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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저 Sep 20. 2022

파리는 지금 너도나도 한국식당

프랑스 짝퉁 한식당 이대로 좋은가?!

지금 파리에서는 그동안 잔잔한 파도처럼 일렁였던 k콘텐츠의 인기가 이제 급물살을 타고 많은 프랑스 현지인들이 한국문화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얼마전 파리 서울공원에서 열렸던 코리아 패스티벌에 엄청난 인파들이 몰렸다고 한다. 한국음식을 파는 부스에는 사람들의 긴 행렬이 이어졌고 패스티벌은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나는 올해는 시간이 안되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사진은 작년에 열린 코리아 페스티벌 모습인데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고 하니 한국문화의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이들은 케이팝이나 케이 드라마 외에도 특히나 한국음식에 열광하는 것 같다. 수많은 한국식당이 생겨나고 한국 빙수와 디저트만을 파는 한국식 카페도 벌써 파리에만 몇 개가 생겨났는지 모르겠다. 한국식품을 파는 한인 슈퍼들에는 늘 현지인들로 북적북적하다.  파리뿐 아니라 이런 현상은 프랑스의 여러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것 같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한국식당 중에는 실제로 한국사람이 아닌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곳들도 있다.

그중에는 한국문화와 음식에 반해 한국식당을 하는 프랑스인들이나 한국계 프랑스인들도 있고 현지 한식당 주방에서 일을 배워 가게를 오픈한 방글라데시인, 스리랑카, 베트남인들도 있으며 한식과 일식을 함께 하는 일본 사람들 등등 국적도 다양한데 특히 중국인들이 하는 한국식당들이 제일 많은 것 같다.

한국음식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예전에 프랑스에서 일본음식이 인기가 있자 정말 중국인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너도나도 일식당을 오픈했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와 거의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 자국의 음식에 대한 정확한 해석 없이 그저 베끼기에 그친 짝퉁 일식이 퍼져나가는 것을 우려했던 일본 정부가 나서서 인증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해외언론들의 비판으로 인해 실현하지 못했고 대신 민간기관이 세워져 일식 요리사(외국인 포함)를 위한 인증과 교육시스템을 도입했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서 외국인들(내가 아는 프랑스인들)은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날 생선을 먹지 않는 나는 오히려 중국인들이 하는 일식당을 더 선호한다. 중국인들이 하는 일식당에서는 다양한 야끼도리와 날생선이 들어있지 않은 다른 종류의 - 일본인들이 짝퉁이라 부르는- 초밥들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까지 일본 식당의 그 인증 마크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지 여부와 일부러 인증마크가 있는 일본 식당을 찾는 현지인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요즘 파리에서 내 나라 음식이 국적불명이 되어 프랑스인들에게 잘못 알려지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불편하기는 하다. 일본 사람들의 입장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파리에서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한국식당에(한국분이 운영하는 줄 알고 들어갔다- 구글 리뷰를 봤는데 거의 호평일색이라...) 방문했었는데 정말 한국음식을 아주 색다르게 만들어 내고 있는 곳이었다. 맛과 분위기, 서비스는 별 세 개 정도 줄 수 있는 정도였고 요리들은 우리나라 전통의 맛은 찾을 수 없는 그런 음식들이었다. 본인들은 '현지화'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내가 맛보기에는 진정한 한국음식 맛을 모르는 사람이 만든 음식들 같았다.

불고기는 너무 기름 범벅(아마도 볶을 때 중국식으로 기름칠을 해서 볶아낸 것 같다)이었고 오랜만에 매콤한 맛이 당겨 시킨 순두부찌개는 정말 표현이 안될 정도로 신기한 맛이었다. 그냥 고추장에 고춧가루만 때려 넣고 센 불에 후루룩 끓인 두부찌개라 해야 하나,,, 국물의 깊은 맛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그런 찌개 맛, 한국음식이라 하기에는 애매모호한 음식을 파는 식당이었다. 주인과 직원들은 한국 학생 한분 외에는 모두 중국인들이었다. 한국 음식을 꼭 한국인만 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그날 같이 갔던 프랑스 친구가 한국말로 ‘짝퉁 같아 여기!!’ 하는 말에 웃어넘기고 말았지만 속으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내가 아는 중국인 지인들은 대부분이 현지에서 식당이나 TABAC (담배, 로또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곳)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요즘은 이들도 한국식당을 오픈했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이 많다. 지인들은 주방장들은 거의가 한국식당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식당 주방에서 일을 했던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습득한 한국 요리 레시피와 메뉴 등을 공유하며 서로 한국식당을 여는데 도와주고 있다. 우리나라 음식이 이렇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그분들만의 고유의 레시피들이 보호 없이 이렇게 방출되는 것을 곁에서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는 않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가보다 :D


요리 레시피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없으니 법적으로 대처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음식을 바로 알리고 보호할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프랑스 파리뿐 아니라 유럽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우리가 가진 고유의 문화와 음식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지금 ,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우리 전통의 맛을 이어가며, '현지화'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양보는 하되 한국 음식이 가진 고유함은 헤치지 않는 제대로 된 '한국음식의 현지화'가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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