 웨이브가 들어갔으니 :D) 주위 친구들에게 한참 놀림거리가 되었던 그때의 그 머리는 지금도 생각만 해도 웃기다. 그때 심정은 처참했지만… ㅋㅋ

그래서 그 후로는 난 꼭 한인 미용실만 이용하게 되었다.


아프리카에서는 … 아예 포기를 하고 살았다. 처음에 그곳에도 한인 미용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아이들과 함께 찾아갔었는데 빈 고추장 된장 통에 빗과 가위를 꽂아 놓은 것을 보고 아… 여기서는 그냥 포기하고 사는 게 좋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키위와 뭉치 두 녀석들이 밤송이가 되어서 미용실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더욱 그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 아프리카 있는 동안은 그냥 머리를 계속 길러 질끈 고무줄로 묶고 살다가 일 년에 한 번씩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미용실에 가서 그동안 손질 못했던  머리를 하고는 했다. 아프리카 촌 아줌마에서 세련된 파리지엔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후후훗 거의 환생급 환골탈태이었지 싶다. :D




올해 초 단골 미용실에 계시던 헤어 디자이너분이 일을 그만두시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다. 우리 가족 모두 그분에게 머리를 맡겼기 때문이다. 또다시 머리를 어디에 맡겨야 하나?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아프리카에서 파리로 돌아와 예전에 다녔던 단골 미용실에 계속 다녔기 때문에 그동안 머리 스타일 때문에 걱정 없이 살았는데 갑자기 그 미용사분이 한국으로 떠난다니 난감하였다.


바빠서 괜찮은 한인 미용실을 바로 찾지 못하고 있던 중 머리를 다듬어야 할 때가 된 큰 아이 키위는 할 수없이 집 근처 현지인이 하는 남자 전용 헤어샵에 예약을 하였다.  퇴근을 하고 돌아오니 헤어샵에 다녀온 키위의 모습을 본 순간 어떡해?? 소리가 절로 나왔다. 거의 군인들 머리처럼 짧은 스타일의 까까머리를 하고 온 것이다.


'머리 자르기 전에 사진 안 보여줬어?'

아이가 사진을 보여줬다고 하였다.

'어떤 거였는데?'

이거,,, 하면서 아이가 핸드폰에 저장한 사진을 보여줬다.

박서준 배우의 짧은 헤어스타일의 사진이었다.

그런데 키위의 머리는 이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니 이 머리가 어떻게 이렇게 해석되지???

같은 박서준 배우의 헤어 스타일이기는 하나 키위의 머리는 이태원 클라쓰 때의 박새로이 모습에 더 가까웠다.

JTBC 이태원 클라쓰 캡처

허허헛… 이목구비가 뚜렷한 박서준 배우 같은 연예인의 외모가 아니면 절대로 따라 할 수 없는 그 머리는 지극히 평범한 외모의 키위가 소화할 수 없는 것인데… 아마도 한국 연예인 사진은 처음 봤을 그 프랑스 남자 미용사는 앞머리를 자꾸 자르다 자르다 이렇게 된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보았다.

머리 모양에 한참 신경 쓰는 사춘기인 키위의 앞머리를 이렇게 잘라 놓았으니…


그래도 아이한테는 괜찮다고, 멋지다고 달래주었다.

하지만 저녁도 안 먹고 키위는 계속 부루퉁해 있었고 보다 못한 나는,

그러니까 누가 그런 사진을 골라 가래? 한마디 던졌다.

 밤톨같은 머리가 된 것도 짜증 나는데 뭐라 하는 엄마 말에 키위는 자기 방으로 휙 가버렸고, 옆에서 듣고만 있던 남편이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군생활을 했던 남편은 짧은 머리에도 미묘한 한 끗 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군인들도 머리 스타일에 신경 쓰는데 뭘… 저 나이에 그 정도 신경 쓰는 건 당연하지’ 하였다.

그 말에 으응? 딱히 신경 쓸게 없어 보이는 군인들도 헤어 스타일에 민감하다니 갑자기 그 모습이 머릿속에 상상이 되어 웃고 말았다. ㅎㅎ


다음날 아침 한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키위는 등굣길에 다시 마스크를 쓰고 나갔다.

어떡하니 너…

반 아이들이 제발 놀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ㅋㅋ




그리고 얼마 후 나도 미용실을 가야 할 때가 되어서 지인들을 통해 입소문 끝에 찾은 미용실 중 한 곳에 예약을 잡았다. 일본인과 한국인 헤어디자이너 분들이 같이 계시는 곳이었는데 전화예약 시 어느 디자이너분에게 할 거냐는 질문에 나는 처음 예약하는 거라 잘 모른다며 단발로 자르고 싶다고 하니  일본 헤어디자이너도 계시는데 그분도 괜찮으니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예약을 잡아 놓겠다고 하였다. 오~ 일본 헤어디자이너?

우리나라 사람 못지않게 손끝이 야무지고 장인정신이 생각나는 그들의 대한 이미지가 떠오르며 나는 살짝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예약한 날에 시간을 맞춰  미용실에  도착했다. 일본인 헤어디자이너가 웃으며 맞아주었다.  원하는 스타일이 있냐는 그녀의 질문에 나도 미리 찾아 놓은 연예인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녀가 오케이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샴푸를 해주었다. 그리고 곧이어 시작된 그녀의 화려한 가위질,,, 그녀의 손길에 따라 점점 드러나는 머리 모양은…

으응? 이건 아닌데??

하는 불안함이 시작되었고 결국,,,


소리만 화려한 그녀의 가위질이 끝나고 그녀가 내민 거울 속 내 뒷모습을 보는 순간 난 차라리 눈을 감아 버렸다. 반곱슬인 내 머리에는 절대 어울릴 수 없는 머리카락 끝을 일자로 자른 '똑단발' 스타일로 잘라 버린 것이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예전에 보았던 사진 속 고교시절 짧은 단발의 엄마 모습이 떠올랐다.

뭘 해도 이쁘기만 한 어린 여학생에게는 어울리겠지만, 이뻐지기 위해서 뭘 해도 배로 노력해야 하는 중년 아줌마에게 똑단발이라니,,,


내가 보여준 연예인 사진은 고준희 배우의 단발머리 사진이었는데,,,

흑흑 앞으로 머리 기를 때까지 어떡하냐구...!!!

예전과 달리 지금은 나이 때문인지 석회수 물 때문인지 머리숱이 반으로 줄었기 때문에 이런 단발은 얼굴만 커 보이고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얼굴과 머리스타일이 따로 노는 언발란스 그 자체인 것이다.

일본 장인정신이라니…ㅋ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것 같았다. :-(


이후 나는 ‘똑단발’ 하나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였다…


이제 또 어느 미용실을 가야 하나?

사진만 보여주면 찰떡같이 알아서 해주시던 그 헤어디자이너 분이 너무 그립다.

파리 단골 미용실 헤어디자이너 분이 해 주셨던 단발 펌






트레저의 아프리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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